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주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과 공화당, 민주당 간 '재선거구(redistricting)' 전쟁의 최신 격전지로 부상했다.

새 의회 선거구 지도가 확정될 경우, 현재 6대5 공화당 우위인 연방 하원 의석 구도가 10대1 민주당 우위로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장악한 버지니아 주의회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대 4개의 민주당 성향 하원 선거구를 추가할 수 있는 새 지도를 신속 처리하고 있다.

버지니아 주의회
(버지니아 주의회. 위키)

민주당 소속 애비게일 스팬버거(Abigail Spanberger) 주지사는 이르면 다음 주 초 해당 법안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헌적 권력 장악" vs "공화당 게리맨더링 대응"

공화당은 이를 "위헌적 권력 장악(power grab)"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다른 주에서 공화당이 이미 단행한 정파적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선거구 조작)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현재 버지니아 유권자들은 선거구 획정 권한을 초당적 위원회에서 다시 주의회로 넘기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조기 투표는 3월 6일 시작되며, 본투표는 4월 21일로 예정돼 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Republican National Committee)는 이번 움직임을 "민주당의 노골적인 권력 장악 시도"라고 규정했다.

하원 다수당 향방 좌우할 수도

공화당은 현재 근소한 차이로 연방 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다수당 탈환을 위해 순증 3석만 확보하면 된다. 이 때문에 버지니아를 비롯한 주요 주의 재선거구 움직임이 2026년 하원 권력 구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 지도가 중간선거 전에 시행될 경우, 민주당은 공화당이 보유한 4석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버지니아 하원 대표단 구성을 6대5 공화당 우위에서 10대1 민주당 우위로 바꿀 수 있다.

다만 최근 보수 성향 태즈웰 카운티(Tazewell County) 순회법원 판사가 민주당의 주헌법 개정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제동을 걸었다. 양측은 판결에 항소했으며, 버지니아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텍사스·캘리포니아 이어 전국 확산

재선거구 전쟁은 버지니아에 국한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공화당 장악 주에서 선거구를 재조정해 공화당 의석을 확대하자는 구상을 밝혀왔다. 첫 타깃은 텍사스였다.

텍사스 주지사 그렉 애벗(Greg Abbott)은 특별회기를 소집해 새 지도를 통과시켰고, 연방대법원은 이를 승인했다.

이에 맞서 캘리포니아에서는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의 주도로 주민발의안 '프로포지션 50(Proposition 50)'이 통과돼, 선거구 획정 권한이 민주당 주도의 의회로 다시 넘어갔다. 이 조치로 민주당 성향 선거구가 5석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플로리다·메릴랜드도 가세

플로리다에서는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Ron DeSantis) 주지사가 4월 특별회기를 통해 3~5석의 공화당 성향 의석을 추가 확보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주지사와 주 국무장관 코디 버드(Cord Byrd)가 선거 관련 법을 임의로 변경할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메릴랜드에서도 민주당 소속 웨스 무어(Wes Moore) 주지사가 1석 추가 확보를 목표로 재선거구를 추진 중이지만, 같은 당 소속 상원 의장 빌 퍼거슨(Bill Ferguson)이 반대 입장을 보이며 내부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이외에도 미주리,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유타, 인디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네브래스카, 캔자스, 뉴햄프셔, 일리노이, 워싱턴주 등에서 재선거구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연방대법원 판결 변수

이번 재선거구 전쟁의 향방에는 루이지애나 대 칼레이(Louisiana v. Callais) 사건에 대한 연방대법원 판결이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판결이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의 핵심 조항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올 경우, 다수 소수인종 선거구가 대거 재조정되면서 공화당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간선거까지 시간이 촉박한 만큼, 법원 판결과 주별 정치 역학이 얽히며 혼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26년 하원 다수당 향방은 선거 당일이 아닌, 선거구를 누가 어떻게 그리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