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관피아(관료+모피아)'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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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는 물론 국책은행장과 4대 금융협회장마저 모두 민간 출신이 차지하면서 관피아 시대가 저물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서금회(서강금융인회)나 은행연합회장 인선 등을 놓고 관치금융 논란은 이어지는 실정이다.

◇ 내부 출신 금융사 CEO 전성시대…협회장도 모두 민간 출신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권을 지배했던 관피아의 퇴조 현상은 지난해 초 행정고시 8회로 관피아의 대부 격인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산은금융지주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교수 출신인 홍기택 회장이 취임하면서 본격화했다.

올해 들어서는 연임이 예상됐던 윤용로(행시 21회) 외환은행장이 물러나고 은행 내부 출신인 김한조 행장이 그 뒤를 이었다. 수출입은행도 김용환(23회) 행장이 물러난 후 21년만의 민간 출신인 이덕훈 행장이 취임했다.

국민은행 주 전산기 문제로 이건호 전 국민은행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임영록(20회) KB금융지주 회장도 결국 물러났고, 내부 출신인 윤종규 회장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KB, 하나, 우리, 신한 등 4대 금융지주와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내부 출신이 차지해 명실상부한 '민간 CEO 시대'가 열리게 됐다.

더구나 협회장 자리를 관료 출신이 차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금융협회장도 모두 민간 출신이 차지할 전망이다.

문재우(19회) 전 회장이 물러나고 1년여 동안 공석이던 손해보험협회장 자리는 지난 8월 LIG손해보험[002550] 사장 출신인 장남식 회장이 차지했다. 김규복(15회) 회장의 뒤를 이를 차기 생명보험협회장 최종 후보로는 이수창 전 삼성생명[032830] 사장이 단독 추천됐다.

이날 열리는 은행연합회 이사회와 총회에서 결정될 은행연합회장 자리도 민간 출신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유력한 후보인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을 비롯해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 거론되는 후보들이 모두 민간 출신들이다.

내년 1월 선거를 치르는 금융투자협회장도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005940] 사장, 김기범 전 대우증권[006800] 사장, 유정준 전 한양증권[001750] 사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 사장 등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모두 민간 출신이다.

금융투자협회장까지 민간 출신이 차지하면 관피아의 독식 무대였던 4대 금융협회장마저 모조리 민간 CEO 출신이 휩쓸게 된다.

◇ '서금회'·은행聯 회장 논란…"관치금융 미련 못 버려"

관피아의 시대가 저물었지만 관치금융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의 모임인 서금회가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권 인사에서 서강대 출신이 잇따라 부상하면서 '신(新) 관치금융' 아니냐는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현 정권 들어 서강대 출신인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등이 금융권 CEO 자리를 차지했다. 더구나 홍 회장과 정 사장은 민간 금융사 CEO 출신도 아닌 학계 출신이다.

최근에는 서강대 출신인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사장 자리를 꿰찬 데 이어, 이순우 현 행장의 연임이 유력했던 우리은행장 후보로 서강대 출신인 이광구 부행장이 급부상하면서 논란을 더 키우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장 후보로는 조용흥 전 우리은행 미국법인 은행장, 정화영 중국법인장, 이동건 수석 부행장, 윤상구 전 우리금융 전무,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등도 거론된다.

차기 은행연합회장 자리를 놓고도 관치금융 논란은 거세다.

금융당국이 지원했던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 경선에서 떨어지면서, 대신 하 행장에게 차기 은행연합회장 자리를 마련해 줬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금융노조가 "금융위원회가 법적 권한과 지원을 남용해 인사 개입을 추진했다"며 감사원에 금융위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한 데 이어, 야당마저 '하영구 내정설'을 문제삼고 나섰다.

금융노조는 차기 회장을 뽑는 28일 은행연합회 이사회와 총회를 총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의 LIG손해보험 인수를 승인하지 않는 것이 당국이 밀었던 인물이 KB 회장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한 앙갚음이라는 얘기마저 나오는데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당국이 관치금융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한 한국 금융산업의 선진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