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 예산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Like Us on Facebook


예산 총액을 지난해보다 5%대로 늘리고 경제 활력 제고와 민생 안정 등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향이다.  

확장적 예산을 강조한 정부 발언 강도에 비해 총액 증가율이 높지 않지만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예산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특히 당정은 복지 예산 비중을 사상 처음으로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세수 여건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재정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경기회복세 미약…확장적 재정으로 성장궤도 재진입 시도

최근들어 경기는 회복 조짐을 보이지만 미약하다. 내년 세계 경제도 올해보다 다소 개선되겠지만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내외의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일부 지표가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회복세가 미약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경제가 회복될 전망이지만 가계소득 둔화, 가계부채 등 구조적 요인이 회복을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2분기에 세월호 사고 등으로 민간소비가 0.3% 줄고 성장률(전기비)은 0.5%로 대폭 둔화됐다.

경기 회복 여부의 갈림길에서 확장적 재정을 통해 경제를 정상적인 회복 궤도에 재진입시키겠다는 게 정부가 내년 예산을 편성하는데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다.  

◇ 내년 예산 5%대 증액…균형 재정 3.5%보다 높아

여당과 정부는 민간소비, 투자 위축 등 경제의 자생적 회복 모멘텀이 약해 민간의 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재정 확대 의지를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회 있을 때마다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내년 예산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여당과 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5%대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겠다는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된 지난 7월에 예측된 10% 안팎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예산 증액률 5%는 올해 예산 증가율 4%와 정부가 2013∼2017년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서 제시한 연평균 증액률 3.5%보다 높은 수준이다.

내년 예산이 올해(355조8천억원)보다 5% 늘어나면 373조5천900억원이 된다.

새누리당 정책위 관계자는 "확장적 재정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지만 세수 등 재정 여건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 건전성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하겠다는 의미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예산 증액률) 5%는 중기 재정계획을 넘어서는 수준이지만 경제가 워낙 안 좋기 때문에 적절하다고 본다"면서 "재정 여건상 5%를 넘어서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재정적자가 너무 커지면 채권을 발행해야 하며 이 경우 한국은행이 보전해주지 않으면 시중 금리가 올라가고 민간 투자가 줄어들게 돼 예산을 늘린 효과가 상쇄된다"고 지적했다.  

◇ 복지예산, 두자릿수 증가율…일자리 예산 7% 이상 늘려

당정은 늘어난 예산을 정책 효과가 큰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서민층을 포함한 소외계층이 경제 회복을 실감할 수 있도록 민생 안정에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내년 복지 예산을 10% 이상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기 이후 복지 예산 증가율이 10%를 넘어선 적이 없다.

기초노령연금과 4대 연금 등 의무지출이 늘어나는 데다 반값 등록금 완성, 저소득층 대상의 에너지 바우처 도입 등 새로운 지원도 시작돼 내년 복지 예산은 118조∼120조원이 될 것이라는 게 여당의 전망이다.

올해 복지 예산 106조4천억원보다 10∼13% 정도 늘어나고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어설 것이라고 여당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일자리 관련 예산은 13조2천억원에서 14조3천억원으로 7.6% 늘린다.

경기회복이 일자리 창출 및 가계소득 개선과 연계되도록 취업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일자리 사업을 내실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과 2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진흥기금을 신설하고 여성·노인·장애인 등 취업 취약계층의 직접 일자리도 확대할 예정이다.

65세 이상 노인 대상 무료 독감예방 접종과 반값등록금 예산 증액, 대학생 대상 전세·임대주택 매년 3천호 공급 등에도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쌀시장 개방으로 타격이 우려되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쌀직불금 인상 등 농업 예산을 다시 늘릴 계획이며 특정 작물의 가격 폭락에 따른 농가불안 해소를 위해 수입보장보험 도입, 농어민정책자금 금리 0.5∼2.0%포인트 인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확대 재정을 통한 경기 회복의 온기가 기업이나 고소득층뿐만 아니라 서민들에게까지 미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동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고 사병들의 월급은 15% 인상하기로 했다.  

◇ 수조원대 펀드로 투자 촉진  

기업의 투자 여건을 조성하는 사업도 확대한다.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 및 신·증설 촉진을 위해 설비투자에 대한 지원율을 올해 12%에서 내년에는 14%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시설투자 여력 확대를 위해 3조원 규모의 2차 중소기업 설비투자펀드와 1조원 규모의 지역전용 설비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민·관 합동의 산업단지 혁신 모델 창출을 위해 '산단혁신펀드'도 새로 만들 예정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서비스산업 육성에도 집중적인 투자를 한다.  

콘텐츠코리아랩, 스토리 창작센터, 게임개발센터 등을 늘려 문화콘텐츠 발굴·제작 인프라 구축을 강화하고 국내 기업이 세계 3위내 소프트웨어(SW)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SW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한다.

중소형 병원의 해외진출을 위한 전문펀드 조성과 고급 제약 기술경영인력 양성 등 의료산업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 균형재정 목표 달성 시기 조정 여부 관심

확대 재정이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균형재정에는 부담이 된다.

정부는 2013∼2017년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서 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차츰 줄여 2017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중기 재정지출 계획상의 연간 평균 예산 증가율은 3.5%로 내년 예산 증가율 5%대보다 훨씬 낮다.  

더구나 올해 세수 상황은 지난해에 이어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 세수 진도율은 세수 펑크가 났던 지난해보다 2.7%포인트 낮다.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지출이 늘어나면 적자는 확대되고 균형재정 달성 시기는 목표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년 예산안과 함께 발표할 2014∼2018년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서 균형재정 달성 시기를 조정할 수도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심각한 내수 침체 극복을 위해 과감한 재정 확대가 필요하지만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확대 재정으로 경기가 회복돼 세수가 늘어나면 균형재정을 목표대로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활성화에 성공해서 수입을 늘리면 내년 이후에는 예산 증가율을 하향 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