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폭격·항구 봉쇄 작전 핵심 역할...승조원 5,000명, 파타야서 첫 장기 상륙 휴식

미 해군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USS Abraham Lincoln)이 286일간의 해상 배치 끝에 2일 태국 동부 라엠차방(Laem Chabang) 항에 입항했다. 약 5,000명의 해군 장병과 해병대원이 승선한 링컨함은 이란을 상대로 한 미군 폭격 작전과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항구 봉쇄 작전에 핵심 역할을 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링컨함은 이날 오전 태국 동부 항구에 도착했다. 민간복 차림에 배낭과 더플백을 멘 승조원들은 이들을 맞이하러 나온 소규모 환영 인파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링컨함은 지난해 11월 모항인 샌디에이고를 떠난 뒤 장기간 중동 작전에 투입됐다. 미 해군 장관 대행 헝 카오(Hung Cao)에 따르면 링컨함은 전투구역에서 200일 이상 머물렀고, 1만 회가 넘는 출격 작전을 수행했다.

이란전 핵심 항모, 9개월 만의 본격 상륙 휴식

링컨함의 이번 태국 입항은 단순한 항구 방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승조원들에게는 9개월 넘게 이어진 긴 배치 이후 처음으로 육지에서 보내는 본격적인 휴식이다.

해군은 링컨함이 지난해 12월 괌에 들렀고, 7월에는 오만에도 잠시 정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국 방문은 이번 배치가 시작된 이후 첫 정식 항구 기항이라고 설명했다.

링컨함은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프랭크 E. 피터슨 주니어함(USS Frank E. Petersen Jr.)과 유도미사일 순양함 USS 로버트 스몰스함(USS Robert Smalls)과 함께 태국에 도착했다. 이들 함정 역시 중동 작전에 배치됐던 전력이다.

많은 장병들은 인근 해변 휴양도시 파타야(Pattaya)에서 며칠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파타야는 관광과 유흥가로 잘 알려진 도시다.

장기 배치에 가족·정치권 우려

링컨함의 이례적으로 긴 배치는 승조원 가족과 민주당 의원들의 우려를 불러왔다.

WSJ는 링컨함 내부에서 신선식품 부족과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장기간 함정 안에서 생활하며 전투 작전을 이어간 승조원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겪었다는 것이다.

해군은 장기 배치에 따른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식량은 항상 충분했고 정신건강 문제는 "소수"의 사례로 치료됐으며 사망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링컨함이 포함된 제3항모강습단을 지휘하는 로버트 E. 러프런(Robert E. Loughran) 해군 소장은 성명에서 "이 강습단이 이룬 성과는 진정으로 역사적"이라며 "작전 기간 모든 구성원이 보여준 전문성과 역량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족 생일과 기념일 모두 놓쳤다"

링컨함 공식 페이스북에는 최근 승조원들이 항모 격납고에서 바비큐를 즐기는 사진이 올라왔다. 해군은 배치 기간 동안 1,031회의 피트니스 수업과 36회의 체력 경연이 진행됐다고도 전했다.

태국 입항해 휴식을 취하는 아브라함 링컨호 승조원들
(태국 입항해 휴식을 취하는 항공모함 아브라함 링컨호 승조원들. 링컨호 페북 )

그러나 장기간 배치가 승조원 개인에게 남긴 부담은 작지 않았다.

한 승조원은 영상에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놓쳤다. 모든 생일과 기념일을 놓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모와 장모가 세상을 떠났을 때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집에 갈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가장 자랑스러운 일 중 하나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타야, 미군 맞이 준비

태국 파타야 지역은 미군 장병들을 맞을 준비에 들어갔다.

승조원들을 태운 버스가 파타야 중심가를 지나가자 도로변 상점 주인들과 일부 업소 종사자들이 손을 흔들며 환영했다. 현지 당국과 상인들은 장병들의 방문이 비수기 관광 경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파타야시는 일부 우범 지역과 유흥가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포라멧 응암피쳇(Poramet Ngampichet) 파타야 시장은 장병들에게 해가 진 뒤 성매매 종사자들이 많이 모이는 두 거리에는 가지 말라는 안내가 있었다고 밝혔다. 태국에서 성매매는 불법이다.

현지 경찰은 링컨함 도착을 앞두고 새로 유입된 성매매 종사자 일부를 단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원하는 건 배에서 내리는 것"

해군 항공모함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직 지휘주임원사 토드 웬디(Todd Wende)는 일반적으로 항모 승조원들은 30~45일마다 한 차례 항구 기항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링컨함 승조원들은 훨씬 더 긴 기간 배 위에 머물렀다.

웬디는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그 배에서 내리는 것, 괜찮은 식사를 하는 것, 그리고 며칠 동안 누군가의 지시를 받지 않는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모 생활이 반복되는 하루의 연속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천 명이 같은 배에 있지만 실제로는 매일 같은 소수의 사람만 마주치게 되고, 폐쇄된 공간에서 장기간 생활하면 정신적으로 흐릿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투 배치 중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항공기가 비행갑판에서 이동하다 다른 장비와 충돌할 수 있고, 사출장치 설정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피로한 감시병이 위협을 놓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장기 배치일수록 피로와 방심을 동시에 경계해야 한다.

현지 경제도 기대

파타야 외곽의 카페 겸 박물관 '커피 워(Coffee War)'를 운영하는 담리 상탕(Damri Sangtang)은 미군 장병들이 도심 유흥가뿐 아니라 지역의 다른 명소도 방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태국 해군 출신인 그는 미국산 군용 지프와 항공기, 장비를 대거 수집해 전시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낡은 보잉 777 기체 안에서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그는 이란 충돌로 인한 항공편 차질과 높은 항공권 가격 탓에 최근 관광객 수가 평년보다 30% 줄었다며, 미군 장병들의 방문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군 방문은 음식, 여행, 쇼핑 지출을 통해 지역경제에 이익이 된다"며 "태국 사람들이 이들을 단지 유흥가와 연결하기보다 경제를 살리는 관광객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전 경험자 "배 생활은 관 속에서 자는 것"

이날 항구에서 장병들을 맞은 사람 중에는 현재 태국에 거주하는 시카고 출신 미 육군 참전용사 개빈 웨스트(Gavin West)도 있었다. 그는 큰 성조기를 들고 링컨함 승조원들을 환영했다.

이라크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웨스트는 장병들이 겪었을 부담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에 배치되는 것조차 배에 배치되는 것만큼 나쁘지는 않다"며 "우리는 매일 폭격을 받았지만, 그래도 배 안에 갇혀 있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항모 내 정신건강 문제 보도에 공감한다며 "배에서는 관 속에서 잔다. 9개월 동안 관 속에서 자는 것과 같다. 그것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결론: 역사적 작전 뒤 남은 피로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의 태국 입항은 이란전에서 장기간 작전을 수행한 미 해군 전력의 피로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링컨함은 이란 폭격과 항구 봉쇄, 중동 전투구역 작전에 핵심적으로 투입됐다. 200일 넘게 전투구역에 머물며 1만 회 이상의 출격을 수행했고, 승조원들은 286일 만에야 본격적인 항구 휴식에 들어갔다.

해군은 링컨함 강습단의 임무 수행을 역사적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 배치에 따른 식량, 정신건강, 가족과의 단절 문제는 미군의 작전 지속 능력과 병력 관리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파타야에서의 며칠은 승조원들에게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전투구역과 폐쇄된 함정 생활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숨을 돌리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들의 긴 항해는 미국이 이란과의 장기 대치 속에서 해군 전력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강하게 운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