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시설 포함 다수 목표 타격...미국 소비자 유가·운송비 부담 확대 우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해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이란 충돌로 원유 수송이 이미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홍해로 이어지는 또 다른 핵심 원유 통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Fox News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8일 사우디 남부 도시 자잔(Jazan), 나즈란(Najran), 아브하(Abha), 하미스 무샤이트(Khamis Mushait)를 향해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공격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 시설을 포함한 여러 에너지 목표물을 타격했다.

사우디 당국은 이번 공격으로 73명이 부상했고, 에너지 시설과 공공 유틸리티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부 운영이 일시 중단됐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공격을 받은 자잔 지역에는 하루 약 40만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정유시설이 있다.

아람코 공격, 세계 원유시장에 직접 부담

이번 공격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아람코가 세계 최대 석유회사이기 때문이다. 아람코는 하루 약 1,0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며, 전 세계 석유 수요의 약 10%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아람코 시설에 대한 공격은 단순한 지역 충돌이 아니라 국제 원유시장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다. 시설 피해가 장기화되거나 추가 공격이 이어질 경우, 원유 가격뿐 아니라 해운 보험료, 운송비, 정제유 가격까지 함께 오를 수 있다.

예멘 후티반군의 홍해봉쇄
(예멘 후티반군. 두번째 큰 유조선 수송로 위협. 자료화면)

이는 미국 소비자에게도 직접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휘발유 가격이 이미 갤런당 4달러를 넘는 상황에서 중동 에너지 시설 공격이 반복되면, 향후 몇 달 동안 주유비와 물류비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호르무즈 막히자 홍해 경로 중요성 커져

이번 공격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특히 취약한 시점에 발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와 석유제품은 하루 490만배럴 수준으로 줄었다. 전쟁 전 하루 2,160만배럴이 통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감한 수치다. 전쟁 전에는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이 해협을 지났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줄어들자 사우디아라비아는 더 많은 원유를 홍해 방향으로 돌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홍해 남단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중요성이 커졌다.

바브엘만데브는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좁은 해상 통로다. 중동 원유와 아시아·유럽 간 해상 물류가 이곳을 거쳐 수에즈운하로 이어진다. 후티 반군은 이미 이 지역에서 사우디와 연계된 선박을 위협하거나 공격해온 전력이 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면서 대체 경로로 부상한 홍해·바브엘만데브 항로까지 공격 위험에 놓인 것이다.

'두 개의 병목'이 동시에 불안정

중동 원유 수송에서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는 각각 다른 방향의 핵심 병목이다.

호르무즈는 페르시아만의 원유와 가스가 오만만과 인도양으로 나가는 관문이다. 이란은 이 해협을 전략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고, 미국은 이란 항구 봉쇄와 상선 호송으로 해협 통제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바브엘만데브는 홍해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사우디와 UAE가 호르무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일부 원유를 파이프라인과 홍해 항로로 돌릴수록, 이 해협의 전략적 가치는 커진다.

이번 후티 공격은 바로 이 두 번째 병목까지 전쟁의 영향권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호르무즈가 막히거나 위험해질 때 사용할 수 있는 대체 경로마저 불안정해지면, 글로벌 원유 공급망 전체가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소비자 부담도 확대 가능성

에너지 시설 공격은 미국 내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휘발유와 디젤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운송비와 식료품 가격, 항공요금 등으로 번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이미 노동절 연휴를 전후해 높은 휘발유 가격을 경험하고 있다.

Fox News는 이번 공격이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 미국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실제 정치적 영향은 향후 유가 흐름과 물가 지표, 소비자 체감 비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압박이 결국 원유시장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시장은 현재 전쟁 종료 이후의 공급 확대보다 당장의 공격 위험과 해상 병목 불안을 더 크게 반영하고 있다.

후티 공격, 이란 압박전의 확장선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격은 미·이란 충돌의 직접 전선이 호르무즈에 머물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란 항구 봉쇄와 이란 유조선 타격으로 테헤란의 원유 수출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이란과 연계된 세력들이 걸프 산유국의 에너지 시설이나 홍해 항로를 겨냥할 경우, 전쟁은 더 넓은 에너지 인프라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핵심 중동 파트너이자 세계 최대급 원유 수출국이다. 후티가 사우디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면, 이는 이란 본토가 직접 움직이지 않더라도 미국과 걸프 동맹국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에너지 전쟁, 호르무즈에서 홍해로 확산

이번 후티의 사우디 에너지 시설 공격은 중동 전쟁의 에너지 리스크가 한 단계 확대됐다는 신호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미 미·이란 충돌과 이란의 선박 공격, 미국의 봉쇄로 통행량이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사우디는 더 많은 원유를 홍해 방향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후티 반군이 사우디 에너지 시설과 홍해 인근 항로를 위협하면서, 바브엘만데브라는 두 번째 원유 병목도 불안정해지고 있다.

세계 원유시장은 이제 하나의 해협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 두 곳의 병목 위험을 동시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유가가 더 오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휘발유와 운송비, 생활비 상승을 체감할 수 있다. 반대로 사우디 시설 피해가 제한적이고 해상 통행이 안정되면 가격 충격은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이 보여준 핵심은 분명하다. 중동의 군사 충돌은 이제 군함과 유조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유시설, 원유 수송로, 해상 병목, 소비자 물가가 모두 연결된 에너지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