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은 판매량보다 수익성 중시...도요타는 하이브리드·신차·미국 생산 확대로 격차 축소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거의 100년 동안 판매 1위를 지켜온 제너럴모터스(GM)가 도요타(Toyota)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GM은 판매 대수보다 고수익 차량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있지만,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와 다양한 신차,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앞세워 판매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20년 전 GM은 미국에서 도요타보다 두 배 많은 자동차와 트럭을 팔았다. 그러나 올해 7월까지 두 회사의 미국 판매 격차는 10만 대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줄었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약 150만 대를 판매했다.

도요타가 이 추세를 이어갈 경우, GM이 거의 한 세기 동안 유지해온 미국 자동차 판매 1위 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GM이 포기한 배터리 공장, 도요타가 활용

상징적인 장면은 이번 주 미시간주 랜싱에서 나왔다.

그레천 휘트머(Gretchen Whitmer) 미시간 주지사는 한때 위기에 처했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생산 개시를 축하했다. 이 공장은 원래 GM이 LG에너지솔루션(LG Energy Solution)과 함께 추진하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었다. 그러나 GM은 2024년 해당 계획을 철회하고 지분을 매각했다.

이후 도요타가 15억달러 규모의 주문을 이 공장으로 돌리면서 생산이 시작됐다. 미시간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배터리가 지역 대표 기업인 GM이 아니라 일본 경쟁사 도요타에 공급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휘트머 주지사는 이에 대해 "내 목표는 항상 투자가 이곳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결국 좋은 임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GM, 적게 팔고 더 많이 버는 전략

GM은 전체 신차 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판매량 감소가 두드러진다. 이는 단순한 부진만은 아니다. GM은 전통 세단을 정리하고, 할인과 금융 혜택으로 판매량을 억지로 늘리기보다 수익성을 지키는 전략을 택했다.

이 전략은 월가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GM은 올해 거의 사상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향해 가고 있으며, 주가는 1년 전보다 50% 올라 사상 최고권에서 거래되고 있다.

GM의 핵심 수익원은 대형 픽업트럭과 SUV다. 대표 모델인 쉐보레 실버라도(Silverado)는 보통 판매가격이 5만달러를 넘지만,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차량이며 매우 높은 수익성을 제공한다.

GM은 예산형 구매자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다만 소형 SUV는 한국에서 생산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도요타, 하이브리드와 대중 모델로 공세

도요타는 정반대 접근을 취하고 있다.

도요타는 신차를 잇달아 내놓고, 하이브리드 수요 급증을 활용하며, 텍사스와 켄터키 등 미국 내 생산 확대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이는 중국 등 해외 시장이 정체되거나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을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올해 도요타는 코롤라(Corolla)와 캠리(Camry) 판매에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두 모델의 시작 가격은 각각 2만4,000달러와 3만달러 수준이다. 마진은 GM의 대형 트럭보다 낮지만, GM이 떠난 시장 영역을 도요타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도요타는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이며, 수익성도 GM보다 훨씬 높다. 최근에는 엔화 약세와 이란 전쟁의 영향이 예상보다 작다는 이유로 연간 이익 전망을 상향했다.

시장점유율보다 수익성이 중요하다는 GM

GM과 도요타는 모두 시장점유율이 성공을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GM 대변인은 일부 차량이 공급 부족으로 판매가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GM 최고재무책임자 폴 제이컵슨(Paul Jacobson)은 최근 팟캐스트에서 "구조적으로 GM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건전하다"고 말했다.

GM의 변화는 2008~2009년 금융위기와 파산을 거치며 본격화됐다. 과거 GM은 시장점유율에 집착했다. 인기 없는 차량을 팔기 위해 큰 할인과 저금리 대출을 제공했고, 렌터카 회사에 저가 모델을 대량 공급하면서 중고차 가치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폰티액(Pontiac), 새턴(Saturn) 등 여러 브랜드를 운영한 것도 수익성에 부담이 됐다.

2014년 최고경영자가 된 메리 배라(Mary Barra)는 손실을 내는 사업에 선을 그었다. 저가 세단, 로보택시 사업, 유럽·인도 등 부진한 해외 사업을 정리했고, 운영 효율화와 커넥티드카·자율주행 기술, 구독형 서비스 개발에 집중했다.

공장 가동률 하락은 부담

다만 GM의 고수익 전략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높은 차량 가격과 경제 불확실성으로 정체돼 있다. GM은 지난해 이후 수천 명의 공장 노동자를 해고했고, 공장 가동률은 2024년 78.5%에서 올해 73%로 떨어졌다. 컨설팅업체 오토포캐스트 솔루션스에 따르면 자동차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80~85% 수준의 가동률을 목표로 한다. 도요타의 공장 가동률은 91.9%다.

GM은 새로운 모델을 추가하고, 관세에 대응해 생산을 더 미국으로 되돌리면 가동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GM은 지난해 관세로 31억달러의 비용을 부담했다.

공장 가동률은 수익성에 중요한 요소다. 고마진 차량을 팔더라도 공장이 충분히 돌아가지 않으면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도요타도 미국 성장 필요

도요타의 미국 확대 전략도 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도요타는 과거 수익성이 좋았던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 특히 미국에서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도요타는 GM의 수익성을 떠받치는 대형 트럭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나 고유가 환경에서는 하이브리드 중심 제품군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도요타에도 큰 부담이었다. 도요타는 지난 회계연도에 관세로 90억달러의 이익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도요타는 여전히 견조한 수익을 내고 있다.

"도요타가 미국 시장 1위 될 수도"

콕스 오토모티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찰리 체스브로(Charlie Chesbrough)는 도요타가 곧 GM을 추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50년이 걸렸지만, 도요타가 미국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던 사람들이 맞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도요타가 GM을 잠시 제친 적은 있다. 2021년 팬데믹 공급망 병목과 글로벌 반도체 부족으로 GM의 일부 모델 공급이 제한되면서 도요타가 일시적으로 미국 판매 1위에 올랐다. GM은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봤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체스브로는 도요타의 최신 RAV4 모델이 심각한 공급 부족을 겪고 있지 않았다면 GM이 이미 2위로 내려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차 자존심과 기업 수익성 사이

GM이 더 이상 무조건 미국 시장 1위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이는 회사 입장에서는 합리적 전략일 수 있다.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의 에릭 고든(Erik Gordon) 교수는 "GM이 더 이상 가장 큰 플레이어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적게 팔고 더 높은 마진을 얻는 것은 완전히 정당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자동차 산업에는 조금 슬픈 일이지만, 회사에는 맞는 선택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즉 GM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적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을 감수하면서도, 더 나은 수익성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택하고 있다. 반면 도요타는 더 많은 모델과 더 넓은 고객층, 하이브리드 수요를 바탕으로 미국 판매 1위 자리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GM의 왕좌, 수익성 전략의 대가인가

GM은 오랫동안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한때 미국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고, 거의 100년 동안 판매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지금 GM은 시장점유율보다 이익률을 우선하는 회사로 변했다. 세단을 정리하고, 대형 트럭과 SUV, 고마진 전기차, 구독형 서비스,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이 전략은 주가와 이익 측면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GM과 도요타
(gm과 토요타의 로고. 자료화면)

반면 도요타는 GM이 떠난 대중 세단과 하이브리드 시장을 파고들며, 미국 생산 확대를 통해 판매 격차를 좁히고 있다.

앞으로 핵심 질문은 두 가지다. GM이 낮아지는 공장 가동률과 줄어드는 판매량 속에서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그리고 도요타가 하이브리드와 신차 공세를 바탕으로 GM의 100년 가까운 미국 판매 1위 기록을 끝낼 수 있는가.

GM은 더 적게 팔아 더 많이 버는 길을 택했다. 도요타는 더 넓은 시장을 향해 달리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왕좌는 이제 판매량과 수익성 중 무엇을 더 중시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