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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국내에서 금융지주 체제가 첫 출범할 당시 시중은행의 은행장 평균 연봉은 4억원 가량이었다. 그러나 10여년이 흐른 지난해 신한금융 한동우 회장, 신한은행 서진원 은행장의 연봉은 각각 28억원, 29억원이다.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의 연봉은 무려 31억원에 달한다.
금융권 인사들은 국내 은행권 CEO의 연봉이 천정부지로 오른 결정적인 이유를 금융지주 체제의 출범으로 보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금융그룹 체제가 출범했기 때문에, 그룹 회장 연봉도 그 격에 맞게 올려야 한다는 논리였다.
금융지주 회장 연봉이 치솟으면서 은행장 연봉도 덩달아 올랐다. 그러나 국내 금융그룹의 실적은 부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별다른 수익원을 발굴하지 못한 탓에 이익 규모는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2007년 1조3000억원이었던 하나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지난해 9300억원으로 급감했다. 신한금융의 순익도 같은 기간에 2조4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08년 금융지주 체제를 출범시킬 당시 순이익이 1조9000억원에 육박했던 KB금융은 지난해 순익이 1조3000억원에도 못 미친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데 CEO 연봉이 늘어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금융지주 체제 출범 후 CEO 연봉에 거품이 잔뜩 낀 국내에서만 가능한 웃지 못할 현상"이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권 CEO의 연봉은 세계 4위 은행으로 관리하는 고객 자산만 2000조원에 육박하는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보다 많은 수준이다.
BoA는 지난해 순이익이 114억달러(12조원)로 국내 은행의 10배가 넘는다. 하지만 이 은행은 스톡옵션을 합쳐 CEO 연봉으로 고작 226만달러(24억원)을 지출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국내 은행들은 결국 서민을 상대로 이자 장사를 해서 수익을 내는 것 아니냐" 며 "삼성전자나 현대차처럼 해외시장 수출로 돈을 벌지도 못하는 은행 경영진이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