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타임스(LA Times)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에서 나란히 청소차를 모는 부자(父子) 살로몬 올레아(Salomon Olea·55)와 앤절 올레아(Angel Olea·33)의 삶을 통해 미국 노동자 계층의 주거 격차가 세대를 거치며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살로몬과 앤절은 민간 폐기물 업체 소속으로 매일 새벽 4시에 하루를 시작한다. 살로몬이 30년 가까이 소유해 온 캘리포니아주 에스콘디도(Escondido)의 집을 나서 5분 거리에 있는 아들의 작은 아파트로 차를 몰고 가면, 앤절이 잠든 세 자녀를 뒤로하고 아버지 차에 오른다. 두 사람은 다시 30분간 인적 없는 거리를 말없이 달려 새벽 인근 도시 북부의 트럭 야적장으로 향한다. 이들은 하루 12시간씩 같은 노선을 돌며 학교, 식당, 편의점, 심지어 교회에서 나오는 재활용품과 쓰레기통을 비운다.
◇ 아버지 세대의 성공
살로몬은 1994년, 23세이던 해에 처음 청소업계에 발을 들였다. 건설 현장, 홈디포(Home Depot) 건축자재 코너, 인쇄소 등을 전전하며 어느 일도 오래 잡지 못하던 그는 당시 건설 경기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라스베이거스로 떠날 생각까지 했다. 그때 아내 마리아(Maria)가 청소업계에서 일하던 사촌을 소개해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처음엔 트럭 적재함을 청소하는 일부터 시작해, 운전기사를 돕는 보조원으로 일하며 트럭이 통을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위치를 맞춰주는 역할을 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상업용 운전면허를 취득해 직접 트럭을 몰게 됐다.
당시 살로몬 부부에게는 딸 예세니아(Yesenia)와 아들 앤절 두 자녀가 있었고, 가족은 샌디에이고 북쪽의 라틴계 노동자 계층 밀집 도시 에스콘디도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앤절이 다섯 살 무렵, 공을 갖고 놀다가 담장 너머로 공이 넘어가자 이를 주우러 갔던 앤절이 건물 관리인에게 혼이 났다. 퇴근길에 이 장면을 본 살로몬은 아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을 사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추가 수당을 받기 위해 초과근무를 자청해 주 80시간씩 일했다. 집을 거의 비우다시피 했던 탓에, 아내 마리아는 아이들이 아버지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살로몬이 점심시간에 트럭을 세워둔 곳까지 차로 데려가곤 했다.
청소업계에 발을 들인 지 4년 만인 1998년, 살로몬은 에스콘디도의 방 3개짜리 집을 12만7000달러에 매입했다. 당시 이 지역 주택 중간값은 이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같은 지역 주택이 100만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 멕시코에서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누나 손에서 자라다 10대에 미국으로 이주한 살로몬은, 10여 년 만에 미국 시민이 되고 가족 중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이라는 미국의 꿈을 이룬 것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그는 이 집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계획이다.
◇ 아들 세대의 좌절
반면 아들 앤절은 아버지가 누렸던 삶을 보고 이 업계에 들어왔지만, 정작 같은 트럭 야적장에서 만나는 동년배 동료들과 "우리는 뒤처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그는 "우리 모두 아버지가 이룬 걸 거의 당연히 기대하며 이곳에 왔다"며 "우리도 같은 시간을 일하고, 할 수 있는 초과근무는 다 하고 있는데… 우리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라고 말했다.
앤절과 아내 에스테파니아(Estephania)는 현재 에스콘디도의 방 2개짜리 아파트에서 월 2800달러를 내며 다섯 식구가 산다. 두 아들 앤절 주니어와 아이작은 한 방에서 2층 침대를 나눠 쓰고, 막내딸 루비는 부모 침실의 작은 소파베드에서 잔다. 가족 모두가 화장실 하나를 함께 쓴다.
2025년 초 앤절 부부는 내 집 마련을 위한 계약금에 다가서고 있다고 느꼈다. 두 사람은 1만4000달러를 모았다. 그러나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Zillow)에 따르면 에스콘디도의 주택 중간값은 현재 80만달러에 육박하며,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통상적인 계약금인 10%를 내려 해도 여전히 수만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다. 부부는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반농촌 지역인 와일도머(Wildomar)처럼 집값이 다소 싼 지역까지 눈을 돌렸지만, 그럴 경우 이미 주 60시간에 달하는 앤절의 통근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마저도 지난해 예상치 못한 지출들이 저축을 모두 갉아먹었다. 앤절의 2009년식 스바루 엔진이 고장 나면서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집 앞에서 직접 수리해 인건비를 아꼈지만 중고 부품값으로만 약 3000달러를 썼다. 이어 치과에서 큰아들 앤절 주니어의 앞니가 옆으로 자라 교정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받아 5000달러가 추가로 들었다. 모아둔 돈은 거의 바닥났다. 앤절은 "우리는 그냥 겨우 숨만 쉬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통계로 본 격차
LA타임스는 이런 부자의 경험이 통계로도 뒷받침된다고 짚었다. 1980년부터 1990년 사이 대학 학위가 없는 남성 노동자의 소득은 미국 전체 근로자 평균에 비해 오히려 상승했고, 같은 시기 건설 노동자와 정비공의 3분의 2 이상이 자기 집을 소유했다. 하지만 이후 임금은 정체되거나 하락한 반면 집값은 급등해, 현재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절반도 자가를 보유하지 못한 상태다. 샌디에이고 카운티에서는 전체 가구의 약 38%가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비율을 주거비 부담이 과도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으로 본다.
◇ 쓰레기통 속 사람들
두 사람의 노선에는 씁쓸한 현실도 곳곳에 배어 있다. 앤절이 맡은 첫 정류지 중 하나인 맥도날드에서 그는 압착기로 골판지를 처리하기 전 늘 뚜껑 안을 먼저 들여다본다. 샌디에이고 카운티에서는 매일 밤 약 5100명이 야외나 차 안에서 잠을 자는데, 앤절은 최근 한 홈디포의 대형 재활용 통 안에서 사람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는 "뚜껑을 열자마자 그 사람 얼굴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며 "그냥 '이봐, 거기서 나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버지 살로몬이 아들에게 처음 가르친 것도 "통 안에 사람이 있는지 항상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앤절은 통 안보다는 노선에 있는 쇼핑몰 주차장에서 차 안에서 자는 사람들을 마주치는 일이 더 흔하다고 말했다. 이들 중에는 자신이 잠들어 있는 매장의 근무복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앤절은 "주거 문제는 모두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며 "다만 어떤 사람들은 더 심하게 겪는다"고 말했다.
◇ 하루의 끝, 그리고 아버지의 말
정오가 지나며 기온이 오르면 쓰레기 냄새도 점점 심해진다. 한 초등학교에서 살로몬은 파리가 들끓는 급식실 잔반이 담긴 쓰레기통 세 개를 수거했고, 근처 태국 음식점과 통을 함께 쓰는 한 CVS 매장에서는 나무 젓가락 빈 상자와 멜론맛 음료수 병, 빨갛고 분홍색 천이 감긴 커다란 실패 뭉치를 치웠다.
오후 4시쯔음 두 사람은 각자 마지막 목적지 — 살로몬은 매립지, 앤절은 재활용 센터 — 로 향한 뒤 트럭 야적장으로 돌아와 트럭을 청소하고 30분을 운전해 집으로 돌아온다. 집을 나선 지 14시간 만에 에스콘디도에 도착하는 것이다.
앤절이 집에 도착하면 여섯 살 루비와 일곱 살 아이작이 2층 아파트에서 뛰쳐나와 서로 먼저 안기려 경쳉을 벌이고, 그다음엔 할아버지 살로몬을 껴안는다. 살로몬은 다시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하고, 앤절은 아이들과 함께 들어가 카르네 아사다와 콩 부리토로 저녁을 먹은 뒤 씻고 밤 10시쯤 잠자리에 든다. 알람은 6시간 뒤로 맞춰져 있다.
살로몬은 대개 집에 도착하면 너무 지쳐 식사를 하고 TV를 잠깐 보는 것 외엔 별다른 일을 하지 못한다. 그는 새벽 통근길보다 말이 많아지는 퇴근길에 아들과 나누는 대화를 자주 떠올린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아버지처럼 집을 사지 못한 것을 인생의 근본적인 실패처럼 여기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살로몬은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전했다. "네 사촌들도 대부분 집이 없어. 네가 실패한 게 아니야. 거의 모두가 같은 문제를 겪고 있어. 시대가 다른 거야."
이 기사는 LA타임스가 제임스 어빈 재단(James Irvine Foundation) 후원으로 진행하는 '형평성 보도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저소득 노동자들이 마주한 어려움과 캘리포니아의 경제적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을 다루는 취재의 일부라고 매체는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