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 해임이 적법하다고 판결하며, 독립 규제기관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크게 확대했다.
연방대법원은 29일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의 찬성,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의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 리베카 슬로터(Rebecca Slaughter) FTC 위원을 정책적 견해 차이를 이유로 해임한 조치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FTC 위원을 정당한 사유 없이 해임하지 못하도록 한 연방법 규정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독립기관 위원의 임기 보호를 인정했던 1935년 판례 '험프리 집행관 대 미국(Humphrey's Executor v. United States)'도 폐기했다.
다수 의견을 작성한 존 로버츠(John Roberts) 대법원장은 현재 FTC가 약 80개 법률을 집행하며 미국 경제 전반에 강력한 행정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업무는 법 집행이라는 대통령의 헌법상 역할에 해당하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는 행정부 공무원은 대통령의 해임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슬로터는 조 바이든(Joe Biden) 전 대통령이 임명한 FTC 위원으로, 임기는 2029년까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정책적 견해 차이를 이유로 슬로터 등 민주당 소속 FTC 위원 2명의 해임을 추진했다.
1914년 제정된 법률은 대통령이 비효율, 직무 태만, 비위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FTC 위원을 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해 왔다. 유사한 임기 보호 규정은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 실적제도보호위원회(MSPB) 등 20여 개 독립기관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번 판결이 다른 독립기관 위원들의 지위에도 곧바로 적용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수 의견은 이번 결정이 슬로터 이외의 다른 기관 관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이번 판결로 다수의 독립위원회가 사실상 대통령 직속 행정기관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Sonia Sotomayor)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이번 판결이 미국 정부의 구조를 재편하고, 광범위한 정책 영역에 대한 막대한 권한을 의회에서 대통령에게 이전한다고 비판했다. 엘레나 케이건(Elena Kagan)과 케탄지 브라운 잭슨(Ketanji Brown Jackson) 대법관도 반대 의견에 동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판결을 "큰 승리"라고 평가하며, 헌법 제2조에 따른 대통령의 행정부 공무원 해임 권한을 확인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슬로터는 91년간 유지돼 온 만장일치 판례가 뒤집힌 데 대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판결이 경제정책 결정에 대한 권한을 의회에서 대통령에게 대규모로 이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연방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은 연준이 다른 독립기관과 구별되는 독특한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Lisa Cook) 연준 이사를 해임하도록 허용해 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아,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유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