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유가는 얼마나 회복될까?

미국 소비자들에게 유가 하락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내년도 석유, 천연가스 시장 동향을 예측하는 것은 아직 어렵지만, 석유 등 연료 가격이 싸게 유지될 거란 기대감에 소비자의 구매 의욕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반면, 석유 기업들은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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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6월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등 주요 석유 시장에 원유를 공급하며 유가가 최고치에 다다랐지만, 이후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가 둔화되며 원유 가격이 최고점의 3분의 2 수준으로 하락했다. 또한 내년엔 핵 자원 개발을 축소하는 대가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금수 조치가 해제되기 때문에, 원유 공급량은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동반 하락하는 것은 예측이라 부르기도 힘든, 당연한 일이 되었다.

유가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트유(Brent)는 영국 북해의 브랜트 유전에서 채굴되는 유황 성분이 적은 경질유다. 이 브랜트유 가격은 지난 28일 약 3% 하락해 11년 만에 최저치에 다다랐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주 갤런당 2달라를 밑돌아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보통 겨울에 더 저렴한 혼합 가솔린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있어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올 시즌의 가격 하락 현상은 세계 석유 시장의 불안정성 탓에 평소보다 그 변동폭이 더 크다. 휘발유 가격 비교 사이트 '가스버디'에 의하면 올해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1갤런당 1.99달러로, 지난해 평균인 2.28달러에 비해 약 29센트나 하락했다.

이에 석유 회사 및 주요 석유 수출국은 수입이 줄어들어, 긴축 제정을 통해 예산을 삭감해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지난 28일 국왕 주도로 국무회의를 열고, 2016년 세출을 2015년 예산에서 14% 줄어든 8,400억 사우디 리얄 (약 270 조 원)로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살만 국왕은 '석유 가격의 하락과 지역 및 국제 수준의 경제, 금융 과제를 반영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본사를 둔 석유 회사 '쉐브론'은 2016년 설비 투자로 2015년에 비해 24% 감소한 266억 달러를 배정하기로 했으며,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사를 둔 석유에너지 기업 '더치 쉘'은 지난해 대비 5.7% 감소된 330억 달러를 배정할 거라 발표했다. 이 두 기업을 비롯한 많은 석유 관련 기업은 올해 시추 노동자와 트럭 운전사, 지질학 전문가을 비롯한 총 25만 명을 감축했으나, 여전히 구조조정과 다운사이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북미 석유 시추업체는 2016년 안에 연달아 도산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석유, 천연가스 생산 업체가 저유가로 인한 과중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산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법률 사무소 '헤이즈 앤'의 한 변호사는 석유업계의 담보부 채무와 무담보 빚을 합하면 약 13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채무가 쌓인 기업들은 사모 펀드에 자산을 매각할 수도 있다.

저유가 기조가 개선될 기미는 전혀 없는 걸까? 미국 에너지 정보국은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브랜트유 가격은 2016년에 배럴당 평균 56달러까지 오를 것이며, 서부택사스유(WTI)는 브랜트 가격보다 평균 5달러 저렴한 51달러에 거래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골드만 삭스 애널리스트는 가격이 회복되지 않고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1월 발표한 '에너지 전망'에서 2020년이 되어야 배럴당 80달러 선이 회복될 거라 예측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