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억달러 규모 ADR 공모 흥행...AI 메모리 수요 속 미국 투자자 접근성 확대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 주식이 나스닥 데뷔를 앞두고 공모가보다 약 20% 높은 수준에서 거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미국예탁증권(ADR)은 주당 149달러에 공모가가 확정됐으며, 10일 나스닥 첫 거래를 앞두고 주당 180달러 수준에서 시초가가 형성될 것으로 제시됐다. 이번 공모 규모는 265억달러로, 지난달 스페이스X의 대형 기업공개 이후 미국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주식 매각으로 평가된다.
공모가 149달러...서울 거래가보다 소폭 높아
SK하이닉스 ADR 공모가는 주당 149달러로 책정됐다. 이는 최근 3거래일 동안 서울증시에서 거래된 SK하이닉스 평균 주가보다 약 2.7% 높은 수준이다.
이번 ADR은 10주가 SK하이닉스 보통주 1주에 해당하는 구조다.
공모가는 서울 상장 주식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됐지만, 미국 시장에서 AI 반도체 관련주에 더 높은 밸류에이션이 부여되는 점을 감안하면 나스닥 상장은 SK하이닉스의 투자자 기반을 크게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상장이 외국 기업의 미국 상장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또한 500곳 이상의 투자기관이 참여했으며, 공모 수요가 배정 가능한 물량의 7배 이상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AI 메모리 대표주로 부각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 업체로 꼽힌다.
HBM은 엔비디아(Nvidia)와 AMD 등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고성능 메모리다. 대형 기술기업들이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센터 확충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HBM은 공급이 부족한 핵심 부품으로 부상했다.
투자자들은 HBM 제조업체를 AI 붐의 '삽과 곡괭이' 공급자로 보고 있다. 금광을 직접 캐는 기업보다 채굴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이 안정적인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AP통신도 SK하이닉스가 이미 한국 코스피 시장에 상장돼 있지만, 미국 ADR 상장을 통해 AI 메모리 수요에 베팅하려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최근 조정에도 1년 전보다 630% 상승
반도체주는 최근 몇 주 동안 일부 조정을 받았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주가도 2주 전 기록한 사상 최고가에서 약 25% 하락했다. 그러나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630% 오른 상태다.
미국 경쟁사 마이크론(Micron)도 지난 12개월 동안 급등했다. 로이터는 마이크론 주가가 같은 기간 711% 올랐다고 전했다.
다만 밸류에이션에서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LSEG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향후 예상 순이익 기준 약 5.8배에 거래되는 반면, 마이크론은 약 7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이 이러한 할인 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SK하이닉스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 서울증시에만 상장됐을 때보다 평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65억달러 자금, 공장 증설에 활용
이번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신규 공장 건설과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될 전망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는 HBM과 첨단 메모리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SK하이닉스가 조달 자금을 반도체 제조시설 건설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AI 인프라 투자는 단기간에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로이터가 인용한 뱅크오브아메리카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 및 AI 인프라 관련 자본지출은 2027년까지 약 1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40~50% 증가한 수준이다.
"메모리 랠리, 끝난 게 아니라 숨 고르기일 수도"
AJ벨의 댄 코츠워스 시장 책임자는 SK하이닉스 공모 수요가 예상보다 강했다며, 메모리 반도체 랠리가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시장이 이미 과열됐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레이트힐캐피털의 토머스 헤이스 회장은 글로벌 반도체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거래 중 하나라며, SK하이닉스와 주관사들이 높은 밸류에이션과 강한 수요를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르네상스캐피털의 매트 케네디 선임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지난 1년간의 강한 상승세와 최근 변동성을 함께 따져볼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에는 언제나 공급과잉 우려가 내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AI 투자 수익성 논란은 변수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은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대형 기술기업들은 더 빠르고 강력한 AI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와 GPU, 메모리 반도체에 수천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AI 서비스의 매출 증가 속도가 투자비를 충분히 정당화하지 못할 경우, 빅테크 기업들이 향후 자본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경우 HBM과 메모리 반도체 수요 전망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의 나스닥 데뷔 흥행은 현재 글로벌 투자자들이 여전히 AI 메모리 분야를 핵심 성장 테마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상장은 SK하이닉스가 한국 대표 반도체 기업을 넘어 미국 자본시장에서 직접 AI 인프라 투자 수요를 흡수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