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여성이 갑자기 아랫배가 불편하다고 찾아왔습니다. 이분은 6년 전에 항문암 수술을 받고 자궁에 조그만한 섬유종이라는 양성종양이 생겼는데, 걱정이 되어서 3개월에 한 번씩 초음파검사로 이 종양을 살피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가족들의 건강문제로 자신의 건강관리는 한 일년 못하다가 이제 갑자기 아파서 찾아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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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결과, 4cm였던 섬유종 근종 옆에 11cm 정도의 복잡한 모양새의 혹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혹은 액체와 고체가 섞여 있는 혹이데, 아무래도 수상해서 이 혹을 빨리 없애기로 결정하고 수술을 했습니다.

워낙 항문암으로 수술을 해서 골반부위가 해부학적으로 많이 변해 있었습니다. 일단은 신장에서 방광으로 가는 오줌줄이 위치가 변해 있어서, 비뇨기과전문의가 오줌줄(Ureter, 요관)에 카테타를 꽂아서 보호하고, 집도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혹시 항문암이 어디로 번져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와과전문의와 같이 집도를 하였습니다.

개복을 하고 보니 액체와 고체가 섞여 있는, 보기에는 양성종양같은 큰 혹이 자궁중심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톼화성섬유종(Degerating Fibroid)이라는, 양성종양도 이 비슷한 모양새라서 큰 걱정하지 않고 병리실에 보내서 조사했더니 암육종(Carcinosarcoma)이라는 희귀한 종류의 암이었습니다. 자궁에 생기는 암 전체의 3% 정도를 차지하는 이 암은 이것 저것 암종류가 섞여 있고, 보기보다 훨씬 경과가 안 좋은 암입니다. 이분은 수술로 이 암덩어리를 다 도려낸 후에 지금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제, 오늘의 70세 여성의 케이스에서 우리가 배울점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째로, 암이 한 번 있었던 분들은 다른 암이 생길 수 있는 확률을 생각하고, 몸에 종양이 있는 경우에 꼭 정기적으로 진찰을 받고, 조금 이상해 지면 당장 제거해야 합니다. 이분은 2년 정도 괜찮다가, 검진을 소홀히 한 1년 안에 이상한 암이 생긴 것입니다.

둘째로, 나이가 들면 애를 낳을 것도 아니니까 산부인과 갈 일이 없다는 그런 말이 있는데, 사실 암은 나이가 들어서 더 생길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10대, 20대에 암으로 사망했다는 소리는 많이 못 듣지만, 40대, 50대에 주위에서 유방암이나 난소암으로 장례식이 있다는 얘기는 가끔 듣습니다. 오늘의 케이스도 70세 여성이 암육종이라는 희귀한 암에 걸린 것인데, 젊은 사람에게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차도 오래되면 고칠 것이 많듯이, 사람 몸도 나이들면 병이 생기도 고칠 것이 더 많아지는 것입니다. 특히 암 경우는 나이 들어서 많이 생기니까, 더욱 더 신경을 써야 하겠습니다.

박해영 산부인과 원장 박해영 (Peter H Park MD OBGY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