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하워드 버핏 즉시 회장 취임...버핏은 명예회장으로 이사회에 남아 조언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60년 넘게 이끌어온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후임 회장은 그의 장남 하워드 버핏(Howard Buffett)이 맡았다.
96세인 버핏은 18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회장직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이사회에는 계속 남아 명예회장직을 맡을 예정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워런 버핏이 앞으로도 소중한 판단과 관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위(Howie)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하워드 버핏은 1993년부터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로 활동해 왔으며, 이날부터 즉시 회장직을 수행한다. 이번 승계는 워런 버핏이 과거 공개했던 경영 승계 계획에 따른 것이다.
버핏은 투자자 서한에서 "여러분의 회장으로 일한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다"며 "여러분이 보내준 신뢰를 당연하게 여긴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세월의 흐름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시간은 나에게 관대했다"며 "회사는 훌륭한 사람들의 손에 맡겨져 있다.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 주주로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CEO직도 그렉 에이블에게 넘겨
버핏은 지난해 말 이미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물러났다. 후임 CEO에는 그동안 버크셔의 비보험 사업을 총괄했던 그렉 에이블(Greg Abel)이 취임했다.
이에 따라 버크셔 해서웨이는 경영을 책임지는 CEO와 이사회를 이끄는 회장을 분리하는 승계 구조를 완성했다. 에이블이 회사의 일상적인 경영과 자본 배분을 담당하고, 하워드 버핏이 회장으로서 기업문화와 장기적 경영 원칙을 지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버핏은 지난해 11월 CEO 자격으로 마지막 주주서한을 발표하면서 나이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당시 그는 "균형감각과 시력, 청력, 기억력이 모두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하면 세월이 가까이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썼다.
섬유회사에서 1조 달러 기업으로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출신인 버핏은 경영난에 빠졌던 섬유업체 버크셔 해서웨이를 시가총액 1조 달러 규모의 세계적인 복합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현재 보험과 철도, 에너지,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소유하고 있으며, 거대한 상장주식 투자 포트폴리오도 운용하고 있다. 회사의 출발점이었던 섬유사업은 1985년 문을 닫았다.
버핏이 주재한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는 매년 수천 명의 주주와 투자자가 오마하를 찾았다. 버핏은 이 행사를 '자본가들의 우드스톡(Woodstock for Capitalists)'이라고 불렀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투자자는 그의 주주서한을 읽으며 투자뿐 아니라 기업 경영과 인생에 관한 조언을 접했다.
그렉 에이블 CEO는 "버크셔와 주주들에게 워런이 미친 영향은 미국 기업 역사에서 비교할 대상이 없다"고 평가했다.
에이블은 "워런은 버크셔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도록 회사를 만들었다"며 "그가 구축해 놓은 모든 것에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이사로 계속 활동하고 그의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30년 넘게 이사회 활동한 하워드 버핏
워런 버핏은 세 자녀 가운데 장남인 하워드 버핏을 회장 후계자로 오랫동안 준비시켜 왔다.
버핏은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하워드가 회장직을 맡게 된 배경에 대해 "그가 내 아들이기 때문에 그 자리를 맡는 것"이라며 "나는 세 자녀 모두를 신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우, 매우 운이 좋다"고 말했다.
71세인 하워드는 30년 넘게 버크셔 이사로 활동하며 아버지가 회사를 미국 최대 기업 가운데 하나로 성장시키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하워드는 자신의 회장 취임과 관련해 "아버지가 나를 준비시켰기 때문에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랜 세월에 걸친 영향과 가르침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워드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일상적인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이사회를 이끌면서 아버지가 확립한 기업문화와 주주 중심의 장기 경영 원칙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런 버핏은 CEO와 회장직에서 모두 물러났지만 이사와 명예회장으로 남는다. 이에 따라 버크셔 해서웨이는 새로운 경영진 체제로 전환하면서도 당분간 버핏의 판단과 조언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