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전 세계 채권시장에 충격이 미쳐 신흥국 채권시장이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16일(이하 현지시간) 유사시 신흥국 회사채 처분이 어려워지고, 이것이 신흥국 채권시장을 전반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최근 들어 신흥국 회사채 거래가 드물다면서, 개도국 기업이 발행한 100대 달러 액면의 투기 등급 채권 가운데 41개가 지난달까지 9개월 사이의 시장 개장일 가운데 절반 이상 거래되지 않은 반면 미국 회사채는 이 기간에 거래되지 않은 것이 1%가 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이 기간 신흥시장 불량 채권 가운데 18%만 '손바뀜'이 이뤄진 반면 미국 채권은 55%로 훨씬 높다고 말했다.

피치의 로버트 그로스먼 애널리스트는 "(신흥국 불량 채권의) 뜸한 거래는 시장 충격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2년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관련한 '테이퍼 탠트럼(순간 발작)' 여진이 이어져 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이처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 신흥시장 전반의 유동성 동요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또 신흥시장 차입이 브라질과 러시아 기업이 전체의 60%를 차지하며, 에너지와 금융 쪽 비율이 54%에 달하는 등 몇몇 국가와 산업에 집중된 점도 우려했다.

유사시 유동성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JP 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5일 주주에게 보낸 연례 편지에서 미 국채시장의 '플래시 크래시(갑작스런 순간적 붕괴)' 재발을 우려하면서 "시장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채시장은 지난해 10월 15일 10년 물 수익률이 순식간에 33베이시스포인트(1bp=0.01%)나 주저앉아 1.86%가 됐다가 만회해 2.13%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 국채 10년 물 수익률이 순식간에 이만큼 빠질 확률은 16억 년에 한 번꼴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시장이 오랜 양적완화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에 중독돼 있는 점도 경고됐다.

미국 사모펀드 블랙록의 필립 힐더브란트 부회장은 16일 블룸버그 TV 대담에서 미국 금리 인상 예측이 쉽지 않다면서 "(채권) 투자자는 유동성이 늘 풍부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