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다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전망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 높은 환 위험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과 맞물려 시중은행들이 위안화 예금상품을 연달아 봇물터지듯 출시했으나 정작 이들 상품의 실적은 초라한 편이다.
외환은행은 지난달 12일 3억 위안을 한도로 위안화 정기예금 특판 상품을 출시했지만, 가입 좌수와 잔액(이하 1일 기준)은 90좌 1천783만 위안(약 32억원)에 그쳤다.
같은 특판 상품을 17일 출시한 하나은행도 예금 잔액이 69좌 1천570만 위안(약 28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원화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 초반에 불과한 상황에서 최고 연 3.1%의 금리를 보장하는 조건이었는데도 고객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한 것이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21일 출시한 '차이나 플러스 외화정기예금'도 가입규모가 60좌 2천767만 위안(약 50억원)으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4대 금융지주 은행 중 가장 늦은 지난달 28일 위안화 예금 상품을 내놔 판매실적이 더욱 미미했다. 2영업일 간 들어온 위안화 예금 규모는 10좌 39만4천 위안(약 7천만원) 수준이었다.
지난달 6일 위안화 예금을 출시한 우리은행[000030]의 판매규모도 달러화 환산 기준 335만2천 달러(596좌·약 37억원)에 그쳤다.
판매 초기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들 은행의 위안화 예금 상품은 사실상 개인 고객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한 셈이다.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연 3%대의 금리를 보장하는 위안화 예금 상품은 개인 고객을 상대로 애초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판매 저조와는 다르게 위안화 예금은 위안화가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그동안 기업이나 기관 고객을 중심으로 급증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거주자 외화예금 현황에 따르면 전체 거주자 외화예금(664억1천만달러) 중 위안화 비중은 32.7%로 전월의 최고기록(32.0%)을 경신했다.
기존 위안화 예금 상품은 중국과의 무역거래에 따른 대금결제를 위해 주로 기업들이 가입해왔다면 이번에 출시된 위안화 예금 상품들은 모두 개인도 제약 없이 가입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년여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전격 발표하고 내년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대두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금리 인하는 위안화 가치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는 결국 만기 시 환 차손 위험이 커짐을 의미한다.
한 시중은행 위안화 상품 담당자는 "최근 중국 금리인하 발표로 환 차손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게 사실"이라며 "고객 문의는 있지만 실제 가입으로까지는 잘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중국의 금리 인하는 위안화 강세가 진행되지 않는 방향으로 영향을 주면서 당분간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위안화 강세가 의미 있게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위안화 환율은 중국 인민은행이 매일 고시하는 위안·달러 환율을 기준으로 하루 ±2% 범위에서 움직이는 관리변동환율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환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위안화 관련 예금상품 가입이 점차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장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 힘입어 위안화에 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결국은 위안화 관련 예금가입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