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없애고 비정규직을 거쳐 정규직으로 편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면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함께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완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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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연공서열 임금격차만 줄여도 정규직 일자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이 열악한 상황에서 고용의 유연성만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노동시장을 하향평준화 시킬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가 OECD 최저 수준인 10년 이상 근속 비율 등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정부는 노동계의 반발을 고려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초점을 해고보다는 정규직 임금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데 맞추고 있지만 노동계의 이해와 협조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정부,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강한 의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구조개혁을 강조하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를 언급했다.
지난달 21일 주요 연구기관장 조찬 간담회에서 내년 구조개혁 대상으로 금융, 교육과 함께 노동을 지목했고 다음날 기재부 기자단 정책세미나에서도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서 (인력을) 못 뽑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도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가 심하게 경직됐다면서 "한 직장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의 인건비가 신입직원의 2.8배에 달하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인력운용의 유연성과 합리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밝혔다.
◇ "연공서열 임금 격차 과다" vs "평균 퇴직연령 49세"
쟁점은 과연 정규직이 과보호돼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으면서 지나치게 임금을 많이 받고 있느냐다.
정부는 정규직 전체라기보다는 노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은 전체 근로자의 7% 정도 수준이다.
정부는 특히 대기업 등의 정규직 임금구조가 노조의 영향력 속에 연공서열 체계로 경직돼 있어 기업의 신규 고용 부담이 커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12년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정규직의 경우 50대 전반의 근로자가 20대 후반의 신규 입사자보다 임금 수준이 2.6배 높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도 계속 커지고 있다.
노동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원인을 하도급 업체의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비정규직 채용을 남발하는 대기업의 관행 탓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는 정규직 근로자가 아닌 기업이 혜택을 본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정규직에 대한 고용 안정성이 적절한 지도 논란이다.
정부는 고용의 경직성이 기업 투자의 경직성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업의 투자 부진은 고용과 연관돼 있다"면서 "기업이 공장을 만들어 정규직을 채용하면 노조 결성 등 여러 가지 부담이 많아 아예 투자를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실업급여와 재교육 등 사회안전망이 선진국보다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용의 유연성만 강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서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인 장기근속자의 비율은 OECD 최저인 18.1%에 불과하다. 평균 퇴직 연령은 49세로 고용이 안정적이다고 말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노동계 입장에서는 정부가 말하는 과보호는 극히 일부 정규직 근로자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최근 논평에서 "정규직의 노동조건을 하락시켜, 노동시장 전반을 하향평준화시키려는 게 정부의 의도"라고 비판했다.
◇ 정치권·경제전문가도 입장차…여론조사는 '정규직 과보호' 우세
정치권도 여야 간에 입장이 엇갈린다.
새누리당은 최 부총리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에 대해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원론적 언급"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당 지도부의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 주장을 통해 정부에 대한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반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근로조건의 하향평준화이자 정상의 비정상화"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경제 전문가들의 생각에도 차이가 있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고용시장 유연성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임금체계 자체가 생산성과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고용이 유연해야 전체고용이 늘어나지만, 사회안전망 등이 충분하지 경우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부작용이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있다는 생각이 우세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성인 1천명을 상대로 최 부총리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에 대한 공감 여부를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공감한다'(47%)가 '공감하지 않는다'(36%)보다 많았다.
그러나 '정규직 해고조건 완화'에 대해서는 반대(46%)가 찬성(43%)보다 다소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