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기간 중 체류' 관행 폐지...일반 외국 언론인 240일, 중국 국적 기자 90일 제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서 취재 활동을 하는 외국 언론인에 대한 비자 심사와 체류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외국 언론인에게 적용되는 I 비자의 체류기간을 고정하고, 일부 신청자에 대해서는 온라인 활동 심사까지 확대하는 흐름이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지난달 외국 언론인, 유학생, 교환방문자 비자의 체류 방식을 바꾸는 최종규칙을 발표했다. 새 규정은 그동안 외국 언론인이 자격 요건을 유지하는 한 미국에서 계속 머물 수 있었던 이른바 "기간 중 체류(Duration of Status·D/S)" 방식을 폐지하고, 정해진 기간만 체류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외국 언론인 체류기간 240일로 제한
새 규정에 따르면 외국 언론인에게 적용되는 I 비자의 미국 내 체류 허용기간은 원칙적으로 최대 240일로 제한된다. 중국 국적 언론인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짧은 90일만 허용된다. 연장이 가능하긴 하지만, 계속 미국에서 취재하려면 별도의 체류연장 절차를 거쳐야 한다.
DHS가 연방관보에 게재한 최종규칙은 F 비자 유학생, J 비자 교환방문자, I 비자 외국 언론인의 체류 방식을 "기간 중 체류"에서 "고정된 체류기간"으로 바꾼다고 명시했다. DHS는 이 조치가 비이민 비자 소지자들이 미국 체류 중 신분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더 잘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규칙의 시행일은 2026년 9월 15일로 예정돼 있다. 다만 이 규정은 주요 규칙으로 분류돼 의회 검토 대상이며, 검토 결과에 따라 실제 시행일이 조정될 수 있다.
"언론인 활동 허용 범위 심사 강화"
DHS는 외국 언론인을 고정 기간으로만 입국시키면, 이들이 미국에서 허용된 활동을 하고 있는지 더 잘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이번 조치가 외국 언론인의 비자 기간을 기존의 수년 단위에서 240일로 크게 줄이고, 중국 언론인의 경우 90일로 단축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언론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짧은 체류기간과 반복적인 갱신 절차가 외국 언론인의 미국 내 취재 활동을 어렵게 만들고, 비자 연장 거부를 우려한 자기검열을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도 이번 정책을 자유언론 국가의 모습이 아니라 "후퇴하는 민주주의"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중국 언론인 90일 제한에 베이징 반발
중국 국적 언론인에게만 90일 제한을 둔 점은 미중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조치를 차별적이라고 비판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또 미국이 정책을 유지할 경우 상응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AP는 1기 트럼프 행정부도 2020년 유사한 비자 규정 변경을 추진했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2021년 철회됐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를 다시 추진해 최종규칙으로 만든 것이다.
소셜미디어 심사도 강화 흐름
비자 기간 단축과 별도로, 외국 언론인 비자 신청자에 대한 온라인 활동 심사 강화도 논란이 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 국무부가 외국 언론인 비자 신청자의 소셜미디어를 심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무부는 내부 문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인하지 않았지만, 대변인은 "미국 입국을 원하는 모든 외국인을 가능한 최대한 심사하고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심사의 목적이 신청자가 미국법과 체류 조건을 준수할지, 미국 안보와 공공안전, 국가이익에 위협이 되지 않는지 확인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이미 여러 비이민 비자 범주에 대해 온라인 활동 검토를 확대해왔다. 지난 3월 발표에서 국무부는 일부 비자 신청자들에게 소셜미디어 계정을 "공개" 또는 "열림" 상태로 조정하라고 안내했으며, 비자 심사에서 가능한 모든 정보를 활용해 부적격자나 안보 위협을 식별한다고 밝혔다.
언론 자유와 국가안보 충돌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를 국가안보와 비자제도 남용 방지 차원으로 설명하고 있다. 외국 언론인도 비이민 비자 소지자인 만큼, 미국 내 활동이 허용된 취재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기자 비자 심사 강화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체류기간이 240일 또는 90일로 줄어들면 장기 취재, 탐사보도, 특파원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비자 연장 여부가 정부 판단에 더 자주 걸리게 되면, 외국 언론인들이 미국 정부에 불리한 보도를 꺼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조치는 한국 언론사 특파원이나 미국에서 취재 활동을 하는 외국 언론인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 국적 언론인의 경우 중국 국적자에게 적용되는 90일 제한은 아니지만, 일반 I 비자 체류기간 240일 제한과 연장 심사 강화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외국 기자 비자, 단순 입국 절차에서 상시 심사 체계로
트럼프 행정부의 새 조치는 외국 언론인 비자를 단순한 입국 허가가 아니라 상시 관리와 재심사의 대상으로 바꾸는 성격이 강하다.
핵심 변화는 두 가지다. 첫째, 외국 언론인의 미국 체류가 기존처럼 취재 자격 유지 기간 전체에 걸쳐 자동으로 인정되는 방식에서, 최대 240일의 고정 체류기간과 연장 심사 방식으로 바뀐다. 둘째, 온라인 활동과 소셜미디어 기록이 비자 심사에서 더 중요한 요소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국가안보와 비자 남용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언론단체들은 이 조치가 외국 언론인의 취재 독립성과 미국 내 국제언론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이번 정책은 이민 단속 강화와 언론 자유 논쟁이 맞물린 사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 기자 비자까지 더 짧고 엄격하게 관리하려 하고 있으며, 그 파장은 미국을 취재 거점으로 삼아온 해외 언론사와 특파원 사회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