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영(駐英) 대사 워런 스티븐스(Warren Stephens)가 중국이 전 세계 해양을 장악해 이를 "정치적 강압"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고 폭스뉴스(Fox News)가 보도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대한 영유권 의지를 거듭 밝히는 배경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이사회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중국이 항구·선박·공급망을 지정학적 레버리지(leverage) 수단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설 후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게시물에서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도전, 즉 중국이 해양력을 정치적 강압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조직적인 시도에 대해 발언했다"고 밝혔다.

IMO
(IMO 이사회 회의. IMO)

스티븐스 대사는 "베이징은 전 세계 항구 운영권과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상업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그 접근권을 주권 국가들에 대한 무기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IMO에서 미국이 "해양 문제의 수동적 관찰자가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미국을 "글로벌 해양 경제의 초석"이라고 칭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미국의 해상운송시스템(U.S. Maritime Transportation System)이 연간 5조 4,000억 달러의 경제 활동과 약 3,000만 개의 일자리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이번 경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에서 평화 중재 노력을 이어가는 동시에, 북극 항로에서의 자유 항행에 대한 중국·러시아의 위협을 이유로 덴마크와 나토(NATO)에 그린란드 통제권을 요구하는 압박을 강화하는 시점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 앙카라(Ankara)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에서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위해 실질적인 돈을 쓰지 않지만, 그린란드는 미국에 매우 중요한 곳"이라며 "그 주변에 중국 함선과 러시아 함선이 가득하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는 "덴마크가 아닌 미국이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가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러시아로부터 그들을 돕기 위해 쓰는 돈을 생각하면 억울하다. 우리는 유럽에서 모든 군인을 철수할 수도 있다. 아마 눈치챘겠지만 유럽은 20년 전과는 매우 다른 곳이 됐다. 훨씬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북극과 북대서양 사이에 위치한 그린란드는 미국의 안보 전략에서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스티븐스 대사는 IMO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해양 리더십 회복을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스티븐스 대사는 중국의 해양 장악에 관한 증거가 "명확하고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선박의 절반 이상을 건조하고 있으며, 선박용 크레인(ship-to-shore crane)과 해운 컨테이너 생산을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사례로 파나마(Panama)를 언급했다. 파나마 대법원이 홍콩계 기업 CK허치슨(CK Hutchison)의 발보아(Balboa)·크리스토발(Cristóbal) 터미널 항구 운영권 계약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사실을 지적했다. 이 두 터미널은 세계에서 가장 전략적으로 중요한 무역 통로 중 하나인 파나마 운하 양 끝에 위치해 있다.

스티븐스 대사는 파나마 판결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신속하고 징벌적이었다"고 평가하며, 베이징이 파나마 국기를 게양한 선박들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해 파나마의 주권을 훼손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파나마에서 일어난 일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국가에 대한 경고"라고 일갈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이어 "한 나라가 외국 세력이나 그 대리인에게 자국 항구 통제권을 내어줄 때, 그것은 단순한 상업적 거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취약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MO 회원국들에 외국 기관, 특히 국가 연계 기업들이 핵심 항구 인프라를 운영하도록 허용하는 협정을 면밀히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투명성, 법치주의, 진정한 주권은 상업의 장애물이 아니라 그 토대"라고 스티븐스 대사는 말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미국이 해양 안보, 제재 이행, 기국(flag state) 권리 보호, 항행의 자유, 극지 운항·자율 선박·사이버 리스크 관리에 관한 기준 갱신을 위해서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패턴은 일관적이다. 중국은 해양력과 경제력을 이용해 주권을 주장하는 국가들을 강압하고, 위협하고, 응징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해외 인프라 투자가 강압적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일상적으로 부인해 왔다. 베이징은 항구·해운·일대일로(Belt and Road) 프로젝트를 글로벌 무역과 개발을 지원하는 상업적 파트너십으로 묘사하고 있다.

스티븐스 대사는 미국이 IMO에 전문성, 자원, 리더십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규칙에 기반한 해양 질서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자유롭고 열린 바다는 보장되지 않는다.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