애플(Apple)의 아이폰17 시리즈가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과 인공지능(AI) 경쟁 속 비용 압박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AI 기다리지 않은 소비자, 폭발한 아이폰 매출

WSJ에 따르면, 아이폰 구매자들은 더 나은 AI 기능을 기다리지 않았다. 이는 애플에 기회이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 팀 쿡
(애플 팀쿡 CEO, 자료화면)

애플이 발표한 2025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 따르면 아이폰 매출은 전년 대비 23% 급증해 85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월가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애플 최대 사업 부문인 아이폰에서 10년 이상 만에 가장 강력한 12월 분기 성장률이다.

"공급 추격 모드"...재고 바닥

판매가 너무 좋았던 탓에 애플은 공급에 쫓기는 상황에 놓였다. 팀 쿡(Tim Cook)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분기 중 상당한 재고를 소진했고 현재는 생산을 따라잡기 위한 '공급 추격 모드'에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애플조차 최신 제품에 들어가는 최첨단 프로세서 칩의 생산 능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TSMC 생산라인, AI가 잠식

이 칩의 핵심 공급사는 TSMC(대만 반도체 제조사)다. 그러나 TSMC는 Nvidia와 Advanced Micro Devices 등 AI 칩 수요가 폭증한 기업들의 주력 파운드리이기도 하다. 고가의 AI 칩 주문이 생산라인을 잠식하면서 스마트폰용 칩 비중은 2023년 매출의 38%에서 지난해 29%로 떨어졌다.

시장 예상 웃돈 전망에도 주가는 미지근

애플은 3월로 끝나는 분기 매출 증가율을 13~16%로 제시해, 시장 예상치(약 10%)를 웃돌았다. 그럼에도 실적 발표 이후 주가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투자자들은 이번 아이폰 판매 급증이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점과, 메모리 칩 가격 급등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메모리 쇼티지 경고음

플래시 메모리 업체 Sandisk는 이러한 우려를 수치로 확인시켰다. 샌디스크는 12월 분기 매출이 61% 급증했으며, 3월 분기에는 매출이 거의 세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AI 시스템 수요 폭증으로 플래시와 DRAM 모두 심각한 공급 부족에 직면하면서, 스마트폰·PC 제조사들이 메모리 사양을 낮추거나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의 대응은 '침묵'

애플은 메모리 부족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번 분기 매출총이익률이 48.5%로 소폭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해, 단기적으로는 수익성과 판매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애플의 마진은 성장 둔화 국면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주의 깊게 보는 지표 중 하나다.

성숙기에 접어든 아이폰 사업

문제는 중장기다. 아이폰은 이미 성숙한 사업으로, 지난 3년간 분기 평균 매출 성장률은 1%에 불과했다. 가격 상승으로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슈퍼사이클' 간격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아이폰17 시리즈의 성공은 오히려 다음 세대 모델의 판매 둔화 가능성을 키울 수도 있다.

AI 강화는 아직 '베일 속'

아이폰에 본격적인 AI 기능이 언제, 어떤 형태로 적용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애플은 통상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주요 소프트웨어 전략을 공개해 왔다. 그때까지 애플은 AI 경쟁보다도 메모리와 핵심 부품 공급난이라는 현실적인 과제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다.

아이폰17의 흥행은 애플에 숨통을 틔워줬지만, AI 시대의 비용 구조와 공급망 압박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