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1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난민 1만명 수용 계획에 제동을 거는 법안을 찬성 289표, 반대 137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이 주도한 이 법안에는 민주당도 무려 47명이나 찬성했다.
이 같은 투표 결과는 최악의 파리 테러 후 용의자들 가운데 난민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이후, 미국 내에서 난민 위장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외적에 대항하는 미국인 안전법'으로 명명된 이 법안은 미 연방수사국(FBI)·국토안보부(DHS)·국가정보국(DNI) 등 관련 당국이 안보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전 까지는 시리아는 물론 이라크 출신의 어떤 난민도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난민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미국 내 파리 테러와 같은 테러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상원도 추수감사절(매년 11월 네 번째 목요일) 연휴 이후 이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가 결사 저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또 상원에서도 통과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파리 테러 이후에도 시리아 난민 1만명 수용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미 의회의 3분 2의 찬성을 얻어야 하지만, 상·하원 모두 아직 이 수준까지는 지지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가장 유력한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이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뉴욕 미국외교협회(CFR) 연설에서 공화당의 난민 수용 반대 법안 처리와 관련해 "우리가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에 굴복해 우리의 가치와 인도적 의무를 저버리면 안 된다"면서 "고아들을 외면하고 종교 심사를 하는 것은 무슬림에 대한 차별이며, 모든 시리아 난민에 대해 문을 매몰차게 닫는 것은 우리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