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월가(Wall Street)의 대표적 '현금 창출원(cash cow)'으로 여겨져 온 금융·법률 데이터(financial and legal data) 산업을 정면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주식시장(stock market)에서 나타난 금융 데이터 기업들의 급락은, AI 기술이 금융 서비스(financial services)와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화이트칼라(white-collar professionals) 직군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을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AI 공포가 촉발한 금융 데이터주 급락(AI-driven selloff in financial data stocks)
이번 주 들어 S&P Global, MSCI, Intercontinental Exchange, London Stock Exchange Group, FactSet Research Systems 등 주요 금융 데이터·거래소(financial data and exchange) 기업들의 주가(stock prices)가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AI 스타트업(startup) Anthropic이 자사의 생성형 AI 모델(generative AI model) 'Claude'를 기반으로 한 법률 업무 자동화 도구(legal task automation tools)를 공개한 것이었다.
새로 공개된 법률 플러그인(legal plug-in)은 금융 데이터(financial data)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다음 차례는 금융 데이터 산업이 될 수 있다(next in line for disruption)"는 판단을 내렸다.
실제로 런던증권거래소그룹(London Stock Exchange Group, LSEG)은 하루 만에 주가가 13% 급락했고, S&P Global과 FactSet도 두 자릿수(double-digit) 하락을 기록했다. ICE와 MSCI 역시 5% 이상 떨어졌다.
'법률에서 금융으로' 확산되는 AI 대체 우려(From legal to financial disruption fears)
Anthropic의 이번 발표는 단순히 법률 업계(legal sector)에 국한되지 않았다. 최근 몇 달간 Claude 기반 코드 작성 도구(code-writing tools)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software engineers)들의 역할을 위협할 수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변호사(lawyers)와 법률 리서치(legal research) 산업까지 충격을 준 것이다. 이 여파로 법률 데이터베이스(legal-research databases)를 운영하는 Thomson Reuters의 주가 역시 압박을 받았다.
UBS의 애널리스트(analyst) 마이클 베르너(Michael Werner)는 "시장은 AI 리스크(AI risk)에 노출될 수 있는 기업 범위를 매우 넓게 보고 있다"며 "특정 AI 위협의 직접적인 표적(crosshairs)이 아니더라도 주변부(periphery)에만 있어도 주가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아웃소싱으로 번지는 충격(Spillover into software and outsourcing)
AI에 대한 불안은 금융 데이터 산업을 넘어 소프트웨어 산업(software industry)과 IT 아웃소싱(IT outsourcing)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인도(India)에서는 Infosys와 Tata Consultancy Services의 주가가 각각 약 7% 하락했다. AI 도구(AI tools)가 인간 컨설턴트(human consultants)의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이미 투자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소프트웨어 섹터(software sector)에 대해 점차 비관적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Apollo Asset Management의 공동대표(co-president) 존 지토(John Zito)는 지난해 컨퍼런스(conference)에서 "AI 이후의 세계에서 '소프트웨어는 죽었는가(Is software dead?)'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아폴로(Apollo)는 수개월째 소프트웨어 업종을 회피(avoiding)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는 대체가 아니라 도구"라는 반론(AI as a tool, not a replacement)
반면 이러한 매도세(selloff)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Nvidia의 최고경영자(CEO) Jensen Huang은 최근 Cisco가 주최한 행사(event)에서 "AI는 기존 도구(existing tools)를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지, 모든 것을 새로 만들거나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소프트웨어 회사를 전부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은 가장 비논리적인 주장(the most illogical thing in the world)"이라고 지적했다.
'철옹성'이 흔들리는 금융 데이터의 위상(Cracks in the financial data moat)
금융 데이터 제공업체(financial data providers)는 그동안 독점적(proprietary)이고 실시간(real-time) 데이터 접근권(access)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워 왔다.
특히 S&P Global은 신용평가(credit ratings) 사업 외에도 주가지수(stock-market indexes), 원유 가격(oil-price feeds), 보험 산업 분석(insurance-industry analytics) 등 방대한 데이터 상품(data products)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해 왔다.
이 회사의 주가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5배 이상 상승하며 S&P 500 지수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약 10% 하락했다.
거래소 운영사(exchange operators)들 역시 안정적인 구독형(subscription-based)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 사업(data business)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다. LSEG의 리피니티브(Refinitiv) 인수, ICE의 채권(bonds)·모기지(mortgages)·소셜미디어 데이터(social-media signals) 확장은 모두 같은 맥락이다.
이들 기업은 "AI가 오히려 데이터의 가치를 높일 것(increase the value of data)"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LSEG의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슈위머(David Schwimmer)는 지난해 "AI는 우리의 실시간 데이터를 복제하거나 대체할 수 없다(AI cannot replicate or replace our real-time data)"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AI가 데이터의 수집(collection)·분석(analysis)·해석(interpretation) 전 과정에서 기존 사업 모델(business models)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에 점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이번 주의 급락은 단기적인 기술 이벤트(technology event)에 대한 과민 반응(overreaction)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월가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금융·법률 데이터 산업의 '안전지대(safe haven)' 신화가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점에서, 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