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구속되거나 수감된 기업총수에 대한 가석방· 사면 등 선처 가능성이 제기된데 대해 여론 흐름에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반색하는 모습이다.  

재계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이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기업인이라고 지나치게 원칙에 어긋나서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밝힌 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Like Us on Facebook


기업인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 기조가 바뀌는데 대한 당연한 입장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3분기 기업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등 경제가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와 고용의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오너들이 경영 일선에서 경제활성화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법기관의 선처가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

우선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1년8개월째 수감생활을 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우선 선처 대상으로 꼽힌다.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어떤 방식으로든 선처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사기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고 수감된 구본상 LIG 넥스원 부회장, 간 이식 수술을 위해 보석으로 풀려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기업비리 혐의로 재판중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도 그 대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기조가 이미 바뀌었는데도 대기업 총수의 처벌 문제에 있어서는 사법기관의 단호함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프레임 전환이 이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간부는 "일련의 정부 경제살리기 정책의 정점을 찍을 수 있는 조치"라며 "지나치게 엄정한 법 집행으로 오히려 기업총수들이 역차별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비리 총수들이 어느 정도 죗값을 치렀다고 판단된다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살리기에 헌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는 이런 기업인 선처론이 자칫 국민의 반감을 불러올 수 있을 가능성도 함께 지켜보며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A그룹 관계자는 "여전히 서민들의 법 감정과 배치된다는 측면이 있어 섣불리 결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민주화 기조로 모처럼 계기가 된 시장경제의 건전성 확보 노력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총수가 구속되거나 수감중인 기업들은 선처론에 대한 여론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자숙하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수형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SK그룹 전반의 어려움과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면 경제살리기에 매진하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석방 심사 자격이 된 최 회장은 최근 수감중에 자신의 보수와 성과급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거나 사회적기업 전문서적 발간을 준비하며 묵묵히 수형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J[001040] 관계자도 "기류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재현 회장의 경우에도 당장 사면이나 가석방 대상은 아니지만 여론 등이 바뀌면 향후 공판 일정에 아무래도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건강 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이 회장은 지난달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제가 시작한 CJ의 문화사업을 포함한 미완성 사업을 완성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