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관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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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을 맡은 연극배우 최연신(신동미 분)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공연을 더는 견딜 수 없다.

그 이름이 '최고의 연기 신'을 뜻한다고 풀이하는 이도 있지만, 여전히 연신은 이름 없는 배우다.

무대 의상을 입은 채 공연장을 박차고 나온 연신은 스타가 된 옛 동료로부터 "너가 꿈에 나왔는데 뒤숭숭하다"는 경고까지 듣고 착잡한 마음에 공원으로 향한다.

소주를 따라놓고 담배를 꺼내문 연신 앞에 등장한 사람은 꿈을 좀 알지만, 범인 검거율은 경찰서 내 꼴찌라는 형사(유준상)다.

외롭다는 유서를 남긴 자살자 사건을 처리한 후 심란한 마음에 공원에 들렀다는 형사는 연신의 꿈 해몽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광국 감독의 새 영화 '꿈보다 해몽'은 꿈과 현실을 능수능란하게 섞은 작품이다.
연극이라는 꿈에만 매달리다가 연신에게 버림받은 남자친구 김우연(김강현)과 택시를 몰다 쓰러진 이후 일부 기억을 잃은 형사의 누나가 주인공들의 꿈과 현실에 동행한다.
연신의 꿈과 그에 대한 형사의 해몽, 그리고 형사의 현실, 형사 누나의 현실, 다시 형사 누나의 꿈 이런 식으로 꿈과 현실, 꿈과 꿈이 서로 배턴을 주고받는다.

낡은 프라이드 한 대뿐인 허허벌판과 어린아이 낙서가 그려진 담벼락 등 같은 시공간과 소재를 배경으로 묘하게 달라지는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어디서 본 듯하지만 새로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이 장면은 연신의 꿈이고 아까 장면은 형사의 현실이고' 하는 식으로 구분하지만 영화를 계속 보고 있으면 굳이 꿈과 현실을 구분 지으려는 노력이 헛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이 감독은 "투병 중이던 아버지가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 사이를 계속 헤매는 것을 보면서 꿈을 다뤄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꿈이 우리에게, 현실이 꿈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무명 여배우의 일상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대부분이 롱테이크로 촬영됐지만, 배우들의 생기 넘치는 대화로 촘촘히 채운 덕에 지루하지 않다.

능청스럽게 해몽을 늘어놓는 유준상과 꿈과 현실에 반쯤씩 걸쳐놓은 듯한 삶을 사는 형사 누나 역의 서영화 연기가 인상적이다.
극 중 엑스트라 없이 주로 정적인 배경과 주인공들로만 화면을 채운 것도 영화의 특징이다.
이 감독은 "그동안 꾸었던 꿈들을 떠올려 보면 대체로 집중할 수 있는 한 인물과의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면서 "그런 꿈에서는 현실처럼 그 뒤를 지나다니는 다른 사람들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금씩 변주되긴 하지만 같은 패턴의 이야기들이 반복되면서 후반부에 늘어지는 느낌은 아쉽다. 영화는 작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CGV무비꼴라쥬상을 받았다.

묘한 느낌이 드는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한창 꿈 해몽을 늘어놓은 형사가 연신에게 작별을 고하면서 남긴 말을 빌리면 적절할 것 같다.

"오늘 좀 이상하긴 했지만, 즐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