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금리 4.795%로 상승...관세·이란 제재·러시아 초청·캐나다 갈등에 공동성명도 무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가 글로벌 채권시장 불안과 회원국 간 갈등 속에 막을 내렸다. 회의의 공식 의제는 무역 불균형, 인공지능, 국가부채였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관세 분쟁, 공개적 비난, 러시아 대표단 초청 논란, 단체사진 갈등 등이 더 크게 부각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 재무장관은 회의 종료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가 생산적이었다며 무역 불균형과 AI, 주권부채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의가 끝난 1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795%까지 올라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채권시장은 각국 정부의 재정 부담과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반영하며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G20 회의가 세계 경제의 구조적 위험에 대응하기보다, 회원국 간 신경전과 외교적 충돌에 휘말렸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베센트 "성장으로 부채 벗어나야"

이번 회의에서 미국은 막대한 국가부채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을 통해 부채 부담을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미국 정부부채는 40조달러에 달한다. 베센트 장관은 회의에서 "세계는 부채로 넘쳐나고 있다"며 "우리가 여기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성장으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G20에서 발언하는 스콧 베센트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발언하는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 X)

그는 회의 뒤에도 "미국이 다시 이 포럼을 이끌면서 낮은 성장에 만족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많은 파트너들이 미국과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시장은 이런 낙관론에 반대로 움직였다. 국채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수익률은 상승했고, 이는 각국 정부의 차입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단기·장기 국채금리 지표는 모두 2026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반대로 공식 공동성명 무산

베센트 장관은 회의 뒤 중국을 제외한 모든 참석국의 대체적 입장을 반영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과도하고 지속적인 대외 흑자를 가진 국가들이 국내 소비를 제약하고 수출 의존 성장을 부추기는 왜곡을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의 무역 흑자와 수출 중심 성장 모델을 겨냥한 표현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무역 불균형 관련 문구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고, 결국 G20은 공식 합의 성명을 내지 못했다. WSJ는 모든 참석국이 베센트 장관의 성명에 동의했는지는 독립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공동성명 무산은 이번 회의가 주요 경제 현안에서 실질적 합의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러시아 재무장관 초청에 유럽 반발

회의장에서는 러시아 대표단 초청 문제도 큰 논란이 됐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G20 재무장관회의에 초청받지 못해왔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는 안톤 실루아노프(Anton Siluanov) 러시아 재무장관이 참석했다.

유럽 국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회의 전통인 '패밀리 포토' 단체사진 촬영을 앞두고 유럽 장관들은 러시아 재무장관이 사진에 포함될 경우 자신들은 참석하지 않고 차관들을 대신 보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독일 재무장관 라르스 클링바일(Lars Klingbeil)은 유럽 국가들의 공동 대응 덕분에 러시아 재무장관과 러시아 대표단이 빠진 채 단체사진이 촬영됐다고 말했다.

반면 베센트 장관은 러시아 장관의 참석에 대해 "일부 유럽인들이 불쾌하게 느낀 것은 알지만, 관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캐나다 갈등도 공개 표면화

미국과 캐나다의 갈등도 이번 회의의 분위기를 흐렸다.

베센트 장관은 회의 초반 캐나다를 향해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미국보다 훨씬 작은 경제 규모를 가진 캐나다가 미국과 맞불식 무역전쟁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캐나다가 과거 놀이공원에서 쓰던 소형 잠수정을 보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식의 농담도 했다.

이에 캐나다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미국이 밈을 만들고 조롱하며 강한 척하는 일을 멈추고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때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재무장관 롤랑 레스퀴르(Roland Lescure)도 역사적 파트너 사이에 불필요한 긴장을 추가할 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캐나다는 최근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결렬된 뒤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관계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온타리오호의 이름을 바꾸려 한 움직임도 캐나다 내 반발을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제재와 중국 변수도 회의장 뒤흔들어

이란 문제도 회의의 주요 긴장 요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에 대한 경제적 위협을 다시 강화했고, 베센트 장관은 이란 거래국들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이 문제는 베센트 장관이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만난 자리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이란 정권의 주요 교역 상대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베센트 장관은 전 트럼프 행정부 고문 래리 커들로(Larry Kudlow)와의 행사에서 중국이 이란 문제 일부에 대해서는 미국과 같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도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 측과 비공개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동시에 이란과의 교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 할수록 중국과의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베센트, 이란을 '머리 잘린 뱀'에 비유

베센트 장관은 회의 중 이란을 향해서도 강경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이란을 머리가 잘린 뒤에도 꿈틀거리는 죽어가는 뱀에 비유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정권을 경제적으로 더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이란의 장기 대치 상황은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고, 이는 채권시장 불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센트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경제적 고통을 감수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미국 경제도 부담 커져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 아래 흔들렸던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응급실 의사에 비유하면서, 미국 경제라는 환자가 바이든 행정부의 트럭에 치였고, 이제 안정화 단계를 지나 회복 과정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에는 부담 요인도 적지 않다.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휘발유 가격은 높은 수준이다. 7월 노동시장은 2만3,000개의 일자리를 잃었으며,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연방준비제도의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도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이르면 이달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설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워시 의장은 연준이 물가 억제를 위해 행동해야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 역시 채권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가 수장들도 회의 참석

이번 회의에는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David Solomon)과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등 미국 대형 은행 수장들도 참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에게 회의에서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 논의해달라고 비공개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이먼은 G20에서 처음으로 재무부가 민간부문에 자리를 마련했다며, 돈을 빌려주고 고용하고 투자하고 건설하는 사람들이 정책 형성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좋은 정책을 더 낫게 만든다고 밝혔다.

솔로몬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제 전망이 "상당히 건설적"이라며 미국 경제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동 분쟁과 무역전쟁이 경제의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참석 기업인들은 베센트 장관이 비공개 회의에서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란 문제나 부진한 시장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는 새롭거나 구체적인 내용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경제 위기 앞에서 분열 드러낸 G20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는 세계경제가 직면한 핵심 위험을 그대로 드러냈다.

각국 정부는 늘어나는 부채와 높아지는 차입비용에 직면해 있다. 채권시장은 정부의 성장 낙관론보다 재정 부담과 인플레이션 위험을 더 크게 반영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트럼프 2기 들어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글로벌 채권 매도세는 각국의 재정 운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G20 회의는 공동 대응보다 갈등이 더 부각됐다.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논쟁으로 공식 공동성명은 무산됐고, 러시아 장관 초청은 유럽의 반발을 불렀다. 미국과 캐나다는 관세와 조롱성 발언을 놓고 충돌했고, 이란 제재와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까지 복잡하게 만들었다.

베센트 장관은 미국이 다시 G20을 이끌고 있으며 성장으로 부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채권시장의 반응은 더 냉정했다. 국채금리 상승은 시장이 각국 정부의 부채, 물가, 정책 불확실성에 대해 경고음을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회의는 G20이 세계경제의 위기 대응 기구로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세계경제의 위험은 커지고 있지만, 주요국들은 공동 해법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외교적 충돌에 더 깊이 묶여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