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실적 부진에 소비 둔화 우려 확대...10년물 금리 4.697%, 브렌트유 94달러 근접
미국 주식과 채권시장이 20일 동반 약세를 보였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이 국채 바이백 확대를 통해 차입 비용을 낮추려 했지만, 시장은 이를 단기 처방으로 받아들이며 다시 장기금리 상승 쪽으로 움직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재무부의 국채 재매입 확대 발표는 일시적으로 미 국채금리를 낮췄다. 그러나 20일 투자자들이 다시 채권을 매도하면서 수익률은 최근 몇 년 사이 최고 수준 부근으로 되돌아갔다.
LPL파이낸셜의 로런스 길럼(Lawrence Gillum) 최고 채권전략가는 재무부의 확대된 바이백 프로그램을 두고 "이것은 반창고"라며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채금리 반등, AI 데이터센터주 압박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4.697%로 뛰었다. 베센트 장관은 CNBC에서 향후 국채 바이백 규모가 현재의 두 배 이상인 회당 40억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금리 상승을 막지는 못했다.
금리 상승은 엔비디아(Nvidia), 스페이스X(SpaceX) 등 AI 데이터센터 관련 대형 기업들에도 부담을 줬다. 이들 기업은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점점 더 많은 부채 조달에 의존하고 있다. 차입 비용이 올라가면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설비 투자에 대한 시장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매디슨 인베스트먼츠의 마이크 샌더스(Mike Sanders) 채권 책임자는 미 국채시장의 움직임을 미국 부채 급증에 대한 단기 반응으로 설명하며 "어느 시점에는 시장이 정부와 맞서려 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우려"라고 말했다.
월마트 실적 부진, 소비 우려 키워
증시 하락을 더 키운 것은 월마트(Walmart)의 실적이었다.
미국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는 6년 만에 가장 약한 매출 성장률을 발표했다. 일부 고소득층 소비자 중심의 수요는 유지됐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소비자들이 더 신중해진 모습이 나타났다.
월마트 주가는 9.2% 급락했다. 이 여파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704포인트, 1.3% 하락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1%, S&P500은 0.9% 내렸다.
월마트의 존 데이비드 레이니(John David Rainey) 최고재무책임자는 실적 발표에서 "연초와 비교해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압박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특히 높은 연료비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마트는 이에 대응해 자체 가격 인하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매업체 실적은 엇갈려
월마트 실적은 이번 주 주요 소매업체들의 엇갈린 실적 흐름 속에서 나왔다.
타깃(Target)과 TJX 등도 혼재된 결과를 내놨다. 홈디포(Home Depot)는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소규모 유지·보수 프로젝트 수요 덕분에 분기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로우스(Lowe's)는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보고했다. 마빈 엘리슨(Marvin Ellison) 로우스 최고경영자는 중산층 주택 보유자들이 여전히 개인 재무상태가 양호하고 주택 자산도 늘었지만, 소비에는 신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단지 연료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 소비가 급격히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고금리와 고유가, 생활비 부담 속에서 점차 조심스러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전 여파로 연료비 부담 확대
이란 전쟁과 관련된 에너지 충격은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브라운대 기후솔루션랩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2026년 들어 이란전 관련 에너지 충격이 없었을 경우보다 휘발유와 디젤에 약 880억달러를 더 쓴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여름이 끝나가면 휘발유 가격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AAA의 2000년 이후 기록을 보면, 올해처럼 이 시점에 명목 휘발유 가격이 높았던 적은 없었다.
국제유가도 다시 오르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은 이날 2.4% 상승해 배럴당 93.78달러를 기록했다.
연료비가 계속 높은 수준에 머물 경우, 소비자들은 다른 상품과 서비스에 쓸 돈을 줄일 수 있다. 이는 미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인 소비 지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래도 소비가 급랭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연료비 상승이 소비를 급격히 위축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을 결정할 때 더 주목하는 다른 품목의 소비를 크게 꺾을 만큼 주유소 가격이 오른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 중하위 소득층의 지출이 안정적일 뿐 아니라 일부 영역에서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신호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인스티튜트가 고객 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저소득층의 재량지출 증가율은 7월에 뛰었다. 반면 상위 5% 소득자의 지출 증가율은 오랜 상승 이후 소폭 둔화돼, 소득 계층 간 지출 격차가 좁혀졌다.
윌밍턴트러스트의 루크 틸리(Luke Tilley)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는 침체를 피할 만큼 강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더 높일 만큼 강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환경이 연준의 금리 동결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퀀트펀드도 흔들린 한 주
이번 주 월가에서는 채권금리와 소비 우려 외에도 퀀트펀드의 손실이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알고리즘과 체계적 투자전략에 의존하는 퀀트펀드들은 19일 최근 기억에 남을 정도로 나쁜 하루를 보냈다. 특정 주식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이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는 모더나(Moderna)였다. 모더나는 암 치료제 관련 긍정적 결과로 주가가 177% 폭등했다. 이 종목 하락에 베팅했던 공매도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모건스탠리는 이를 "MRNA 스퀴즈"라고 불렀다. 골드만삭스는 19일 오후 1시 기준 체계적 롱숏 매니저들에게 2년여 만에 최악의 하루였다고 평가했다. 이 범주의 퀀트펀드들은 당시 하루 1.4% 손실을 냈지만, 월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1.7% 상승 상태였다.
모건스탠리 트레이딩 데스크는 바이오테크 주식 움직임을 두고 투자자들에게 "고통 지수 10점 만점에 9점짜리 하루"였다고 평가했다. 은행은 바이오테크 전반에서 공매도 포지션 청산이 기록적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재무부 개입보다 큰 시장의 구조적 압력
20일 시장 움직임은 베센트 장관의 국채 매입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금리 상승 압력을 근본적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차입, 이란전이 불러온 고유가, 소비 둔화 우려가 동시에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재무부는 국채시장의 유동성을 지원하고 금리 안정을 유도하려 하지만, 투자자들은 더 큰 구조적 문제를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부채 증가를 억제할 신뢰할 만한 경로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채권시장은 계속해서 높은 금리로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월마트 실적은 미국 소비가 더 이상 무조건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신호를 줬다. 소비가 너무 약해지면 경기 우려가 커지고, 너무 강하면 인플레이션과 금리 부담이 다시 커진다.
현재 시장은 그 사이의 좁은 균형 위에 서 있다. 베센트의 바이백 계획은 그 균형을 잠시 안정시켰지만, 이날 주식과 채권의 동반 하락은 투자자들이 여전히 미국 경제의 부채, 금리, 소비, 에너지 리스크를 가장 큰 변수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