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의 연속성을 위해 심리가 많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임 재판부에게 사건을 넘기는 게 효율적이라는 이유를 들지만, 재판 당사자와 일부 변호인들은 늘어지는 재판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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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법원에 따르면 인천지법은 330억원 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측근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에게 최근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 사건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인 12월 말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김 전 대표를 추가 기소했지만 법원은 기존 횡령·배임 사건에 병합하지 않았다.
통상 피고인이 같은 사건이 추가로 기소되면 병합해 심리하는 게 관례다.
법원 측은 오는 2월 말 법원 인사를 앞두고 사건을 병합할 경우 기존 사건 선고가 늦어져 후임 재판부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따로 재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대회 기간에 한국 기자의 카메라를 훔친 혐의로 기소된 일본 수영선수 도미타 나오야(富田尙彌·25) 사건 증거조사도 최근 재판부의 요청으로 두 달이나 늦춰져 오는 4월에 열릴 예정이다.
이
사건을 맡은 판사는 지난 2일 열린 2차 공판에서 "법원 인사이동 시기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변경될 가능성 있다"며 "오늘
폐쇄회로(CC)TV를 재생할 예정이었지만 다음 기일에 증인 신문과 함께 CCTV를 보겠다"고 말했다.
인사를 앞두고 아예 심문 기일조차 잡히지 않은 주요 재판도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상환 전 해양경찰청 차장 사건은 피고인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12월 말 광주지법에서 인천지법으로 이송됐지만 한 달 넘게 기일이 지정되지 않고 있다.
인천지역의 한 변호사는 "의욕적인 판사들은 주요 재판 같은 경우 인사 시기를 감안해 속도를 내 선고한 뒤 떠난다"며 "일부 판사들이 인사 시점을 이용해 재판을 늦춰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구속이든 불구속 사건이든 재판이 늘어지면 판사와 변호사는 숨을 돌리고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좋다"면서도 "합의를 위해
시간을 벌어야 하는 일부 피고인을 제외한 대다수 재판 당사자들은 불이익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법원 인사로 인해 일부 재판이 늦춰지는 것은 조직 시스템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김필배 피고인 사건 병합 건도 재판부의 단독적인 판단이 아니라 법원 내 협의를 거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