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펜타곤·섕크스빌서 추모식...올해 처음으로 9·11 관련 질환 사망자 위한 일곱 번째 묵념 추가
미국이 9·11 테러 25주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여객기 4대를 납치해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인근 펜타곤, 펜실베이니아 들판을 공격한 지 25년이 되는 날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로어맨해튼의 그라운드제로에는 희생자 가족들이 모여 세계무역센터, 펜타곤, 펜실베이니아 섕크스빌 인근 추락 현장에서 숨진 남녀와 어린이들의 이름을 낭독했다. 9·11 공격은 미국 본토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 공격으로, 약 3,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섯 번의 묵념에 '일곱 번째 묵념' 추가
뉴욕 추모식에서는 전통적으로 여섯 차례의 묵념이 진행됐다. 이는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각각 피격된 시각과 무너진 시각, 펜타곤 피격 시각, 유나이티드항공 93편이 펜실베이니아에 추락한 시각을 기리는 순서다.
올해는 여기에 일곱 번째 묵념이 새로 추가됐다. 9·11 Memorial & Museum은 25주년 추모식에서 처음으로 9·11 관련 질환과 부상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리는 별도 묵념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공식 안내에 따르면 이는 테러 당일 사망자뿐 아니라 이후 독성 먼지와 유해물질 노출로 질병을 얻고 숨진 구조대원, 근로자, 생존자들을 함께 추모하기 위한 절차다.
AP통신도 올해 25주년 추모식에서 처음으로 독성 먼지에 노출된 뒤 암과 다른 질환으로 숨진 이들을 위한 별도 묵념이 진행된다고 전했다.
"9·11의 피해는 그날로 끝나지 않았다"
9·11 Memorial & Museum 이사회 의장인 마이클 블룸버그는 9·11의 피해가 그 하루에 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수만 명의 구조대원, 건설노동자, 자원봉사자, 생존자들이 이후 질병을 앓았고,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이번 주 9·11 관련 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2001년 9월 11일 당일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뉴욕시는 또 세계무역센터 붕괴 뒤 로어맨해튼의 공기질 문제와 독성 환경에 대해 당시 시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약 17만 쪽의 문서를 공개했다.
9·11 건강 감시단체인 9/11 Health Watch의 벤저민 체바트 사무총장은 이 문서들이 당시 뉴욕시 당국이 로어맨해튼의 독성 화학물질 위험을 알고 있었음에도 공기가 안전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구조대원·주민·노동자까지 이어진 피해
9·11 이후의 건강 피해는 특히 현장 구조대원과 복구 작업자들에게 집중됐다. 세계무역센터 붕괴 당시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 분진과 화학물질, 유해먼지가 로어맨해튼을 덮었고, 현장에서 수개월간 수색·복구 작업을 한 이들이 호흡기 질환과 암, 만성질환을 겪었다.
Reuters는 9·11 25주년을 앞두고 당시 구조 활동에 나섰던 응급요원들의 건강 피해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구자들은 세계무역센터 현장에서 활동한 구조대원과 근로자들에게서 백혈병 발생률이 일반 인구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해왔다.
피해는 성인 구조대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Reuters는 9·11 당시 로어맨해튼에 살거나 학교에 다녔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건강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세계무역센터 인근 맨해튼 남부에 거주하거나 학교에 다니던 어린이는 약 2만5,000명에 달했고, 브루클린 등 주변 지역 어린이들도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희생자 가족들, 사우디 책임 문제도 제기
추모식에서는 테러 희생자 가족들의 애도와 함께 아직 끝나지 않은 책임 규명 요구도 나왔다.
WSJ에 따르면 뉴욕 그라운드제로 추모식 초반, 남편 톰 스트라다를 9·11 테러로 잃은 테리 스트라다는 역대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역할을 충분히 추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JD 밴스 부통령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스트라다는 9/11 Families United의 전국 의장으로 활동해왔다. 그의 발언은 25년이 지나도 9·11의 법적·외교적 책임 논란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전·현직 지도자들도 추모식 참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곤에서 열린 헌화식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었다. 뉴욕 그라운드제로 추모식에는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전 대통령들이 참석했다. AP는 25주년을 맞아 뉴욕,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등지에서 헌화, 조기 게양, 묵념, 희생자 이름 낭독, 자원봉사 행사 등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전 뉴욕주지사 조지 파타키와 전 뉴욕시장 루디 줄리아니도 뉴욕 추모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2001년 9·11 당시 뉴욕의 위기 대응과 복구 과정에서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던 정치인들이다.
"유해 먼지가 구름처럼 덮었다"
WSJ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구조대원의 증언도 전했다.
스태튼아일랜드 출신의 은퇴한 뉴욕시 소방관 루이스 차이널은 남쪽 타워가 붕괴한 뒤 스태튼아일랜드 페리를 타고 로어맨해튼으로 향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그날이 맑고 푸른 날이었지만, 세계무역센터 주변만은 분쇄된 콘크리트 먼지로 잿빛 구름이 내려앉은 듯했다고 말했다.
차이널은 당시 리버티스트리트와 그리니치스트리트 인근의 FDNY 엔진컴퍼니 10 소속이었다. 그는 넉 달 동안 잔해 속에서 희생자들의 유해를 수습했다. 그는 뒤늦게 독성 먼지 문제가 드러난 것에 대해,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그 먼지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유해를 찾지 못한 가족들의 25년
희생자 가족들에게 추모식은 여전히 개인적 상실의 현장이다.
스태튼아일랜드 출신 다이앤 마사롤리는 남편 마이클 마사롤리의 사진이 담긴 배지를 달고 추모식에 참석했다. 남편은 캔터 피츠제럴드에서 일하던 38세 임원으로 9·11 당시 숨졌다. 그의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마사롤리는 남편의 유해가 없는 만큼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이 추모 현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년 8월 말이 되면 불안과 긴장이 되살아난다고 설명했다. 당시 여섯 살이던 아들과 생후 두 달이던 딸도 이번 추모식에 함께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9·11이 역사적 사건일 뿐 아니라 수많은 가족에게 아직도 끝나지 않은 개인적 상처임을 보여준다.
25년 뒤에도 커지는 희생자 명단
이번 25주년 추모식의 가장 큰 변화는 9·11 희생자 개념이 확장됐다는 점이다. 2001년 9월 11일 당일 숨진 사람들뿐 아니라, 이후 독성 먼지와 유해물질 노출로 질병을 얻어 사망한 구조대원, 근로자, 주민, 생존자들도 공식 추모의 중심에 포함됐다.
이는 9·11의 피해가 테러 당일의 사망자 수로만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세계무역센터 붕괴 현장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은 수십 년에 걸쳐 호흡기 질환과 암, 만성질환으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지금도 계속 집계되고 있다.
25년이 지난 올해 미국의 추모식은 과거의 비극을 기억하는 동시에, 그 비극이 남긴 장기적 건강 피해와 책임 문제를 다시 마주하는 자리였다.
미국이 기억하는 9·11, 그날과 그 이후
9·11 테러 25주년 추모식은 미국이 여전히 그날의 충격과 상실을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가족들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다시 읽었고, 전·현직 지도자들은 뉴욕과 펜타곤에서 추모에 동참했다.
그러나 올해의 추모는 과거 회상에만 머물지 않았다. 일곱 번째 묵념의 추가는 9·11의 희생이 그날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장면이었다. 독성 먼지와 유해물질에 노출돼 병을 얻고 숨진 사람들까지 추모의 범위에 포함되면서, 9·11은 25년 뒤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상처로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9·11은 미국의 안보와 외교, 사회를 바꾼 사건이었다. 동시에 수많은 가족에게는 아직도 이름을 부르고, 사진을 들고, 현장을 다시 찾게 만드는 개인적 비극이다. 25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그날 사망한 희생자들과, 그날 이후 서서히 희생자가 된 사람들을 함께 기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