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지금 임신 중인데,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zika)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를 출산해 소두증을 가지고서라도 이 땅에서의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소두증을 가진 아이는 그로 인해서 인생 전체가 불행해질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낙태시키는 것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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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존재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장애가 있다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 좋은가?

생명은 인간에게 탄생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는가? 태아를 죽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면,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왜 문제가 되는가? 사람을 살해하지 말아야 한다면, 태아도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닐까? 태아와 사람은 모두 같은 생명이 아닌가? 아니면, 태아는 생명이 아닌가? 태아가 생명이 아니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지카 바이러스, 소두증 문제를 놓고 이런 말까지 꺼내고 고민하는 것이 지나쳐 보일 수 있지만, 유엔은 물론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가톨릭의 한 단체까지 나서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의 연관관계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소두증 발병 국가들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낙태 허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는 가톨릭마저 낙태를 허용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카 바이러스가 낙태 합법화의 목소리가 더 거세지게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두증도 문제지만,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 대처에 나선 현대 문명, 현대 인간은 자신의 실체와 위기를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낙태 합법화 찬성 가톨릭 단체인 '가톨릭스 포 초이스'(Catholics for Choice)의 존 오브라이언 회장은 10일 미국 잡지 '타임'에 기고한 글에서 지카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교황이 낙태 금지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와 엘살바도르 일간지에 광고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고는 교황에게 "라틴아메리카를 방문하는 동안, 형제 주교와 선한 가톨릭 신자들이 자신의 양심을 따르고 그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산아 제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기고글은 교황의 멕시코 방문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지카 바이러스는 브라질과 멕시코 등 대부분 중남미 지역에서 발병하고 있으며, 이 지역은 대부분 가톨릭 국가들이다.

가톨릭에서는 임신과 동시에 생명이 시작되며 낙태는 살인 행위라고 가르치고 있으며, 콘돔 사용 등 인위적인 산아 제한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톨릭의 정책으로 인해 가톨릭 신자들이 소두증을 가진 신생아를 출산할 수 있으니 낙태를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앞서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도 지난 5일 지카 바이러스 발병 해당국들이 피임과 낙태를 금지하는 법률과 정책을 바꿔 여성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WHO는 이날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해 "바이러스가 확산한 지역에서 대부분 여성들이 병(소두증)에 걸리지 않은 아기를 출산하고 있다"고 밝혔다.