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모대출(private credit) 업체들의 미실현 손실이 올해 1분기 들어 202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차입 기업들이 현금 대신 부채로 이자를 지급하는 현물지급이자(PIK·payment-in-kind) 수입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모대출 시장의 신용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51개 비즈니스개발회사(BDC)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6년 1분기 이들 업체의 총 미실현 손실은 순자산가치(NAV)의 2.35%에 달했다. 이는 2022년 2분기 이후 가장 큰 분기별 손실 규모다.

PIK 이자 수입도 높은 수준 유지

미실현 손실 확대와 함께 PIK 이자 수입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PIK는 차입자가 현금으로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해당 이자액을 기존 부채에 더하는 방식이다. 당장 현금 유출을 줄일 수 있지만, 차입 기업의 부채 부담은 더 커진다.

사모신용
(사모 신용. 자료화면)

로이터의 별도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식별 가능한 PIK 이자 수입은 약 4억7,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보다 2% 증가한 수치다. 다만 2025년 초 기록한 약 6억3,300만 달러의 고점보다는 낮았다.

이 두 지표는 사모대출 시장의 압박이 두 방향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나는 현금이 아닌 비현금 이자 수입의 증가이고, 다른 하나는 보유 대출 포트폴리오의 평가손실 확대다.

미실현 손실은 디폴트는 아니지만 경고 신호

미실현 손실은 곧바로 채무불이행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보고되는 순자산가치를 낮추고, 대출 회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약해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일부 평가손실은 이후 회복될 수 있지만, 차입자가 실제로 디폴트에 빠질 경우 실현 손실로 바뀔 수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인베스트코프 크레딧 매니지먼트 BDC(Investcorp Credit Management BDC)는 순자산가치의 16.8%에 해당하는 미실현 손실을 기록했다.

FS KKR 캐피털(FS KKR Capital Corp)은 6.7%, 블루아울 테크놀로지 파이낸스(Blue Owl Technology Finance)는 6.5%의 미실현 손실을 보고했다.

주요 BDC들도 PIK 수입 확대

대형 사모대출 업체들도 상당한 PIK 이자 수입을 기록했다. 아레스 캐피털(Ares Capital Corp)은 올해 1분기 5,400만 달러의 PIK 이자 수입을 보고했다. FS KKR 캐피털은 3,800만 달러, 블루아울 캐피털(Blue Owl Capital Corp)은 3,150만 달러를 기록했다.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PIK 옵션이나 이자 지급 유예가 가능한 대출에 대한 노출이 커질 경우, BDC의 유동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현금 수익이 배당 지급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면, 업체들이 유동성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금리·출구시장 부진·AI 충격이 부담

사모대출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은행 대출을 대체하는 주요 자금 조달 통로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높은 차입 비용이 장기화되면서 중견기업들의 상환 부담이 커졌고, 투자자들은 비상장 대출 포트폴리오의 평가 방식, 부실채권, 비상장 펀드의 환매 요청 등을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하워드 메이슨(Howard Mason)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Renaissance Macro Research) 금융 리서치 책임자는 "사모대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진정한 신용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높은 차입 비용, 약해진 투자 회수 시장, 인공지능(AI)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 가치 하락 압력이 특히 2021년 고평가 시기에 이뤄진 고레버리지 거래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현금 이자를 미루기 위해 PIK 구조를 활용한 기업들이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모대출 성장세의 첫 시험대

이번 지표는 미국 사모대출 시장이 본격적인 스트레스 국면에 들어섰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직 대규모 디폴트가 현실화된 것은 아니지만, 미실현 손실 확대와 높은 PIK 의존도는 차입 기업의 현금흐름이 약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모대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와 은행 규제 강화 속에서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되고 기업가치 평가가 재조정되면서, 이 시장은 이제 성장기의 편안한 국면을 지나 신용 리스크 관리 능력을 시험받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