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금융당국이 2013년부터 은행권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중도상환수수료 합리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음에도 은행권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중도상환수수료율 인하에 대해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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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상환수수료란 은행대출을 받은 사람이 만기 전에 대출금을 갚을 경우 내야 하는 수수료다. 이 수수료는 대출금을 중도상환할 때 은행이 입는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6일 국민·농협·우리·기업·하나·외환은행 등 은행 대부분은 중도상환수수료율 인하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C·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은 아예 “인하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계 은행은 선진금융을 도입한다는 말과 달리 국내에서만은 높은 중도상환수수료를 유지하고, 인하 의지도 없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외국계은행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도 소극적이고 사회공헌 활동도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오직 수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은 대출받은 후 3년 이내에 소비자들이 대출을 상환할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는데, 대개 1.5% 수준이다.

또 17개 시중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1조2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막대한 대출상환수수료 수익을 거둔 은행들이 수수료 수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출상환수수료 인하가 이뤄지더라도 그 폭은 ‘생색내기’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금융연수원 최성현 교수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 변동금리대출은 대출자가 금리 변동의 위험을 짊어지기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관련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며 "이를 반영해 중도상환수수료가 조정돼야 할 것" 이라고 밝혔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변동금리대출에 대해서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정금리 상품은 은행이 금리변동 위험을 감수하므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매기는 게 합리적이지만, 변동금리 상품은 수수료를 없애거나 낮은 수준으로 정하는 게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적 추세에도 맞다.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은 빠르게 증가하는 가계대출의 상환에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국민은행에서 2012년 연 4.95%의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김모(60)씨는 지난해 9월 금리가 연 3.72%까지 떨어지자 대출 상품을 갈아타는 방법을 은행에 문의했다.

그러나 은행 측은 같은 은행에서라도 대출 상품 갈아타기를 하려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했다. 결국, 김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었다. 워낙 저금리 상황이어서 상품을 갈아타는 편이 기존 금리로 대출 이자를 내는 것보다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금융당국은 단기 일시상환 주택담보 대출자가 정부의 장기 분할상환·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면 기존 대출 상환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고,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더 낮은 3% 초반대 고정금리 대출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도 2012년 국정감사 때부터 수수료 문제가 제기됐지만, 주택담보대출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 3건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