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회생 신청자 수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는 것은 대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으로 내몰리는 한계 계층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상류층과 서민·빈곤층 간 격차가 점차 벌어지면서 저소득층에서는 대출로 대출을 돌려막는가 하면 은행권에서 밀려 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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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하위 20%, 소득 ¼ 부채 상환에 투입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말 현재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계층의 부채는 평균 1천29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가구의 평균부채인 5천994만원의 약 1/5에 달하는 수준이지만 이들의 연평균 소득이 825만원임을 감안하면 1년반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으더라도 갚은 수 없는 규모다. 특히 이들의 수입에서 필수 생활비를 제외하고 나면 사실상 부채 상환은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부채를 처분가능소득(소득에서 연금과 조세 등 비소비지출을 뺀)으로 나눈 비율을 보면 1분위 가구는 120.7%로 소득 5분 위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106.5%보다 큰 폭으로 악화된 것이다.

저소득층이 부채에 억눌리는 정도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금융부채의 비중이 늘어나다 보니 처분가능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급증하는 추세다. 1분위 가구의 원리금 상환액 대비 처분가능소득은 지난해 16.6%에서 올해 27.2%로 10% 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처분가능소득의 ¼을 부채 상환에 쓰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최근 5년간 가계금융 복지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빚이 있는 저소득층 자영업 가구의 부채상환부담률(원리금상환액/가처분소득)은 117.9%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 “빚내서 대출 상환"…은행권서→2금융권

소득 하위 20% 계층이 대출을 받는 사유를 봐도 전반적인 상황 악화가 확인된다.

1분위 대출자 중 거주 주택을 마련하고자 대출을 받았다고 응답한 가구는 전체의 26.6%에서 26.2%로 최근 1년간 감소했다.

이에 반해 전·월세 보증금 마련용 대출은 9.4%에서 9.6%로, 사업자금 마련 목적은 19.1%에서 27.3%로 각각 늘었다. 특히 부채 상환을 위해 대출을 받았다는 응답이 지난해 4.7%에서 올해 5.6%로 0.9%포인트 증가했다.

결국 저소득층은 내 집 마련 등 자산 축적을 위한 대출보다 전·월세나 빚 돌려막기 등 목적으로 대출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전세에 거주하는 가구 중 대출 목적으로 '전·월세 보증금 마련'이라고 답변한 비율도 37.1%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2차례에 걸쳐 정책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이들 저소득층은 은행권보다 대출금리가 더 높은 2금융권으로 점차 밀려나고 있다.

소득 1분위 중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은 가구는 지난해 55.9%에서 올해 54.2%로 1.7%포인트 낮아졌다.

비은행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가구는 같은 기간 20.6%에서 21.2%로, 보험사는 4.5%에서 5.9%로, 기타 금융사는 17.0%에서 17.6%로 각각 늘어났다.

통상 은행권에서 대출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것은 대출한도가 일정 수준을 넘었거나 신용도가 하락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 원금분할상환 늘고 기초연금 시행은 호재

다행스러운 점은 미약하기는 하나 대출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1분위 저소득층의 대출 중 만기일시 상환 대출은 32.9%에서 32.8%로 지난 1년간 비중이 다소 낮아졌다.

같은 기간 원금 분할상환 비중은 11.6%에서 13.7%로 비중이 높아졌다.

금융권에서는 통상 원금이나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보다 만기 일시상환 대출이 부실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초연금 제도 도입이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면서 분배 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다.

3분기 중 소득 증가율을 소득 분위별로 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소득증가율이 8.1%로 가장 높았고 나머지 분위는 2~3%대 증가율에 그쳤다.

이런 영향으로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누는 5분위 배율은 3분기 중 4.73배로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1분위의 적자가구 비중도 47.0%로 1년전보다 4.8%포인트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