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간) 국회에서 새누리당 종교위원장 이이재 의원(강원 동해삼척)의 주선으로 굿판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기독교계가 반발하자,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후속 조치에 착수해 이 의원에게 사과 등 사태 수습을 요구했다.

이에 이 의원은 단순한 학술 발표회로 알고 장소만 제공해준 것이며, 굿을 하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중앙일보와 뉴스1에 따르면, 3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비공개 연석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며, 이 의원장의 해명과 사과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오갔다고 이장우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변인은 "이이재 의원이 주최했다고 당에 보고가 돼 서둘러 해명을 하든 사과를 하든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오갔다"면서 "기독교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은 3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김주호 새누리당 종교위원회 부위원장이 의원실에 (의원회관 강당) 대관요청을 했으며, 단순한 학술 발표회 성격으로 (알고) 장소 제공만 해준 것일 뿐, (굿판을) 주선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실제로 사전 행사인 재수굿은 의원실과 국회사무처 승인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바로 제지당해 제상을 치우고 굿 자체를 취소했고 전통춤 등 문화 예술 공연으로 대체했다"고 덧붙였다. 

이이재 의원실은 파문이 일자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지인의 요청을 받고 장소만 제공했을 뿐, 구체적인 행사 내용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굿은 취소된 것이 아니라 한 시간 가까이 벌어졌으며 김 부위원장이 행사 내내 사회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를 본 김 부위원장은 "국회에서 나라의 미래를 점치는 국운발표회를 열고, 재수굿을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종교화합의 취지였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다만, 굿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 의원실과 사전에 공지나 협의가 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신문에 따르면,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한국역술인협회는 "이이재 의원실과의 사전 미팅에서 식전행사로 진행될 재수굿에 대해서 사전 공지 또는 협의를 한 적이 없다"면서 "본의 아니게 이이재 의원에 대한 피해가 막대하게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번 굿은 한국역술인협회에 소속된 무속인들과 역술인, 도인 등 무려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는데, 오는 4월 총선에서 국민들의 올바른 선택을 기원하고 북한의 핵실험으로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을 빈다는 게 굿판의 취지였다.

이에 기독교계에서는 국회에서 굿판이 벌어진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한국교회연합은 2일 "국회에서 굿판 벌인 새누리당은 각성하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한교연은 "지난달 29일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에서 굿판이 벌어졌다"면서 "그것도 여당인 새누리당 종교위원장 이이재 의원이 이 굿판을 주선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한탄했다.

한교연은 "굿은 무당이 길흉화복 등의 인간의 운명을 조절해 달라고 비는 원시적인 종교 의식"이라며 "개인이 사가에서 개인의 신념에 따라 굿판을 벌이는 것을 누가 뭐라 하겠는가. 문제는 이런 무속행위를 새해 들어 국회에까지 끌어들여 버젓이 굿판을 벌이는 사람들이 여당 국회의원의 의식 수준이라는 것이 한심하고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한교연은 "더구나 새누리당이 4월 총선 승리를 비롯한 주요 국정 과제들을 무속의 힘을 빌려 풀어나가려 한다면 이는 유권자인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이며 타종교에 대한 모독"이라며 "새누리당에 속한 기독 의원들은 도대체 자당에서 벌어지는 해괴한 짓거리가 신앙 양심에 조금도 거리낌이 없는가? 총선이 임박해 이곳저곳 대형교회를 기웃거리며 표를 구걸하는 분들이 정작 이런 무속행위가 벌건 대낮에 국회에서 벌어지는 것조차 막지 못한다면 무슨 낯으로 지지를 호소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한교연은 "새누리당은 21세기 민주주의 사회를 거꾸로 돌려 고조선 시대로 돌아가려는 구태를 즉각 중단하고, 이번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해 책임 있는 사과를 촉구한다"며 "만일 재발 방지 약속이 없을 시에는 국정 운영의 책임이 있는 여당에 대해 한국교회는 4월 총선에서 반드시 표로써 책임을 물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라고 했다.

한국교회언론회도 앞서 굿판을 벌인 새누리당 종교위원회에 대해 구한말 궁궐에서 명성황후(민비)가 굿판을 벌이다 재정을 파탄시키고 나라를 망하게 한 사실을 모르는가라고 개탄하면서 2016년 병신년 국운을 위해 한 것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무속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언론회는 "구한말 명성황후는 무속인들의 굿에 빠져 굿판 경비로 국가 재정을 고갈시키고, 굿판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매관매직으로 국법 질서를 문란케 하여 결국 국가를 일본에 내주지 않았는가!"라며 "오죽했으면 한반도를 강점한 일본이 순사들을 동원하여 도처에서 성행하는 굿판을 단속하게 하고, 조선의 굿판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하게 했겠는가?"라고 했다.

언론회는 "무속인들이 사가(私家)나 자기들의 경내에서 굿판을 벌이는 것을 누가 말하겠는가?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종교위원회가 역술인들과 공동으로 민의의 전당인 국회 내에서 굿판을 벌였다는 것은, 불과 130여 년 전 국가를 재앙의 빠뜨린 그 위험의 전철을 밟는 것으로 무책임하고 위험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언론회는 "빅 데이터 시대에 수많은 국내외 여건들이 맞물려 펼쳐지는 치열하고 복잡한 2016년의 역사와 국운을 역술인들이나 무속인들의 산신령 계시로 듣겠다는 발상 자체가,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이 앞장서서 할 짓은 아니라고 본다"며 "세계 IT 1위 국가인 최첨단의 대한민국 국회 내에서 여당이 주도하여 산신령에게서 국운의 재수를 받기 위해 굿판을 벌이고 역술인들의 예언들을 발표한다는 것은, 아무리 종교 간의 대화와 화합의 차원이라고 갖다 붙여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언론회는 대한민국을 세운 제헌국회는 하나님께 대한 기도로 시작됐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1948년 5월 31일 오후2시 제헌국회 제1차 회의 개회사에서 임시의장 이승만 박사는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언론회는 "기도로 세워진 대한민국 국회에서 여당이 공동으로 굿판을 벌인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요, 통탄할 일"이라며 "새누리당 종교위원회는 이에 대해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기 바라며, 재발 방지를 국민 앞에 천명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과학의 첨단 시대에 국가의 공공기관 내에서 굿판을 벌이는 것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요, 재앙"이라며 "우리는 이를 좌시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미개한 무속신앙이 아니라 고등종교 시대에 살고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