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10월 상장 예상...AI 개발 속도조절론이 기업가치와 투자심리에 미칠 영향 주목
인공지능 기업 앤스로픽(Anthropic)이 대규모 기업공개(IPO)를 오는 11월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당초 '클로드(Claude)' 개발사인 앤스로픽이 10월 상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앤스로픽이 기록적인 규모의 IPO를 11월로 늦춰 진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상장 시점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다시 바뀔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앤스로픽 자문사 일부는 11월까지 기다리면 회사가 3분기 실적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연기의 장점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 오픈AI(OpenAI)가 지난 9월 최신 모델 '아스트라(Astra)'를 출시했음에도 앤스로픽이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무 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소식통은 11월 IPO를 목표로 정한 결정이 전직 앤스로픽 연구원의 공개 경고로 AI 개발 속도 논쟁이 촉발되기 전에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아모데이, 주요 AI 기업 수장 중 처음으로 속도조절 촉구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주요 AI 기업 수장 가운데 가장 먼저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아모데이는 지난 12일 발표한 블로그 글에서 현재의 최첨단 AI 도구들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너무 크다며, 지금과 같은 빠른 속도로 개발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후 경쟁 연구소 수장인 샘 올트먼(Sam Altman)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Elon Musk)도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다.
주요 AI 기업 수장들이 잇따라 개발 속도조절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AI 기업들의 성장 전망과 기업가치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기업가치 2조 달러·최대 1,000억 달러 조달 전망
투자자들은 앤스로픽이 이번 IPO에서 약 2조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최대 1,000억 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기업가치와 자금 조달액 모두 지난 6월 상장한 스페이스X(SpaceX)가 세운 기록을 넘어서는 규모다.
앤스로픽은 조만간 잠재적 투자자들과 만나 상장 수요를 파악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새로운 AI 모델 출시 속도가 실제로 늦춰질 경우 회사의 재무 실적과 목표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집중적으로 질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회동은 앤스로픽과 상장 주관 은행들이 IPO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과 수요를 측정하기 위한 절차다.
앤스로픽 자문사와 기존 투자자들은 개발 속도를 늦추더라도 회사의 재무 전망이 크게 훼손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출시된 AI 모델만으로도 상당한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투자자들은 앤스로픽의 연환산 매출이 올해 말까지 1,1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본사 행사에서는 IPO보다 신제품 소개에 집중
앤스로픽은 17일 회사 본사에서 초기 투자자와 협력사 관계자들을 초청해 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참석자에 따르면 행사에서는 IPO에 관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
재러드 캐플런(Jared Kaplan), 벤저민 맨(Benjamin Mann),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 등 회사 경영진은 대신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소개된 제품 가운데 하나인 '모델 하드웨어 스탠더드(Model Hardware Standard)'는 AI 에이전트가 현미경이나 로봇팔과 같은 물리적 장비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같은 날 밤 앤스로픽이 샌프란시스코의 한 스테이크하우스에서 개최한 만찬에서는 벤처캐피털 투자자들 사이에서 아모데이 CEO의 AI 안전 경고와 이에 따른 언론 보도가 주요 화제로 떠올랐다.
투자자들 "안전기준 선점, 상장 후 위험 줄일 수도"
앤스로픽에 투자한 다수의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업체들은 아모데이가 업계 전반에 적용되는 새로운 안전기준을 지금 제안한 것은 시기적으로 타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안전성 문제 제기가 앤스로픽 IPO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약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투자자는 앤스로픽이 상장회사가 되면 주주들로부터 지금보다 훨씬 강한 감시를 받게 될 것이라며, 상장 전에 광범위한 AI 보안 위험에 관한 회사의 입장을 확립해 두는 것이 향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각에 따르면 아모데이의 안전성 경고는 단순히 AI 개발을 늦추자는 주장에 그치지 않는다. IPO를 앞두고 앤스로픽이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안전기준과 책임 있는 개발 원칙을 시장에 제시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오픈AI 추가 자금조달이 앤스로픽 IPO 변수
앤스로픽의 최대 경쟁사인 오픈AI는 2027년 이전에는 상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오픈AI는 현재 기업가치를 1조2,00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는 신규 자금조달을 위한 초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오픈AI는 직전 자금조달 당시 투자자들로부터 1,200억 달러 이상을 유치했다.
일부 앤스로픽 투자자는 오픈AI가 앤스로픽의 상장 전에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다시 조달할 경우 투자자들의 자금이 오픈AI에 먼저 몰리면서 앤스로픽 IPO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앤스로픽의 11월 상장은 초대형 AI 기업의 성장성과 안전성 논쟁을 시장이 동시에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2조 달러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받아들일지는 기존 AI 모델에서 발생하는 매출과 향후 개발 속도조절이 성장성에 미칠 영향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