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금리 20년 만의 최고권 치솟자 재무부 개입...중간선거 앞두고 금리 안정 압박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이 장기 국채금리 급등에 대응해 정부의 국채 매입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재무부는 기존 바이백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크게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주가는 올랐고, 국채 수익률은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재무부는 19일 기존 국채 바이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정부 채권 매입을 크게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장기금리가 불편한 수준까지 오르자, 베센트 장관이 시장 안정에 직접 나선 것이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베센트는 지정학적 상황과 경제 데이터를 분석해 거시적 시장 베팅을 하던 인물이다. 그는 재무장관 취임 이후 자신을 "국가의 최고 채권 세일즈맨"이라고 부르며, 국채금리를 낮춰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기업·가계 차입 비용을 낮추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30년물 금리 5.3% 돌파

최근 미국 장기 국채금리는 꾸준히 상승했다. 이번 주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3%를 넘어섰다. 이는 거의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채금리는 미국 경제 전반의 금리 바닥 역할을 한다. 장기 국채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기업 대출, 지방정부 차입 비용도 함께 올라간다. 평균 모기지 금리도 다시 7%에 가까워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생활비 상승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많고, 주택 구매 부담은 여전히 큰 정치적 쟁점이다.

스콧 베센트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자료화면)

베센트 장관은 장기적으로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해왔지만, 현재 미국의 재정적자는 GDP의 약 6%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규모 국채 발행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장기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재무부 "시장 유동성 지원"...월가는 금리 낮추기 의도로 해석

재무부는 이번 조치를 기술적 조정으로 설명했다. 공식적으로는 국채시장의 원활한 기능을 지원하기 위한 유동성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이를 베센트 장관의 금리 인하 유도 시도로 해석했다. 나티식스 기업투자은행의 존 브릭스(John Briggs)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발표 시점을 보면 재무부가 최근 시장 흐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무부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국채를 추가 매입하느냐보다, 정부가 필요하면 언제든 더 많은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낸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발표 직후 30년물 국채금리는 초기 몇 시간 동안 거의 0.1%포인트 하락했다. 짧은 시간에 나타난 변화로는 상당히 큰 폭이다. 주식시장도 상승 마감했다. S&P500, 다우존스산업평균, 나스닥종합지수는 모두 0.2% 올랐다.

국채 바이백 규모 두 배 이상 확대

미 재무부는 이미 2년 전부터 오래된 국채를 되사는 바이백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공식 목적은 새로 발행되는 국채 금리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거래가 덜 활발한 오래된 국채의 유동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재무부는 9월 9일부터 최소 11월 4일까지 한 차례 매입 작업에서 살 수 있는 10년~30년 만기 국채 규모를 현재 최대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늘린다.

40억달러 속도가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재무부는 1년 동안 10년~30년 만기 국채를 약 1,280억달러어치 되사게 된다. 나티식스에 따르면 이는 해당 만기 국채의 예상 발행량의 거의 30%에 해당하지만, 전체 잔액 기준으로는 2.4%에 불과하다.

일부 투자자들은 따라서 이번 조치가 장기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본다. 배즐리 펠프스의 채권 트레이더 소렌 에릭슨(Soren Erickson)은 "또 하나의 잡음일 뿐"이라며, 재무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는 것이지만 다른 요인이 많은 상황에서 실제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베센트의 시장 개입 스타일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도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그는 과거 아르헨티나 페소와 일본 엔화를 매입하며 두 차례 외환시장에 개입한 바 있다. 이는 광범위한 국제 공조의 일부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례적 조치로 평가됐다.

또 그는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은행 자본규제를 완화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일부에서는 해당 규제가 은행들이 더 많은 미 국채를 보유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해왔다.

재무부는 중장기 국채 입찰 규모를 아직 크게 늘리지 않고 있다. 많은 분석가들은 미국 정부의 막대한 지출 약속을 감안할 때 결국 중장기 국채 발행 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발행이 늘어나면 장기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

베센트는 이런 상황에서 국채금리를 낮추려는 공개 목표를 제시해왔다. 그의 지지자들은 이번 매입 확대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외부 경제자문역인 스티브 무어(Steve Moore)는 베센트가 금융시장에 밝은 인물이며, 이번 조치를 금리 압박을 완화할 방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 압박

베센트만 낮은 금리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연방준비제도의 단기금리가 훨씬 낮아져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 연준 의장 제롬 파월(Jerome Powell)에 대한 형사 수사를 시작했지만, 이후 케빈 워시(Kevin Warsh)가 파월 후임으로 인준될 수 있도록 해당 조사를 중단했다. 파월은 이 조사가 대통령의 금리 목표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월가에서는 베센트가 지난해 초 장기 국채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연준에서 재무부의 부채 관리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본다. 연준 독립성은 금융 안정에 핵심적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채금리는 기본적으로 경제 전망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연준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에 의해 결정된다. 재무부가 장기금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강한 성장

최근 국채금리 상승은 끈질기게 높은 인플레이션과 예상보다 강한 경제 성장에 의해 주도됐다. 이 조합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연준의 다음 행보가 금리 인상일 수 있다고 보게 만들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재무부의 국채 매입 확대만으로 장기금리 흐름을 완전히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조치가 정치적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크레던트 웰스 매니지먼트의 에디슨 비지카(Edison Byzyka) 최고투자책임자는 확대된 바이백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금리를 낮추려는 정치적 조치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조치가 미국 채권시장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 수 있으며, 투자자들이 배당주 같은 대체 투자처로 이동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안정 조치인가, 정치적 금리 개입인가

베센트 장관의 이번 국채 매입 확대는 기술적으로는 유동성 지원 조치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려는 재무부의 직접적 신호로 받아들였다.

단기 효과는 있었다. 발표 직후 장기 국채금리는 떨어졌고, 주식시장은 상승했다. 그러나 미국의 높은 재정적자, 끈질긴 인플레이션, 강한 성장, 연준의 향후 금리정책 기대라는 더 큰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베센트는 자신을 미국의 최고 채권 세일즈맨으로 표현해왔다. 이번 조치로 그는 사실상 '미국의 채권 트레이더 총책'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앞으로 관건은 재무부의 바이백 확대가 일시적 시장 진정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금리 흐름을 실제로 바꿀 수 있을지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는 낮은 금리가 정치적으로 절실하지만, 시장은 결국 정부의 의도보다 인플레이션과 재정, 연준의 대응을 더 크게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