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외국인 근로자에게 발급하는 H-1B 비자에 10만 달러가 넘는 수수료를 영구적으로 부과하는 규정안을 공개했다고 폭스뉴스는 24일(월)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처음 도입됐다가 연방법원에서 시행이 막힌 수수료를 대체해 정식 규정으로 만드는 조치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DHS)가 내놓은 이번 규정안은 연간 발급 상한(cap) 대상인 모든 H-1B 청원에 대해 10만3265달러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급학위 소지자에게 적용되는 예외 쿼터 대상 청원도 이 수수료 대상에 포함된다. H-1B 비자는 기술·교육·연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용 취업비자다.

미국 비자
(미 이민국 비자. 자료화면)

DHS는 이 수수료가 국토안보부와 법무부, 국무부, 노동부 등 연방정부가 합법 이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충당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시민권·이민서비스국(USCIS) 대변인 잭 캘러(Zach Kahler)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H-1B 수수료 제안은 합법 이민 프로그램의 심사·검증·지원 등에 걸쳐 연방정부 전체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회수하려는 목적"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결국 납세자들이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규정안은 24일 공개 열람에 올랐으며 25일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내 확정될 가능성이 있다.

◇ 지난해 행정명령, 법원에서 제동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행정명령을 통해 H-1B 비자 수수료를 기존 2000~5000달러 수준에서 10만 달러 넘는 수준으로 대폭 인상했다. 취지는 자국민 근로자를 우선 고용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스턴 소재 연방법원 판사는 지난 6월 이 수수료가 의회 승인 없는 위법한 세금 부과에 해당한다며 시행을 금지하고 정부의 수수료 징수를 막는 명령을 내렸다. 백악관은 이 결정에 항소할 계획이다. 현재 항소법원이 해당 판결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다른 법원에서는 한 대형 경제단체가 제기한 수수료 관련 소송이 제대로 기각됐는지를 별도로 심리 중이다. 지난해 도입된 임시 수수료 인상 조치는 시행 1년을 맞아 다음 달 만료될 예정이었는데, 이번 규정안이 확정되면 10만3265달러 수수료가 영구화된다.

◇ H-1B 프로그램 구조와 적용 범위

H-1B 프로그램은 미국 기업이 특정 전문 직종에서 훈련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정규 쿼터로 매년 6만5000개의 비자가 배정된다. 여기에 더해 미국 내 교육기관에서 석사 이상 학위를 취득한 근로자를 위한 별도 쿼터로 2만 개가 추가 배정된다. 이 비자는 통상 최대 3년간 부여되며 최대 6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수수료 인상 이전에는 이런 비자에 2000~5000달러 수준의 수수료가 부과됐다.

이번에 제안된 수수료는 연간 상한 대상인 모든 H-1B 청원에 적용되며, 이미 미국에 체류 중인 일부 외국인 유학생이 H-1B 신분으로 변경을 신청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다만 상한 적용이 면제되는 H-1B 청원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현재 H-1B 비자를 소지한 근로자의 통상적인 체류 연장 신청도 대개 연간 상한 대상이 아니어서 이 수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원 제출 자료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으로 약 70개 고용주가 총 85건의 비자 신청에 대해 이미 10만 달러 수수료를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 찬반 논란 여전

트럼프 대통령은 다수 기업들이 H-1B 프로그램을 악용해 미국인 근로자를 더 저렴한 외국인 노동력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경제단체들과 다수 미국 기업들은 특정 직종에서 자격을 갖춘 미국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을 해결하고, 미국 기업이 가장 숙련된 인력을 확보해 경제를 뒷받침하려면 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 이 수수료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주도하는 미국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와 노동조합·고용주 연합 측이 소송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기존 소송은 이번에 새로 제안된 규정이 확정되면 이를 겨냥해 수정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함께 H-1B 신청자에 대한 심사 강화를 지시했고, 고숙련·고임금 근로자를 우대하는 새로운 비자 선정 방식도 제안한 상태다. 이달 초에는 DHS가 H-1B 근로자의 체류 연장 신청이나 해외 근무 직원의 미국 내 전보 신청에 최대 4500달러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는 조치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