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중국공산당특별위원회(House Select Committee on the Chinese Communist Party)가 하버드대학교와 중국 군사·국방산업 관련 대학들 간의 연구 협력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내놓으며, 하버드가 이러한 협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폭스뉴스(Fox News)이 공개 전 입수해 13일(목) 보도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하버드 소속 연구자들은 중국 군사대학군인 '7대 국방대학(Seven Sons of National Defense)' 소속 연구자들과 140건이 넘는 논문을 공동 저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와 중국 군사대학
(하버드대가 중국의 7대 국방대학이 공동 연구 진행. AI )


'7대 국방대학'은 미 국방부 등 당국이 중국의 국방 연구 및 군 현대화 노력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지목한 중국 대학 그룹이다. 대중국 견제를 목표로 설립된 하원 위원회는 하버드의 연구 보안 접근 방식이 이러한 협력의 문을 열어줬으며, 이로 인해 적대국인 중국의 기술·군사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하버드가 연방 '섹션 117(Section 117)' 외국 기부금 공시 제도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6억 달러 이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미 교육부 대시보드 기준 미국 대학 중 최대 규모다. 위원회는 이러한 재정적 유착 관계 때문에 하버드의 연구 파트너십과 해외 자금 공시에 대한 엄격한 감독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심해탐사 로봇 논문 등 구체 사례 적시

보고서는 구체적 사례로 2023년 발표된 심해탐사용 생체모방 소프트 로봇 관련 논문을 지목했다. 이 논문은 하버드 소속 연구자와 '7대 국방대학' 중 하나인 베이항대학교(Beihang University, 베이징항공항천대학) 소속 연구자가 공동 저술했다.

 

베이항대는 2001년부터 미 상무부 거래제한기업 명단(Entity List)에 이름이 올라 있는 곳이다. 위원회는 해당 연구가 수중 탐지 등 군사적 응용 가능성을 지닌다고 봤지만, 하버드 연구윤리규정 준수 담당 부서는 이를 비(非)군사적 연구로 분류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다른 사례로, 하버드 연구자들은 역시 미국의 제한 대상 목록에 오른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Defense Technology) 소속 연구자와 2023년 자성물질 관련 논문을 공동 작성했다. 이 연구는 미 육군연구소(U.S. Army Research Office)의 부분적 지원을 받았다고 논문에 명시돼 있다.

위원회는 수십 개 학문분야에 걸친 관련 논문을 검토한 결과, '7대 국방대학'과 관련된 하버드 측 연구 중 공학 분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 신장 생산건설병단 연계 인사 참여 의혹도

보고서는 하버드가 중국 국가의료보장국(National Healthcare Security Administration)과 함께 운영한 임원 교육 프로그램도 문제 삼았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 보건 당국자들에게 국제 의료보험 체계를 교육하는 과정이었다. 참석·등록 기록을 보면 일부 세션과 관련해 신장 생산건설병단(Xinjiang Production and Construction Corps, XPCC) 소속 인사들이 명단에 올라 있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미 재무부는 2020년 신장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침해를 이유로 XPCC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보고서는 XPCC 관련 인사들이 실제로 모든 해당 프로그램에 참석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하버드가 2020년 XPCC 소속 인사가 포함된 온라인 세션에 대한 사전 참가자 정보를 갖고 있었음에도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임원 교육 프로그램을 조직한 하버드대 위니 입(Winnie Yip) 교수는 위원회 조사관들에게 당시 XPCC가 제재 대상 기업인지 몰랐고 제재 준수 관련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 위원회 "케이스별 판단 방식은 안보 위험 간과"

보고서는 하버드의 연구보안 관행이 지나치게 협소한 법적 준수 여부에만 초점을 맞춰, 중국 군사 연계 기관과의 협력이 낳을 수 있는 더 넓은 국가안보 위험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하버드 연구 담당 관계자 존 H. 쇼(John H. Shaw)는 위원회 증언에서 하버드가 연구 협력을 사안별로 평가하며, 로봇공학이나 중국 기관과의 모든 협력을 금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위원회는 중국의 군민융합(military-civil fusion) 체계에 편입된 기관과의 연구는 비밀 분류가 아니거나 학술 발표를 목적으로 한 경우라도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이러한 접근 방식을 문제 삼았다.

보고서는 또 하버드와 연계된 비영리단체 '하버드 글로벌 리서치 앤 서포트 서비스(Harvard Global Research and Support Services)'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하버드가 후원자의 조건을 직접 수용할 수 없을 때 지원금을 대신 받는 역할을 하는데, 위원회는 이 단체가 연방 외국 기부금 신고 요건을 회피하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하버드가 반박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 하원 위원장 "군 관련 기관과 협력, 심각한 실수"

위원회를 이끄는 존 무레나(John Moolenaar, 공화·미시간) 하원의원은 성명에서 "반중 시위대에 대한 폭력을 방관한 일부터 인민해방군(PLA)과 연계된 기관과의 협력에 이르기까지 하버드는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으며 지금 당장 추가 재발을 막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사를 캠퍼스 내 중국공산당 영향력을 종식시키고 미국의 안전한 연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대대적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버드 측은 성명을 통해 "중국공산당이 제기하는 위협을 포함한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 위원회와 우려를 공유하며, 미국의 이익과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보호 장치를 갖춘 연구·학술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 측 대변인은 "하버드는 국제 협력에 있어 연방정부가 정한 국가안보 기준과 지침을 따르고 있다"며 "적절한 경우 실시간 국가안보 위험을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는 연방 기관들이 하버드와 협력해 연방 지원 연구에 대한 기관 승인 위험 완화 조치를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이어 "하버드는 대학의 문서화된 준법·협력 기록, 그리고 미국의 이익과 국가안보, 국제적 위상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의지를 반영하지 못한 왜곡된 서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하버드는 이번 하원 위원회 보고서의 세부 내용에 대한 폭스뉴스의 의견 요청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하버드가 미 정부의 제한·제재 대상 명단에 오른 기관과의 연구 관계를 금지하고, 연구 보안 감독 체계를 중앙집중화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의회가 대학의 해외 자금 공시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