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책임 인정과 문서 공개 압박
영국의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총리는 수요일 피터 맨델슨(Peter Mandelson)을 주미 영국대사로 임명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노동당 원로 정치인인 그가 미국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Jeffrey Epstein)과의 관계를 둘러싸고 "연쇄적인 기만(litany of deceit)"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4일 보도했다.
스타머 총리는 야당 보수당(Conservative Party)의 요구에 따라 맨델슨 임명 과정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국가 안보나 국제 관계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문서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엡스타인 연루 의혹과 수사
맨델슨은 스타머의 노동당(Labour Party)이 15년 이상 전 집권했을 당시 정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엡스틴과의 연관성으로 인해 화요일 상원(House of Lords) 의원직에서 사퇴했으며, 현재 공직자 직무 관련 부적절 행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미 법무부(U.S. Justice Department)가 지난주 공개한 문건에는 맨델슨이 정부 문서를 엡스틴에게 유출했다는 정황과, 엡스이 맨델슨 또는 당시 파트너(현재는 배우자)에게 금전이 지급됐음을 기록했다는 이메일이 포함돼 있다. 맨델슨은 금전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밝혔으며, 문서 유출 의혹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을 배신했다"는 스타머의 강경 발언
스타머 총리는 자신이 취한 조치를 옹호하며, 영국을 "배신했다"고 비난한 인물에게서 모든 직위와 역할을 신속히 박탈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회에서 "맨델슨이 2008년 금융위기 대응의 정점에서 민감한 정보를 전달했다는 이번 주 폭로는 충격적이며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나라를 배신했고,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했으며, 기만의 연쇄에 책임이 있다"며 분노를 표했다. 스타머 총리는 찰스 3세(King Charles III) 국왕과 협의해 맨델슨을 국왕 자문기구에서 해임했다고 설명했다.
임명 경위 논란과 정치적 파장
다만 맨델슨의 임명 경위를 둘러싼 스타머의 설명은 야당의 비판을 잠재우지 못했다. 보수당 측은 2024년 말 이뤄진 대사 임명이 스타머 총리와 그의 최측근 보좌관인 모건 맥스위니(Morgan McSweeney)의 판단력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의회는 수요일 늦게 맨델슨 임명 관련 문서 공개 여부를 표결할 예정이다.
트럼프 시대 워싱턴 외교와 해임 배경
스타머는 2024년 말 맨델슨을 임명하면서, 토니 블레어(Tony Blair)·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정부 시절의 경력과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 경험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하의 워싱턴 외교를 관리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타머는 2008년 엡스타인이 아동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맨델슨이 엡스타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문건이 드러난 뒤, 임명 7개월 만인 지난해 9월 그를 해임했다.
공개된 이메일에는 2009년 맨델슨이 브라운 총리를 위해 작성된 영국 자산 매각 및 세제 변경 관련 메모를 엡스타인에게 전달했고, 2010년에는 유럽연합의 5,000억 유로 규모 구제금융 계획을 사전에 통보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찰 수사와 문서 공개 제한
화요일 스타머 정부는 맨델슨 관련 자료를 경찰에 넘겼고, 경찰은 공직자 직무상 부적절 행위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스타머 총리는 의회에서 "메트로폴리탄 경찰(Metropolitan Police)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우려를 전달해 왔다"며 "이에 대해 경찰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스타머 정부 출범 이후 최대 정치적 시험대 중 하나로,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과 외교 임명 절차 전반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