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D 약 44% 득표로 1위...메르츠 총리 기민당은 17%대 부진
독일 극우 성향 정당인 독일대안당(AfD·Alternative für Deutschland)이 동부 작센안할트주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AfD가 주정부 구성에 성공할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처음으로 주 단위 정부 권력을 잡는 사례가 될 수 있어 독일 정치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Reuters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AfD는 6일 치러진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약 4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총리가 이끄는 보수 성향 기독민주당(CDU)은 약 17%에 그치며 크게 뒤졌다.
(주의회 선거 압승한 독일대안당. Facebook/alternativefuerde )
AfD는 전체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번 결과는 독일 현대 정치사에서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독일 주류 정당들은 그동안 AfD와 연정하지 않는 이른바 '방화벽' 원칙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AfD가 단순 약진을 넘어 압도적 1위 정당으로 올라서면서, 이 원칙이 현실 정치에서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
AfD의 작센안할트주 선거를 이끈 울리히 지그문트(Ulrich Siegmund) 후보는 승리 연설에서 "우리는 이 나라에서 역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 선거 승리를 2029년 연방선거에서 전국 권력을 향한 첫 단계로 규정해왔다.
이번 선거는 AfD가 독일 동부 지역에서 더 이상 항의표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집권 가능성을 가진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AfD는 과거에도 튀링겐주 선거에서 1위를 한 적이 있지만, 다른 정당들이 연정을 구성하면서 주정부 참여에는 실패했다. 이번 작센안할트 선거는 그보다 훨씬 큰 격차의 승리라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더 크다.
메르츠 정부에 대한 경고 신호
이번 결과는 메르츠 총리와 독일 연방정부에도 강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P통신은 메르츠 총리가 AfD의 압승에 충격을 받았지만, 독일 경제 개혁 추진 방침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경기 둔화, 산업 경쟁력 약화, 이민 문제, 에너지 비용, 재정 압박 등 복합적 문제를 겪고 있으며, 동부 지역에서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작센안할트는 옛 동독 지역에 속한다. 독일 통일 이후에도 동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서부와의 경제 격차, 일자리 감소, 정치적 소외감이 누적돼왔다. AfD는 이 같은 불만을 이민 반대, 주류 정치 비판, 국가 정체성 강조 메시지와 결합해 지지층을 넓혀왔다.
독일 정치의 '방화벽' 흔들리나
가장 큰 쟁점은 AfD가 실제로 주정부를 구성할 수 있느냐다.
독일의 주요 정당들은 AfD와 연정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이 원칙은 독일 정치에서 극우 세력이 정부 권력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방화벽으로 불린다. Reuters는 작센안할트 지역 정보기관이 AfD를 우익 극단주의 성향으로 분류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AfD가 40%를 훌쩍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다른 정당들이 AfD를 배제한 정부를 구성하려면 매우 복잡한 연합이 필요할 수 있다. AfD는 이를 이용해 주류 정당들이 유권자 의사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방화벽이 유지되더라도 정치적 비용은 커질 수 있다. AfD를 배제하기 위해 이념적으로 멀리 떨어진 정당들이 무리하게 연정을 구성하면, AfD는 자신을 "국민 선택을 받은 정당이지만 기득권에 의해 배제된 세력"으로 포장할 수 있다.
전후 독일 정치 질서의 중대 시험
이번 선거가 특히 민감한 이유는 독일의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독일은 나치 정권과 제2차 세계대전의 경험 때문에 극우 세력의 제도권 진입에 매우 민감한 정치문화를 유지해왔다. 전후 독일 정치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극단주의 세력이 국가권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었다.
따라서 AfD가 작센안할트에서 주정부 구성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은 독일 내부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결과가 독일의 극우 방화벽에 가장 큰 시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다른 나라의 민족주의·반이민 정당들도 AfD 승리를 주목하고 있다. Guardian은 이번 선거 결과가 유럽 중도 정치권에 충격을 줬으며, 유럽 전역의 우파 민족주의 흐름과 맞물려 해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 리스크도 부각
AfD의 승리는 정치적 충격뿐 아니라 경제적 리스크로도 평가되고 있다.
Reuters Breakingviews는 AfD가 작센안할트에서 44%를 얻으며 기민당을 크게 앞선 것은 독일의 경제 회복에도 장기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극단적 정치 세력의 부상은 투자심리, 개혁 추진력, 연방정부의 정책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이미 제조업 둔화와 에너지 비용, 수출 부진, 기업 구조조정 압박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지형이 더 분열되면 노동시장 개혁, 산업정책, 재정정책 같은 민감한 개혁이 지연될 수 있다.
특히 AfD가 주정부에 참여하거나 강한 반대세력으로 남을 경우, 기업들은 규제 환경과 정치 안정성에 대해 더 큰 불확실성을 느낄 수 있다.
다음 시험대는 베를린·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이번 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독일은 9월 20일 베를린과 또 다른 동부 지역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서도 선거를 치른다. AfD는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작센안할트 승리의 파장이 다음 선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AfD가 연속적으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독일 정치의 중심축은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주류 정당들이 AfD를 배제한 정부 구성을 반복하면, 독일 정치는 더 복잡한 연정 구조와 장기적 불안정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AfD, 항의정당에서 집권 가능 세력으로
작센안할트 선거 결과는 AfD가 더 이상 주변부 정당에 머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약 44% 득표율은 단순한 선전이 아니라 압도적 승리이며, 전후 독일 정치 질서에 직접적인 도전이다.
AfD가 실제로 주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독일 주류 정당들의 방화벽 원칙이 유지될 경우 AfD는 1당이 되고도 권력에서 배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그 방화벽이 점점 더 큰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작센안할트 한 주에 그치지 않는다. 메르츠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 동부 지역의 정치적 불만, 이민과 경제 문제를 둘러싼 독일 사회의 균열이 한꺼번에 드러난 사건이다.
AfD의 승리는 독일 정치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다. 앞으로의 핵심은 주류 정당들이 AfD를 배제한 채 안정적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지, 그리고 AfD가 이번 승리를 전국 정치의 발판으로 확대할 수 있을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