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해지고 있는 엘니뇨(El Niño) 현상으로 올해 캘리포니아 해안에 사상 최고치의 해수면이 나타날 수 있으며, 광범위하고 파괴적인 홍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LA타임스가 10일(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엘니뇨는 역사적으로도 손꼽힐 강력한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남부 캘리포니아에 강한 비를 몰고 오는 동시에 육지와 바다 모두를 강타하는 극심한 폭염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전망된다.

수퍼 엘리뇨
(수퍼 엘리뇨. 자료화면)

UC샌디에이고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 산하 기후변화영향·적응센터 소장인 마크 메리필드(Mark Merrifield)는 최근 온라인 타운홀에서 "이번 엘니뇨와 관련해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사상 최고 수준의 해수면이 관측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 타운홀 자리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 이미지를 제시하며 동태평양 해수면이 기준 상태보다 이미 0.5피트(약 15㎝) 이상 높아진 상태라고 설명하고, 올가을과 겨울이 되면 "평균적인 계절 변동 폭을 훨씬 뛰어넘는 해수면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ASA에 따르면 엘니뇨 시기에는 따뜻해진 해수가 해수면 인근의 차가운 물을 밀어내고, 수온이 오르면서 물이 팽창해 해수면 높이가 상승한다. 실제로 엘니뇨는 이미 동태평양 지역의 해수면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필드가 공유한 자료에 따르면 1997~98년, 2015~16년 두 차례의 '매우 강한' 엘니뇨 당시 라호이아 부두(La Jolla Pier)의 평균 해수면은 평년보다 뚜렷하게 높았다. 이번 엘니뇨 역시 몇 달 안에 비슷한 강도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전망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도 지난 세기 동안 해수면이 꾸준히 상승해온 가운데, 1982~83년, 1997~98년, 2023~24년 엘니뇨 시즌에 두드러진 해수면 정점이 관측됐다고 메리필드는 밝혔다.

 

그는 "역사적으로 이런 사례들은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평년보다 0.5피트에서 1피트가량 해수면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으며, 통상 11월과 12월에 정점을 찍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엘니뇨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로 인한 장기적 상승 추세에 추가로 더해지는 것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해수면 상승 영향은 샌프란시스코만부터 샌디에이고, 그리고 새크라멘토·샌호아킨 델타(Sacramento-San Joaquin Delta) 지역까지 전방위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메리필드는 덧붙였다.

과학자들이 수년간 축적한 자료를 보면 엘니뇨는 "극도로 강력한" 파도를 동반해 해변을 침식시키고 폭을 좁히는 경향이 있다. 메리필드는 "엘니뇨 시기 캘리포니아 전역의 해변이 육지 방향으로 약 30m(98피트) 정도 물러나는 현상이 잘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해안을 보호하는 완충지대가 줄어들면 큰 파도가 들이칠 때 해안선에 미치는 충격이 더 커지고, 홍수와 절벽 침식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그는 우려했다.

메리필드는 "높은 파도, 높은 해수면, 높은 조수, 그리고 많은 강우가 겹치면 상당한 해안 홍수와 지하수로의 염수 침투, 해안 침식을 유발할 것"이라며 "이번 겨울철 남부 캘리포니아 해안을 따라 홍수가 주요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운홀에서 "통상 엘니뇨로 폭풍 경로가 뒤틀리면서 캘리포니아 해안 전역이 더 높은 파도를 겪게 된다"고도 말했다. 이 타운홀은 민주당 소속으로 노스코스트(North Coast) 지역을 대표하는 마이크 맥과이어(Mike McGuire)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이 주최했다.

이런 우려는 최근 사례에서도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2023~24년 엘니뇨 당시 벤투라,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카운티 일부 지역에서 심각한 홍수가 발생했고, 벤투라에서는 강력한 파도가 방파벽을 넘어 8명이 부상하는 사고도 있었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해 엘니뇨가 역대 최강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UC 기후과학자 대니얼 스와인(Daniel Swain)은 지난 화요일 타운홀에서 "엘니뇨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동태평양 열대 해역의 수온이 오늘날처럼 따뜻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이 시점 동태평양 열대 해역 수온은 [해당 날짜 기준] 기록상 어느 해보다도 높다. 이는 이미 1982~83년, 1997~98년 수준을 넘어섰다"며 "지금과 같은 궤적을 보인 엘니뇨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강조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31일 "강한 엘니뇨가 발달하고 있다"며 초가을까지 강도가 계속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엘니뇨는 이제 문턱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와 온도를 높이고 있다. 이것은 단지 예열 단계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엘니뇨는 흔히 남부 캘리포니아에 많은 비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여겨지지만, 전문가들은 '매우 강한' 혹은 '슈퍼' 엘니뇨라 해도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실제로 매우 강력했던 2015~16년 엘니뇨 때는 남부 캘리포니아에 평년 이상의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엘니뇨가 평년보다 습한 겨울이 될 확률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며, 캘리포니아 전역의 당국이 폭풍우가 잦은 겨울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와인은 "이번 엘니뇨의 강도는 특히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유난히 습한 겨울이 될 확률을 크게 높일 것이고, 이 정도 규모의 사건이라면 북부 캘리포니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우기 초반보다는 12월 말부터 1월, 2월, 3월로 이어지는 우기의 정점 시기, 즉 더 꾸준하고 안정적으로 비가 내리는 시기에 특히 습한 조건이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가올 겨울철 폭풍 시즌에 대비해 "내년 1월부터 3월까지는 상황이 다소 격해질 경우 대응할 수 있도록 일정을 비워두고 있다"고 밝혔다.

엘니뇨는 아직 그 영향을 받지 않은 해안 일부 지역의 해양 폭염(marine heat wave) 기간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필드는 "엘니뇨는 더 따뜻한 바닷물을 몰고 올 것이며, 올해는 장기간의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는 해양 생태계와 먹이사슬 여러 부분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수온 상승은 통상 차갑고 영양분이 풍부한 심층수를 표층 가까이 끌어올리는 상승류(upwelling)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과이어 의원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어류·야생동물국(California Department of Fish and Wildlife)이 주시할 영향 가운데 하나는 신경독소인 도모산(domoic acid) 수치다. 이 독소는 2015년 말 던지니스 크랩(Dungeness crab) 어업 시즌 개막을 연기시킨 바 있다. 맥과이어 의원은 "캘리포니아주는 캘리포니아 크랩 어선단과 협력해 던지니스 크랩 시즌이 다가오는 약 60일 후부터 도모산 검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온 상승으로 인해 평년보다 높은 수준의 도모산 대증식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 독소를 만드는 조류인 슈도니치아(Pseudo-nitzschia)는 "바다가 따뜻할수록 더 많이 증식한다"고 설명했다.

도모산은 조개류에 축적될 수 있으며, 낮은 농도로 섭취해도 인체에 오심, 설사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주 당국에 따르면 고농도로 노출될 경우 단기 기억상실과 발작을 일으킬 수 있고, 드물게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여러 펠리컨과 바다사자가 이 독소에 중독되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엘니뇨가 몰고 올 고수온은 캘리포니아 켈프(kelp) 서식지에도 추가적인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퍼시픽 아쿠아리움(Aquarium of the Pacific)에서 어류·무척추동물 담당 부회장을 맡고 있는 네이트 하로스(Nate Jaros)는 과거 해양 폭염으로 인해 2014년 이후 북부 캘리포니아의 벌켈프(bull kelp) 서식지가 90% 감소했으며, 이는 멸종위기종인 화이트 전복 등 다른 종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엘니뇨와 별개로 이미 캘리포니아 해안 일부 지역의 수온은 크게 오른 상태이며, 이는 최근 이례적으로 습하고 후텁지근한 날씨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스와인은 "최근 안개가 자주 낀 남부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서 그 안개는 결코 습기 있는 서늘한 안개가 아니라 매우 습하고 뜨거운, 후텁지근한 공기층"이라며 "북부 캘리포니아 해안에서도 온도 상승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어, 올가을 남은 기간 캘리포니아 해안 지역의 날씨 체감이 평소와는 상당히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