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이 372억달러(약 43조 원)라는 엄청난 거액을 투자해 미국 항공기 부품업체 '프리시전 캐스트파츠'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경제전문방송 CNBC 등이 10일 보도했다.
이는 버크셔 헤서웨이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로, 85세로 은퇴를 앞두고 있는 그가 투자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 마침점을 화려하게 찍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는 이날 프리시전 캐스트파츠와 공동 성명을 내고 프리시전 캐스트파츠 지분을 1주당 235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 지분 3%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인 버크셔 헤서웨이가 치를 인수금액은 320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프리시전 캐스트파츠의 채무까지 합치면 총 인수계약 규모는 372억 달러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7일 종가인 193.88달러보다 20% 이상 높은 인수가를 제안했으며, 양사의 이사진은 만장일치로 이를 승인했다고 AP는 전했다.
이번 인수계약은 주주들과 관련 감독기관의 승인을 거쳐 이르면 2016년 1분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시전 캐스트파츠 인수가 최종 성사되면 버크셔 헤서웨이의 역대 인수·합병(M&A) 가운데 가장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전까지는 2009년 10월 260억 달러에 인수한 철도회사 '벌링턴 노던 산타페'(BNSF)가 버크셔 역사상 가장 큰 인수 건이었다.
또 이번 인수가 실현되면 버크셔해서웨이의 연간 매출액은 약 100억 달러 늘어나고 버크셔의 직원 수는 3만명(약 10%) 늘어난다.
워낙 엄청난 규모의 투자건이어서 버핏은 "우리는 자금 가운데 230억 달러를 쓰고 100억 달러는 빌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핏은 종전부터 항공산업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토드 콤즈의 제안으로 프리시전 캐스트파츠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3년 전에 콤즈가 프리시전 캐스트파츠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며 "이전까지 그 회사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본사를 둔 프리시전 캐스트파츠는 항공기와 발전소 등 산업용 부품을 제조하는 업체로 에너지 관련 부문에서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최근 수년간 저유가로 타격을 받아왔다.
버핏은 그러나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업계에서 100년을 내다보고 있기 때문에 석유와 가스 가격이 내년에 어떻게 될지는 별 상관이 없다"면서 저유가가 여러 해 동안 이어질 것을 미리 알았더라도 이 회사를 인수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계 항공업계가 선택한 프리시전에 대해 오랫동안 감탄해왔다"며 이번 투자에 대해 넘치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앞으로 적어도 100년간 항공업계가 지속적으로 성장, 항공부품산업도 호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버핏은 또 CNBC에 "이번 '대형 인수'(Elephant)로 투자시장을 나오게 됐다"며 향후 1년간 대형 투자는 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프리시전 캐스트파츠와 인수를 마치고 나면 버크셔 헤서웨이에는 약 400억 달러가 남는다"며 "나는 항상 충분한 자금이 있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여유 자금을) 다시 채울 때까지는 앞으로 12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6개월 동안 작은 규모의 투자는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