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누리당에 의해 국회에서 굿판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가 1일 "국회에서 굿판 벌인 새누리당 종교위원회, 굿판으로 망한 구한말의 역사를 보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종교위원회 위원장 이이재 의원은 (사)한국역술인협회(회장 백운산)의 제의를 받고 지난달 29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2층 소회의실에서 '혜안의 선각들과 함께하는 2016 병신년(丙申年) 합동국운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 발표회의 핵심은 식전행사로 한 시간 동안 4마당으로 펼쳐진 오민경 무속인의 '국운융성기원 및 2016년 병신년 운맞이 재수굿'이었다.
'재수굿'은 집안의 평안, 가족의 화복과 건강, 생업의 번성 등을 기원한다는 굿으로, 오는 4월 총선에서 국민들의 올바른 선택을 기원하고 북한의 핵실험으로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을 빈다는 취지로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는 김주호 새누리당 종교위원회 부위원장 이외에 역술인과 도인, 무속인 등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네 개의 마당으로 나뉘어 무려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언론회는 이에 대해 국회에서 제사상을 차려놓고 굿판을 벌인 새누리당 종교위원회는 구한말 궁궐에서 명성황후(민비)가 굿판을 벌이다 재정을 파탄시키고 나라를 망하게 한 사실을 모르는가라고 개탄하면서 2016년 병신년 국운을 위해 한 것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무속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언론회는 "구한말 명성황후는 무속인들의 굿에 빠져 굿판 경비로 국가 재정을 고갈시키고, 굿판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매관매직으로 국법 질서를 문란케 하여 결국 국가를 일본에 내주지 않았는가!"라며 "오죽했으면 한반도를 강점한 일본이 순사들을 동원하여 도처에서 성행하는 굿판을 단속하게 하고, 조선의 굿판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하게 했겠는가?"라고 했다.
언론회는 "무속인들이 사가(私家)나 자기들의 경내에서 굿판을 벌이는 것을 누가 말하겠는가?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종교위원회가 역술인들과 공동으로 민의의 전당인 국회 내에서 굿판을 벌였다는 것은, 불과 130여 년 전 국가를 재앙의 빠뜨린 그 위험의 전철을 밟는 것으로 무책임하고 위험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언론회는 "빅 데이터 시대에 수많은 국내외 여건들이 맞물려 펼쳐지는 치열하고 복잡한 2016년의 역사와 국운을 역술인들이나 무속인들의 산신령 계시로 듣겠다는 발상 자체가,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이 앞장서서 할 짓은 아니라고 본다"며 "세계 IT 1위 국가인 최첨단의 대한민국 국회 내에서 여당이 주도하여 산신령에게서 국운의 재수를 받기 위해 굿판을 벌이고 역술인들의 예언들을 발표한다는 것은, 아무리 종교 간의 대화와 화합의 차원이라고 갖다 붙여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언론회는 대한민국을 세운 제헌국회는 하나님께 대한 기도로 시작됐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1948년 5월 31일 오후2시 제헌국회 제1차 회의 개회사에서 임시의장 이승만 박사는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언론회는 "기도로 세워진 대한민국 국회에서 여당이 공동으로 굿판을 벌인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요, 통탄할 일"이라며 "새누리당 종교위원회는 이에 대해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기 바라며, 재발 방지를 국민 앞에 천명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과학의 첨단 시대에 국가의 공공기관 내에서 굿판을 벌이는 것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요, 재앙"이라며 "우리는 이를 좌시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미개한 무속신앙이 아니라 고등종교 시대에 살고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사회를 본 김주호 새누리당 종교위원회 부위원장은 "국회에서 나라의 미래를 점치는 국운발표회를 열고, 재수굿을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종교화합의 취지였다"며 어이 없는 해명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