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의장 취임 두 달 만에 내부 압박 표면화...인플레 대응 놓고 연준 분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정책 결정 과정에서 3명의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지면서, 연준 내부에서 인플레이션 대응 압박이 커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은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5~3.75% 범위로 유지하기로 했다. 표결 결과는 9대 3이었다.

캐빈 워시
(캐빈 워시 연준의장. 자료화면 )

금리 동결은 시장의 대체적 예상과 부합했지만, 3명이 같은 방향으로 반대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케빈 워시(Kevin Warsh) 신임 연준 의장이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연준 내부의 긴장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됐다는 의미다.

클리블랜드·미니애폴리스·댈러스 총재, 인상 주장

이번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주장한 인사는 베스 해맥(Beth Hammack)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Neel Kashkari)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Lorie Logan) 댈러스 연은 총재다.

세 사람은 지난 4월에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책 문구에 반대한 바 있다. 세 명의 위원이 같은 방향으로 정책 결정에 반대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이들의 반대는 단순한 이견이 아니라, 연준이 더 이상 인플레이션을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압박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5년째 연준의 2% 목표를 웃돌고 있다.

워시 "마법 지팡이로 물가 못 잡는다"

워시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낮출 수 있는 마법 같은 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와 기업들로부터 듣는 것은 조급함"이라며 "이미 결과를 내놓으라는 요구가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마법 지팡이"를 휘둘러 물가를 곧바로 낮출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동결 결정은 워시 의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온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가 두 회의 연속 실제 행동이 아니라 발언에 머물렀다는 점을 보여준다.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말해왔지만, 실제 정책금리는 동결됐다. 이 때문에 앞으로 그의 발언과 행동 사이의 간극이 더 큰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이란 전쟁과 에너지 가격이 변수

지난달 회의 당시 연준 인사들 가운데 약 절반은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봤다. 이후 발표된 물가 지표가 비교적 온건하게 나오면서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 압력은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전투가 재개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상승했고, 이는 연준 내부의 인내심을 약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압력이 있었고, 여기에 중동 전쟁과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강한 수요가 더해지면서 물가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 연준은 일시적 충격으로 보고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수요를 낮추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대출금리 인하 기대는 멀어져

가계 입장에서는 대출금리 부담 완화가 당분간 쉽지 않다는 신호다.

연준 기준금리는 신용카드, 자동차 대출 등 단기 대출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처럼 가계와 기업에 더 중요한 장기 금리는 장기 국채금리를 따라 움직이는데, 최근 장기 금리도 상승세다.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지난주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6.76%로 올라 거의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워시 의장은 지난 회의 이후 명목금리와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가 모두 시장에서 상승한 점을 언급하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더라도 금융 여건이 어느 정도 긴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점이 우리에게 어느 정도 안도감을 줬다"고 말했다.

시장 반응은 엇갈려

투자자들은 워시 의장의 발언을 금리 인상이 더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정책금리 전망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금리는 기자회견 이후 하락했다.

반면 장기금리는 올랐다. 30년물 국채금리는 하루 만에 약 0.136%포인트 상승해 5.228%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식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100포인트 이상, 2.2% 하락했다.

이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장기 인플레이션과 재정, 성장 전망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는 뜻이다. 단기적으로는 연준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장기 자금시장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AI 붐도 인플레 압력으로 부상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연준 인사들은 AI 투자 붐도 물가 압력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수천억 달러가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에 투입되면서 경제 전체의 수요가 공급 능력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다. 관세나 유가 상승은 금리로 직접 해결하기 어렵지만, 금리는 경제 전반의 수요를 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지난해 연준이 금리를 내릴 때 예상했던 것보다 올해 인플레이션이 높아졌기 때문에, 물가를 감안한 실제 정책금리는 생각보다 느슨해졌다고 본다.

또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 부근에 있고 기업 차입 여건도 여전히 양호하다는 점을 들어, 경제가 추가 금리 인상을 견딜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일회성 충격"이라는 반론

반면 금리 동결을 지지하는 인사들은 현재의 물가 압력이 관세, 유가, 전쟁 같은 일회성 충격의 연속이라고 본다. 중앙은행은 이런 충격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으로 번지지 않는 한 과잉 대응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금리 인상이 실제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미 지나갈 가격 충격에 뒤늦게 대응하다가 불필요하게 고용과 성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뉴욕 연은 총재는 앞서 앞으로 몇 분기 동안 물가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월간 물가 상승률이 0.2% 이하로 유지되는지가 핵심이라고 봤다. 이는 연율로 환산하면 연준 목표에 가까운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 발표될 물가 지표가 더 뜨거울 경우, 이는 단순한 일회성 비용 상승이 아니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9월 회의 전 물가 지표가 관건

연준은 다음 회의인 9월 15~16일 전까지 두 차례의 물가 보고서를 확인하게 된다.

전 연준 고문이자 현재 파이퍼샌들러(Piper Sandler)에 있는 커트 루이스(Kurt Lewis)는 연준이 올해 안에 행동에 나설 문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가 충분히 개선되면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 가능성의 길은 좁아졌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향후 두 달 동안 물가 압력이 강하게 나타나면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기다리는 데 따른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본다. 전 뉴욕 연은 임원 출신인 달립 싱(Daleep Singh)은 최근 2년간의 충격이 서로 분리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고 누적되는 인플레이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지금이 오히려 큰 고용 손실 없이 긴축할 수 있는 기회라며, 연준이 오래 기다릴수록 나중에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 재점화 가능성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트럼프 행정부와 연준의 갈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부분의 기간 동안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그는 제롬 파월(Jerome Powell) 전 의장을 대체할 인물로 워시를 선택하면서, 강한 성장을 두려워하는 인물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은 워시 의장이 금리 인상을 원해서가 아니라 적대적인 연준 이사회 압력 때문에 인상 쪽으로 밀리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여왔다.

중간선거 전후 금리 인상이 논의될 경우, 연준의 독립성과 트럼프 행정부의 성장·저금리 선호가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동결했지만 긴축 압력은 커졌다

이번 FOMC 회의의 표면적 결론은 금리 동결이다. 그러나 실제 메시지는 연준 내부에서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3명의 연은 총재가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을 주장했고, 물가는 여전히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관세 효과, AI 투자 붐에 따른 강한 수요도 연준의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워시 의장은 이번에도 행동보다 발언을 선택했다. 그러나 앞으로 나올 두 차례 물가 지표가 뜨겁게 나오면, 연준은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려울 수 있다.

이번 결정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라, 연준이 물가와 성장, 정치적 압박 사이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유예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