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기업 86%가 예상 웃돌아...AI 투자·인플레이션 우려 일부 완화

미국 주요 기업들의 강한 실적 발표가 뉴욕증시의 사상 최고 행진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랠리가 소수 인공지능(AI) 관련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도 일부 완화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금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 440곳 이상 가운데 86%가 애널리스트 예상치를 웃돌았다. 팩트셋(FactSet) 자료 기준으로 이들 기업의 실제 이익은 예상보다 약 29% 높았다. 이는 2008년 이후 집계에서 사상 최대 수준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될 가능성이 있다.

뉴욕 증권 거래소
(뉴욕 증권 거래소. 자료화면)

S&P500 기업들은 7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이익 증가를 향해 가고 있다. 지난주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 캐터필러(Caterpillar), 디즈니(Disney) 등 주요 기업들의 호실적은 주요 지수를 4월 이후 가장 큰 주간 상승폭으로 끌어올렸다.

"이익률이 믿기 어려울 정도"

오세이크(Osaic)의 필 블랑카토(Phil Blancato) 수석 시장전략가는 "이번 실적은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하다"며 "기업들의 이익률이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기업 실적이 시장을 떠받치면서 투자자들은 최근 주가 상승이 단순한 기대감만이 아니라 실제 기업 수익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다만 우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란 전쟁의 불안정한 전개, 고유가에 따른 물가 압력,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대응 불확실성은 여전히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또 이익 증가가 에너지와 AI 관련 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급증이 전체 실적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S&P500 이익 증가율 약 50%

팩트셋 자료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혼합 기준 이익 증가율은 약 50%에 달한다. 이는 2021년 팬데믹 이후 경기부양 효과가 반영됐던 회복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에너지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이 147%를 넘었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약 117%, 임의소비재는 약 92%, 기술주는 약 70% 증가했다.

에너지 기업들의 실적 급증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엑슨모빌(ExxonMobil)의 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셰브런(Chevron)은 사상 최대 분기 이익을 냈다.

정유사들도 강했다. 마라톤페트롤리엄(Marathon Petroleum), 발레로에너지(Valero Energy), 필립스66(Phillips 66)은 4년 만에 가장 높은 2분기 이익을 기록했다.

AI가 실적의 핵심 축

에너지를 제외하면 AI는 여전히 주요 업종 실적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다.

아마존(Amazon)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매출이 빠르게 늘면서 주가는 하루 만에 15% 급등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실적 발표 뒤 하루 동안 시가총액이 4,500억달러 늘어나는 기록적 상승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 비용이 회사의 현금 창출 능력을 앞지를 수 있다는 우려를 일부 내려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이후 약 29% 상승하며 여름 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났다. 엔비디아(Nvidia)도 지난주 12% 올라 2025년 5월 이후 가장 큰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번 실적 시즌은 AI 기업들이 지나치게 많이 지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상당 부분 완화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대규모 AI 투자가 매출과 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붐, 산업재 실적도 자극

AI 붐은 기술기업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캐터필러는 데이터센터용 발전기와 건설장비 수요 증가에 힘입어 총매출과 수익이 24% 늘었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발전기, 중장비, 전력 인프라, 냉각장비 등 전통 산업재 기업들의 실적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상승에도 기여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반도체와 클라우드 기업을 넘어 미국 산업 전반으로 파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익 증가도 AI 집중

다만 AI 관련 기업들이 전체 실적 개선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팩트셋의 존 버터스(John Butters)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7월 이후 S&P500 혼합 이익 증가분의 약 71%는 알파벳(Alphabet)과 아마존 두 회사에서 나왔다. 이 두 회사를 제외하면 S&P500 이익 증가율은 약 50%에서 32%로 낮아진다.

32%도 여전히 높은 성장률이지만, 차이는 분명하다. 시장이 AI 거래에 대한 심리 변화에 여전히 취약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번 실적 시즌에 들어가기 전 반도체주 하락은 S&P500과 나스닥지수에 부담을 줬다. 반면 다우지수는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였다.

실물경제 기업들도 양호한 실적

AI와 에너지 외에도 실물경제와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 기업들의 실적은 비교적 견조했다.

온라인 가구업체 웨이페어(Wayfair)는 미국 매출이 9% 증가했다. 니라즈 샤(Niraj Shah) 최고경영자는 코로나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소득 미국인들이 성장을 주도했으며, 웨이페어의 고급 브랜드들이 좋은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디즈니의 매출은 7% 늘었다. 영화 '토이 스토리 5'의 흥행과 테마파크 방문객 증가가 실적을 뒷받침했다. 조시 다마로(Josh D'Amaro) 디즈니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경쟁사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상당한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있는 시기에도 이런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익 전망도 상향 조정

실적 호조는 향후 전망에도 반영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3분기 시작 이후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에 대한 상향식 컨센서스 전망치는 1% 올라갔다. 대부분 업종에서 이익 전망이 상향 조정됐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신호다. 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도 기업 이익이 함께 개선된다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주 S&P500 기업들은 최근 12개월 이익 기준 약 28배에 거래됐다. 이는 5월의 최근 고점인 29배 이상보다는 낮지만, 지난 10년 평균 주가수익비율인 22.5배를 여전히 크게 웃돈다.

즉 실적은 강하지만, 시장이 싸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유가·금리·AI 집중은 계속 부담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실적이 주가 상승을 더 넓게 정당화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본다.

그들은 반도체 기업과 데이터센터 공급업체들이 여러 업종의 실적을 부풀리고 있으며, 동시에 막대한 자본지출과 자유현금흐름에 대한 새로운 우려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10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4.5%를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고,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투자자들은 다음 주 시스코시스템스(Cisco Systems),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 등의 실적과 최신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목하고 있다. CPI 결과는 연준의 금리 판단과 증시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적은 강하지만 랠리의 기반은 여전히 좁다

이번 실적 시즌은 미국 증시에 중요한 안도감을 줬다. 기업들은 예상보다 훨씬 강한 이익을 냈고, AI 투자에 대한 과도한 우려도 일부 누그러졌다. 에너지, 클라우드, 반도체, 데이터센터, 산업재, 소비재 기업들이 함께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랠리의 기반은 여전히 완전히 넓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이익 증가의 상당 부분은 AI와 에너지 관련 기업에 집중돼 있다. 알파벳과 아마존만 제외해도 전체 이익 증가율이 크게 낮아진다는 점은 시장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강한 실적은 고평가 논란을 완화하고 있지만, 10년 평균을 훨씬 웃도는 주가수익비율은 여전히 부담이다. 이란 전쟁, 유가, 인플레이션, 연준 금리, AI 투자 수익성은 앞으로도 시장을 흔들 수 있는 변수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기업 실적은 증시 강세장의 핵심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이익 체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투자자들은 불안 요인에도 시장이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쪽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