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뱅킹이 은행들의 새로운 수익원이자 영업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상경계 중심의 은행권 채용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오 프라인 창구에서 온라인(인터넷)으로, 다시 모바일로 바뀌는 채널 전략에 맞춰 이공계 전공자에 채용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잇따른 정보유출 사고, 현 정부가 강조하는 기술금융 활성화 등과 겹쳐 은행들은 이공계 출신을 우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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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 채용의 '일반부문'에서 이공계 전공자를 우대했다. 우리은행도 하반기 채용에서 '정보기술(IT) 관련 전공자와 프로그래밍언어 능통자'를 우대 조건으로 명시해 인력을 뽑았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기업은행[024110] 등 다른 은행들도 이공계 출신 우수 인력을 채용하는 데 주력했다. 이들은 주로 모바일뱅킹 사업 부서나 기술금융 관련 심사 부서, 전산개발·관리 부서 등에 배치됐다.

한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는 "스마트뱅킹을 주도하려면 아무래도 이공계 출신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정보 보안과 기술금융이 주목받는 것도 이공계 채용을 확대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도 "이공계 출신이라고 무턱대고 가산점을 주지는 않지만, 인력 수요를 조사할 때 이공계 출신을 선호하는 부서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최근 들어 공채 행원 중 이공계 출신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모바일뱅킹 전담 조직인 스마트금융사업단의 경우 2개 부서의 인력 중 37%가 이공계 출신이다. 스마트금융사업단은 전날 출시되면서 주목을 받은 '뱅크월렛카카오' 사업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은행들은 IT 기술을 활용한 상품 개발 수요가 늘어 이공계 출신이 많이 필요해진 가운데 기존 업무 중 파생상품 개발이나 트레이딩 등에서도 이공계 출신이 두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이공계 인력 채용 확대는 정부도 긍정적으로 여기면서 이를 독려하는 모습이다. 이공계 인력이 늘어날수록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금융 활성화 여건이 마련된다는 판단에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정책금융공사에서 간담회를 열어 "금융기관이 이공계 등 전문인력과 조직, 평가모형을 확보해 기술금융 역량을 확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모바일뱅킹 확산은 은행의 전체 채용 규모를 줄이는 요인이어서 이공계를 제외한 은행 취업 희망자 입장에서는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각 영업점 창구에 배치된 인력이 점차 '잉여 인력' 취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650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한국씨티은행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희망퇴직을 추진할 당시 씨티은행은 "디지털뱅킹 발달로 90% 이상의 거래가 비대면 채널에서 발생한다"는 사유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