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이란 유조선 타격·후티 사우디 에너지 시설 공격 겹쳐...휘발유·운송비 상승 압력 확대

국제유가가 9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중동에서 유조선과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르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폭스 비지니스(Fox Business)에 따르면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이날 장 초반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거의 6주 만이다. 미국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95달러를 넘어섰다.

원유
(원유 시추시설. 자료화면)

이번 유가 급등은 미국과 이란의 해상 충돌, 이란 지원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시설 공격, 호르무즈 해협 통행 위축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군, 이란 유조선 5척 타격

유가 상승의 직접적 배경 중 하나는 미군의 이란 유조선 공격이다.

미군은 이란이 미 해군 함정을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시도한 데 대한 대응으로 이란 원유 운반선 5척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이란이 항공모함과 구축함 등 미 해군 자산을 겨냥하자, 이란 유조선을 직접 공격하는 방식으로 대응 수위를 높였다.

미국은 이란 유조선들이 이란 혁명수비대와 대리세력의 자금 조달에 활용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유조선 타격은 단순한 군사 보복을 넘어, 이란의 원유 수출 능력과 전쟁 자금줄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조치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공급 안정 요인보다 확전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란이 추가 보복에 나서거나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더 강하게 압박할 경우, 원유 공급망이 더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후티, 사우디 에너지 시설 공격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에너지 시설 공격도 유가를 밀어올렸다.

Fox Business는 후티 반군이 사우디 에너지 시설을 공격해 석유 관련 시설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급 원유 생산국이며,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세계 원유 공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우디 시설 공격은 호르무즈 해협과 별개의 또 다른 에너지 리스크를 만든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제한되면서 사우디와 걸프 산유국들은 일부 원유를 홍해 방향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후티 반군이 사우디 에너지 시설과 홍해 인근 항로를 위협하면, 대체 수송로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커진다.

결국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홍해 항로까지 함께 주목하게 됐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 이미 크게 위축

호르무즈 해협은 이번 유가 상승의 핵심 변수다.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공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핵심 해상 통로였다. 그러나 최근 미·이란 충돌과 선박 공격,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가 이어지면서 해협 통행은 크게 제한된 상태다.

미국은 이란 항구 봉쇄와 상선 호송 작전을 통해 걸프 산유국 원유가 계속 시장으로 나가도록 하려 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봉쇄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 일부를 "금지되고 안전하지 않은 구역"으로 규정하고, 해당 지역을 지나는 선박을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유 운송업체와 보험사들은 호르무즈 통과 위험을 더 크게 반영할 수밖에 없다. 선박 운항이 줄어들고 보험료와 운송비가 오르면, 실제 원유 공급량이 유지되더라도 시장 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소비자에게도 부담

원유 가격 상승은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휘발유, 디젤, 항공유 가격이 상승한다. 이는 주유비뿐 아니라 물류비, 항공요금, 식품 운송비, 가구와 가전제품 배송비 등으로 번질 수 있다.

특히 디젤 가격은 트럭 운송과 농업, 건설, 해운 비용에 직접 영향을 준다. 원유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오래 유지되면 기업들은 비용 부담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고,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은 이미 높은 휘발유 가격에 직면해 있다. 중동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여름 여행철이 끝난 뒤 수요가 줄어드는 계절적 요인만으로는 가격을 충분히 낮추기 어려울 수 있다.

인플레이션·금리 우려도 재점화

유가 100달러 돌파는 금융시장에도 중요한 신호다.

최근 미국 시장은 고용 호조와 높은 유가, 재정적자 확대가 겹치며 국채금리 상승 압력을 받아왔다. 유가가 계속 오르면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더 오래 높게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이번 주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지수도 시장의 핵심 관심사다. 유가 상승이 물가 지표에 얼마나 반영되는지에 따라 주식과 채권시장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단순히 에너지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소비자물가, 기업 비용, 국채금리, 주식시장 평가까지 연결되는 거시경제 변수다.

중동 에너지 리스크, 다시 시장 중심으로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는 중동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군은 이란 유조선을 타격하며 이란의 원유 수출과 군사 자금줄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은 미군기지와 호르무즈 선박을 겨냥하며 반격하고 있다. 여기에 후티 반군의 사우디 에너지 시설 공격까지 겹치면서,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항로라는 두 개의 주요 에너지 병목을 동시에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중동 공격이 실제 원유 공급 감소로 이어질지, 아니면 제한적 충돌에 그칠지다. 그러나 현재 시장은 공급 차질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브렌트유 100달러 돌파는 에너지 시장이 더 이상 전쟁을 배경 위험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신호다. 유조선, 정유시설, 해협, 항로가 모두 공격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원유 가격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