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건주 총기 난사 사건으로 미국 내에서 총기 규제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정신질환 이력자와 전과자에게 팔리는 총기가 한해 평균 3,490정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계속해서 재발하는 이유가 바로 정신질환 이력자나 전과자조차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허술한 신원 조회에 있는 셈이다. 이번 오리건주 총기 난사 사건 범인은 물론 사우스캐롤라이나 총기 난사 사건 범인도 정신질환 이력자였다. 이들에게 총기가 팔리지 않았다면 무고한 생명이 피를 흘리는 일은 없었을 수 있다는 의미다.

Like Us on Facebook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9일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미국 국립신속범죄신원조회시스템(NICS) 등의 자료를 인용해 1998년부터 2014년 사이 정신질환 이력자나 범죄 전과자에게 판매된 총기는 5만5,887정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1년에 평균 3,490정이 정신질환 이력자나 범죄 전과자 손에 들어간 셈이다.

타임은 이를 통해 '무기매매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신원 조사를 의무화하고 있는 현행 연방법의 허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현행 법률과 시스템으로는 사실상 정신질환 이력자나 전과자의 총기 소지를 막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것.

이번에 오리건주의 엄프콰 칼리지에서 기독교인만 찾아내 9명을 살해한 크리스 하퍼 머서나 앞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유서 깊은 흑인 교회에 난입해 성경 공부 중이던 흑인 9명을 총으로 살해한 딜런 루프 모두 정신질환을 앓은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특히 자폐증이 있는 은둔형 외톨이 머서는 합법적으로 총기를 무려 14정이나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프도 지난 2월 말 아편 의존증 치료제인 '서복손'(Suboxone)이라는 약을 처방전 없이 소지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총을 살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러한 정보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아 루프는 아무런 제지 없이 총을 구입해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

타임은 확실한 신원 확인 없이 총기 판매상이 총기 판매를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정신 질환 이력자와 전과자 등 총기 소지 부적합자에게 총기가 판매되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연방 정부와 주 정부는 NICS를 통해 1998년 이래 총기 거래에서 잠재적인 총기 소유자를 대상으로 2억2백만 건의 신원 조회를 진행했다. 이 중 91%에 대해 정상적인 총기 거래를 승인한 데 반해 9%는 추가 신원 조회를 했다.

신원 조회로 총기 거래를 승인하지 않은 건수는 전체 조회 건수의 0.5%인 120만 건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현행 법은 '무기매매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신원 조사를 의무화하고 있는 데다 신원 조회 기한이 3일에 불과하고, 또 50개 주 중 36개 주와 워싱턴D.C., 미국령 5개 지역에서는 NICS 자료를 활용한 FBI에 총기 구매자의 신원 조회를 의탁하지고 있지만 14개 주는 NICS 자료를 바탕으로 자체 신원 조회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어 이들 주의 총기 판매 불허율, 총기 회수와 같은 정보는 FBI의 자료에 포함되지 않는 등 신원 조회에 있어서 허점이 많다.

이에 총기 판매 규제 및 신원 조회 확대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이 총기규제 강화에 반대하고 있어 반복된 총기 난사 사고에도 불구하고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은 채 무고한 생명들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