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인도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하하겠다고 발표하자, 인도 금융시장과 수출업계 전반에 안도감이 확산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월) 인도와의 무역 합의를 통해 인도산 수입품에 부과하던 관세를 기존 50%에서 18%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 대가로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고, 무역 장벽을 완화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소셜 인도무역협정
(트럼프 소셜 미디어)

이번 발표 직후 인도 증시는 급등했다. 인도 주식시장은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루피화는 달러 대비 1.36% 절상된 1달러당 90.2650루피로 마감하며 2018년 12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률을 보였다.

합의 발표에도 구체 내용은 미공개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게시물 이후에도 백악관이나 인도 정부는 합의의 세부 사항을 즉각 공개하지 않았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인도가 미국산 석유와 방위산업 제품, 항공기 구매를 확대하는 데 합의했으며, 보호 기조가 강했던 농업 부문도 부분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미국 측의 즉각적인 요구를 반영해 수입 자동차 관세를 인하했고, 미국산 산업재에 대해서는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는 설명도 나왔다.

인도 통상장관 피유시 고얄(Piyush Goyal)은 "최종 합의가 체결된 이후 양국이 공동성명을 통해 세부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인도가 향후 에너지, 석탄, 기술,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 구매를 5천억 달러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통상 당국은 이 목표가 약 5년에 걸쳐 달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경쟁력 회복 기대

닐칸트 미슈라(Neelkanth Mishra) 액시스은행(Axis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관세 합의로 인도는 경쟁국 대비 불리했던 위치를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석·귀금속, 가죽, 플라스틱, 세라믹, 자동차 부품 등 관세 영향을 받았던 산업과 비(非)기술 분야 외국인 투자에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율은 인도네시아 19%,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20%로, 인도의 18%는 아시아 주요 수출국 중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인도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인도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5.88% 증가한 855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460억8천만 달러였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8월 50% 관세가 부과된 이후 대미 수출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인도 수출단체연합(Federation of Indian Export Organisations)의 S.C. 랄한(S.C. Ralhan) 회장은 "관세 인하는 가격 경쟁력 제고뿐 아니라 인도 기업들이 미국 공급망에 더 깊이 편입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 레이팅스(Moody's Ratings)도 "대부분의 인도산 제품에 대한 미국 관세 인하는 대미 수출을 재활성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산 원유 문제는 변수

그러나 핵심 쟁점인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과 관련해선 불확실성이 크다. 인도 정유업체들은 기존 계약을 정리하기 위한 유예 기간이 필요하며, 정부도 아직 공식적인 중단 명령을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시아 크렘린(Kremlin) 역시 인도가 원유 구매를 중단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즉각 중단할 경우 인도의 경제 성장에 충격을 줄 수 있고, 세계 공급을 긴축시켜 국제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중 하나다.

한편 인도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X에 합의 소식을 알렸지만 세부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미국 농무장관 브룩 롤린스(Brooke Rollins)는 이번 합의가 미국 농산물의 인도 수출 확대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역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과거 인도의 무역 협정들은 수백만 명의 생계형 농가 보호를 이유로 일부 민감한 농·유제품을 제외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