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와 거짓 보도 누적돼 지쳤다"...CNN "언론 자유 침해하는 불법 조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CNN과 MS NOW, 폴리티코(Politico)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자신과 행정부를 다룬 이들 언론사의 보도 내용이 출입 제한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글에서 "언론사들이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 또는 미국을 취재하면서 끊임없이 허구와 거짓을 쓰거나 보도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출입 금지 조치가 즉시 시행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앞으로 다른 언론사도 추가로 금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그는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이 출입 금지 이유를 묻자 "지난 2년 동안 쌓여온 보도들이 원인"이라며 "계속 겪다 보면 지치게 된다"고 답했다.

이어 해당 언론사들을 가리켜 "내 사무실에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곳에 오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MS NOW, 폴리티코 측은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CNN "취재 방해받지 않을 헌법상 권리 있어"

CNN 대변인은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보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기자들이 "정부의 방해나 간섭 없이 취재할 헌법상 권리를 갖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출입 금지 조치가 실제로 시행된다면 불법에 해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사 세 곳에 대한 백악관 접근을 동시에 제한하겠다는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 사이의 오랜 갈등이 크게 격화됐음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정기적으로 공격해 왔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를 포함한 여러 언론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AP와도 명칭 문제로 충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초 AP통신 기자들의 집무실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백악관 출입기자단 행사 참석을 금지했다.

AP가 멕시코만(Gulf of Mexico)을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정한 명칭인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바꾸라는 요구를 거부한 것이 이유였다.

AP는 백악관 관계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해당 사건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카타르 정부가 미국에 제공해 에어포스원으로 사용하는 항공기의 보안 문제를 취재한 뉴욕타임스 기자들에게도 소환장을 발부했다. 미 법무부는 이후 소환장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올해 초 자사 기자들의 취재 기록을 요구하는 연방 대배심 소환장을 받았으나 이 역시 나중에 철회됐다.

해당 요구는 지난 2월23일 게재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와 관련돼 있었다. 기사에는 합참의장 댄 케인(Dan Caine) 장군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장기적인 대이란 군사작전의 위험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보도가 나온 지 닷새 뒤 전쟁을 개시했다.

국방부도 언론 접근 제한...소송 계속

미 국방부는 지난해 언론의 청사 접근을 제한하는 새로운 취재 지침을 도입했다.

주요 언론사들은 새 지침을 거부하고 국방부 출입증을 반납했다. 뉴욕타임스와 소속 기자 한 명은 취재 제한을 이유로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방부가 수정한 출입 규정 역시 현재 법원에서 다뤄지고 있다. 연방 항소법원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국방부가 기자들에게 동행 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구성·브리핑룸 좌석에도 개입

트럼프 백악관은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취재하는 출입기자단인 '프레스 풀(press pool)' 구성에도 이전보다 강한 통제권을 행사해 왔다.

프레스 풀은 모든 기자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장소에서 대통령을 취재하는 언론인들이 순번을 정해 참여하는 제도다.

백악관은 지난해 독립기구인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가 전통적으로 결정해 온 브리핑룸 좌석 배치도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기존 언론사가 아닌 온라인 매체와 인플루언서 등을 위한 '뉴미디어' 좌석도 신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였던 2018년 11월에도 당시 CNN 백악관 출입기자였던 짐 아코스타(Jim Acosta)의 출입증을 정지한 바 있다.

트럼프와 아코스타는 중간선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충돌했다. CNN이 소송을 제기하자 백악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코스타의 출입증을 복구했다.

CNN·MS NOW·폴리티코에 대한 이번 출입 금지 조치도 실제 시행 방식과 범위, 법적 근거를 둘러싸고 언론사와 백악관 사이의 새로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