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약 4개월간 이어진 군사 충돌을 멈추기 위한 초기 평화합의에 도달했다고 양국이 14일 발표했다. 합의가 최종 서명되면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열고, 미국은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과 중재국 파키스탄 협상단은 이번 합의가 오는 금요일 서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일요일 서명을 희망했지만, 호르무즈해협 기뢰 제거와 세부 조율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호르무즈해협이 금요일 다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국민 연설
(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그는 그 시점까지 시간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기뢰 제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그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선박 통행 제한과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가 동시에 즉각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 영구 종료"

주요 중재국 역할을 한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Shehbaz Sharif)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집중적인 협상 끝에 미국과 이란 이슬람공화국 사이의 평화합의가 도달됐음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샤리프 총리는 양측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종료한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도 이후 합의가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카젬 가리바바디(Kazem Gharibabadi) 이란 외무차관은 "양해각서 문안이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위협이 미국을 합의로 이끄는 데 압박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이스라엘에 레바논 내 공격 중단을 요구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중단이 합의 수용의 핵심 조건 중 하나였음을 시사했다.

핵 문제는 60일 후속 협상으로

이번 합의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즉각 최종 해결하는 방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신 양측은 초기 전투 중단과 해상 봉쇄 해제를 먼저 시행하고, 이후 60일 동안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이 핵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 있다고 의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합의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얻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요일 밤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는 이 내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내 핵물질 반출 문제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핵 관련 잔여물은 나중에 우리가 준비됐을 때 처리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두 달 안에 하면 된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해롭지 않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정권교체에는 관심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교체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일부 비판자들이 이란 정권 교체를 요구해왔지만, 자신은 그 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교체에 관한 한, 나는 정권교체에 관심을 둔 적이 없다"며 "우리가 상대해온 세 번째 그룹인데, 이번 그룹이 지금까지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번 합의의 목표가 이란 정권 전복이 아니라, 전쟁 중단과 핵무기 보유 차단,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에 맞춰져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강력한 사찰이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다만 그 사찰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이란에 현금이 제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재는 향후 이란의 행동에 따라 해제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미국 봉쇄 "타격보다 더 강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해상 봉쇄가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봉쇄가 "공격보다 더 강력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쟁 기간 이란 항구와 선박을 봉쇄하며 테헤란의 수입원을 압박해왔다. 이란은 이에 맞서 호르무즈해협 통항을 제한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을 흔들었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양측의 해상 압박을 동시에 푸는 데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열고, 미국은 이란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는 방식이다.

다만 일요일 밤 현재 미국의 봉쇄 해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와 속도로 진행될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번 주 정식 합의 체결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일부 세부사항은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과 국내 정치 압박도 배경

이번 전쟁은 2월 시작된 뒤 세계 정치와 경제에 큰 혼란을 일으켰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제한하고 미국이 이란 선박을 봉쇄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고, 이는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합의가 거의 완료됐다고 한 달 넘게 낙관적인 발언을 이어왔다. 그러나 여러 차례 협상이 막판에 결렬되면서 좌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쟁 장기화는 휘발유 가격 상승을 불러왔고, 트럼프 대통령의 보수층 지지 기반 내부에서도 이란 전쟁을 둘러싼 견해 차이를 키웠다. 일부 보수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을 신뢰하지 말라고 촉구했고, 이란 내 강경파도 미국과의 합의에 반대해왔다.

그럼에도 양측 모두 합의가 가져올 경제적 이익은 크다. 미국은 에너지 가격 안정을 기대할 수 있고, 이란은 봉쇄와 제재로 막힌 경제 숨통을 일부 틀 수 있다.

이스라엘·헤즈볼라 충돌이 막판 변수

합의 발표는 14일 하루 동안 빠르게 전개된 사건들 속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80세 생일 기념행사를 준비하던 중 이스라엘과 헤즈볼라(Hezbollah)의 교전으로 협상이 거의 무산될 뻔한 상황을 맞았다.

이날 앞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로 드론을 발사한 뒤, 베이루트 교외의 헤즈볼라 지휘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드론 공격으로 인한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레바논 국영매체에 따르면 베이루트 공습으로 3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비비가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나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몇 발의 작은 미사일을 쐈고, 목표에서 크게 빗나갔다"며 "그러면 이스라엘이 반격하고, 또 상대가 반격하고, 그러면 중동에서는 모든 일이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이스라엘에 레바논 공격 중단 요구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이스라엘은 레바논 어디에서도 더 이상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헤즈볼라에도 이스라엘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몇 주 동안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사이의 긴장 통화로 이어진 적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합의를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비는 괜찮다"며 "왜 비비에게 좋은가. 이란은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잠재적 합의 조건에 우려를 표명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는 것이 이스라엘 안보에도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의회 "미국 약속 이행 능력 의문" 경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은 이란 측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모하마드바게르 갈리바프(Mohammad-Bagher Ghalibaf) 이란 의회 의장은 협상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미국이 의무를 이행할 의지도 없거나 능력도 없다는 것을 다시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약속을 이행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이 길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레바논 전선과도 밀접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평화합의 이행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초기 합의 이후가 더 어려운 협상

이번 합의는 전투 중단을 위한 중요한 돌파구이지만, 핵심 쟁점은 아직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란 핵 프로그램이다.

합의는 앞으로 60일 동안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협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란은 제재 해제와 해외 동결자금 접근을 원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이 핵무기 개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얻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지만, 핵물질 반출이나 농축시설 처리 방식은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강력한 사찰"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검증 체계는 설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완전한 최종 평화협정이라기보다, 전투를 멈추고 해상 봉쇄를 해제하며 핵 협상으로 넘어가기 위한 초기 합의에 가깝다.

호르무즈 재개방이 첫 시험대

향후 가장 중요한 첫 시험대는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해협이 다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뢰 제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란의 통항 제한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됐고, 미국의 봉쇄는 이란 경제를 압박했다.

해협이 실제로 다시 열리고 미국 봉쇄가 동시에 해제된다면, 에너지 시장은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기뢰 제거, 선박 통항, 이란과 미국의 상호 조치 이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합의는 초반부터 흔들릴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은 전투 중단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세부 이행과 후속 핵 협상은 이제 시작이다. 전쟁을 멈추는 합의는 나왔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평화와 핵 합의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60일 협상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