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이 뼛속까지 진동을 전달하는 저주파 사이렌 '럼블러(Rumbler)'를 순찰차에 도입하고 있다고 LA타임스가 10일(월) 보도했다. 단순히 소리로 듣는 것을 넘어 몸으로 느끼게 만드는 장치라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럼블러는 뉴욕 경찰국(NYPD)이 2009년 처음 도입했을 당시 한 반대론자로부터 "시민에 대한 청각적 폭력"이라는 비판을 받은 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36년 경력의 LAPD 지원서비스그룹 책임자인 블레이크 초우(Blake Chow) 지휘관은 이 새로운 저주파 사이렌이 위험한 문제를 해결할 해법이라고 밝혔다.
초우 지휘관에 따르면 현장에서 너무 자주 벌어지는 상황이 있다.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긴급 출동하는데도 운전자들이 길을 터주지 않는 경우다. 그는 "이런 운전자들의 주의를 끌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LAPD는 지난달 대대적인 확대 도입에 앞서 일부 흑백 순찰차에 럼블러를 설치했다고 발표했다. 10인치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이 강력한 장치는, 법 집행기관 시각에서 볼 때 갈수록 긴급 사이렌에 길을 비켜주지 않는 운전자들에게 경고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소음 공해를 추적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단체 노이즈오프(NoiseOff) 설립자 리처드 투어(Richard Tur)는 행인들이 사이렌이 "몸을 두드리며 관통하는" 느낌까지 받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 럼블러란 무엇인가
럼블러는 저주파 사이렌 장치로, 표준 키트에는 서브우퍼 2개와 앰프, 타이밍 모듈이 포함되며 부속품에 따라 대당 600~1000달러가 든다. 제조사인 일리노이주 소재 페더럴시그널(Federal Signal)은 이 장치가 "차량 통행이 많은 밀집 도심 환경에서 매우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럼블러는 110~120데시벨 수준의 표준 경찰 사이렌과 결합해 이 소리를 8초 간격으로 스피커를 통해 증폭시킨다. 일반 사이렌 소리는 차량이나 건물에 부딪혀 반사되는 반면, 저주파 음은 "고체 물질을 뚫고 지나가는 뚜렷한 장점이 있어 운전자와 인근 보행자가 음파를 직접 느낄 수 있게 한다"고 제조사는 설명한다. 초우 지휘관에 따르면 럼블러는 이후 "우측으로 이동하라"와 같은 사전 녹음된 메시지를 영어와 스페인어로 재생해, 경찰관이 직접 이런 안내를 할 필요를 없애준다.
LAPD의 럼블러 도입에는 음향·조명 동기화 시스템도 함께 적용된다. 이를 통해 여러 순찰차가 동일한 공공안전 안내 방송을 내보내면서 같은 조명 신호 패턴을 동시에 깜빡일 수 있다. 27년 경력의 LAPD 소속으로 차량운영부 모터트랜스포트국을 이끄는 그레그 필드(Greg Field) 국장은 이 동기화 시스템이 화재 대피나 불법 집회 상황처럼 대규모 안내가 필요할 때 유용하다고 말했다. 초우 지휘관은 이러한 기능 향상이 기존 공급업체 계약에 포함돼 별도의 예산이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럼블러 기술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필드 국장에 따르면 이미 미국 전역의 여러 도시에서 효과가 입증됐다. 뉴욕 경찰국은 2009년 약 150대 차량에 처음 설치한 뒤 이듬해 여름까지 500대로 확대했다. 롱비치 경찰국(Long Beach Police Department) 역시 2009년 순찰차에 럼블러를 도입해 대부분 차량에서 2023년까지 운용했으며, 이후에는 "깊고 관통력 있는 음색"을 강조하는 제조사의 '하울러(Howler)'로 전환했다. 롱비치 경찰국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현장 경찰관들의 피드백에 따르면 웰런 하울러가 전통적인 사이렌보다 운전자의 주의를 끄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밝혔다.
◇ 방음이 좋아진 요즘 차들
법 집행기관들은 최신 차량의 방음 성능이 뛰어나 요즘 운전자들이 사이렌을 잘 듣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초우 지휘관은 추격전이나 다른 긴급 상황에서 사이렌을 크게 울려도 차량들이 멈추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현장 경찰관들로부터 routinely 듣는다고 전했다. 그는 "차 세 대, 네 대가 지나간 뒤에야 모두가 멈추는 경우도 있다"며 "추격 중에 사람들이 사이렌 소리를 못 듣는다. 어쩌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교차로 등에서 차량이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수십 년 전에는 도로 소음과 엔진 소음이 차량 실내에서 상당히 크게 들렸다. 1970년대 쉐보레 경량업무용차량(Light Utility Vehicle)은 실내 소음이 86데시벨에 달해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의 안전 기준인 85dBA를 넘어섰고, 장시간 노출되면 고혈압, 이명, 심혈관 질환, 청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었다. 차 소음 때문에 청력이 손상됐다면 경찰 사이렌 소리를 듣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반면 오늘날의 방음 처리된 차량 실내는 청각적으로는 쾌적하지만, 그만큼 긴급 사이렌 소리도 함께 차단한다는 게 법 집행기관들의 주장이다. 최신 승용차와 트럭은 도로 소음을 낮추는 역위상 주파수 기술, 고주파 바람 소리를 거의 완전히 차단하는 실리콘 코팅 도어 실링, 창문의 방음 설계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2025년형 BMW SUV X7 40i, 볼보 XC90 트윈모터 퍼포먼스, 렉서스 TX 350 럭셔리 등 고급 차량들은 모두 실내 소음이 50데시벨 이하로 측정됐는데, 이는 다른 방에서 들리는 식기세척기 소음 수준이다. 2025년형 기아 K5(51.1데시벨)와 2024년형 현대 소나타 N라인(51.9데시벨) 같은 대중적인 차량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을 기록했다.
◇ "우리 동네에 미칠 영향은 왜 빠졌나"
럼블러의 위험성을 처음 제기한 지역 활동가 중 한 명인 투어는 "경찰서 근처에 사는 뉴욕 시민들에게 물어보면 악몽 같다고 말할 것"이라며 "경찰이 럼블러를 서에 들어오고 나갈 때도 사용한다. 단순히 가끔 쓰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LA타임스가 NYPD에 문의했으나 답변은 오지 않았다.
투어에 따르면 스피커는 전방을 향하지만 사이렌 소리는 전방향으로 퍼지기 때문에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럼블러의 진동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이런 전방향 확산 방식이 럼블러의 원래 개발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캐비닛 매거진(Cabinet Magazine) 보도에 따르면 럼블러는 지역 차량들의 "베이스가 울리는 오디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플로리다주 고속도로 순찰대 소속 경관이 구상한 발명품이다. 페더럴시그널 측은 이 사이렌에 관한 LA타임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럼블러 논의는 대개 경찰관과 운전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과도한 치안 활동에 반대하는 지역 단체 '스탑 LAPD 스파잉 연합(Stop LAPD Spying Coalition)'의 활동가 하미드 칸(Hamid Khan)은 지역 주민들이 논의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핵심을 놓치고 있다"며 "럼블러가 사용될 지역에 사는 우리 주민들에게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칸은 이 사이렌이 저소득층 동네에서 남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소음을 유발하는 또 다른 단속 수단인 LAPD의 헬리콥터 운용 사례를 언급했다. 2023년 감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헬기 출동은 '고위험' 상황이 아니었으며 사우스 로스앤젤레스(South Los Angeles) 같은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추가적인 소음이 "결국 수면 주기와 청력에 영향을 미치고 주민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긴다"고 말했다.
◇ 확대 계획
초우 지휘관은 현재 20대의 순찰차에 럼블러가 설치됐으며, 곧 100대가 추가로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몇 년 내 LAPD 전체 차량 5000대 중 약 2000대에 럼블러가 장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필드 국장에 따르면 새로운 사이렌 시스템을 갖춘 첫 차량들은 다운타운 시빅센터(Civic Center) 지역에서 순찰 임무를 맡게 된다. 이후 어떤 차량에 럼블러를 확대 적용할지는 작전국(Office of Operations)의 에마다 E. 팅기라이즈(Emada E. Tingirides) 부국장이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필드 국장은 전했다.
필드 국장은 "이는 시민과 우리 경찰관을 모두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럼블러 시스템은 긴급차량이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일찍, 더 확실하게 알려줘 운전자와 보행자가 위험을 인지하고 안전하게 대응할 시간을 더 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